친일은 3대가 흥한다! 중국이라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일제 청산 주역이 세운 중국, 당당한 전승절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을 선언한 지 올해로 70주년이 된다. 유럽은 독일 등 파시즘 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우리와 중국 등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해이며, 또한 우리의 광복 70주년과도 겹치는 매우 의미 깊은 해이다.
중국에서는 이번 70주년 전승절 행사를 대단히 중시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중국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핵미사일, 최첨단 전투기 등을 공개하여 '군사굴기'를 보여주려는 준비를 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긴장된 남북 관계 역시 한국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게 방해하려고 북한이 고의로 일으켰다고 하는 '음모론'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나라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본의 패망과 우리의 광복이라는 의미 때문에 함께 기뻐해야 할 우리로서는 중국의 전승절을 바라보면서 마냥 축하하는 마음만을 가질 수는 없는 실정이다.
중국이 갖는 전승절의 의미
중국이 전승절에 이렇게 큰 의미를 두는 것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의 창립 과정과 그 구성원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서양 열강의 침략, 일제의 침략,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동족상잔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근현대 역사 전개는 중국과 우리나라 모두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 그렇지만 현재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성립에 있어, 일제 청산이라는 문제에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은 항일 투쟁의 최전방에서 피와 땀을 흘려온 항일 영웅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나라이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은 집권 이후 여러 실정을 거듭했지만, 항일 투쟁에서의 업적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인물이었다. '영원한 총리'로 중국 내외의 칭송을 받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역시 대학 시절 연극반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적이 있고, 그의 부인이었던 덩잉차오(鄧穎超) 여사 역시 안중근 의사를 남장한 것이 인연이 되어 천년가약을 맺었을 정도였다.
이러한 이들이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이기에 당연히 공산당의 업적과 건국의 정당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건국초기부터 '일본주구(日本走狗, 일제 앞잡이)'와 '한간(漢奸, 매국노)'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을 거행해 현재는 이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중국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까지 하는 듯하다. 실례로 중국의 조어도(釣魚島·댜오위다오, 일본명 尖閣列島·센카쿠 열도) 분쟁 시 중국 내에서의 반일 시위는 극에 달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강하게 진압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대일 감정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TV 채널을 돌려보면 일제에 맞서 싸우는 공산당에 관한 드라마를 동 시간대에 여러 채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곧 공산당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제와 싸웠던 공산당이 없었다면 어떻게 현재의 중국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치한 공작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이러한 방법이 통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실제로 공산당이 일제와의 험난한 투쟁을 통해 국권을 되찾았고, 최소한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중국인들도 공산당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과 일제
반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일제의 통치 아래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군의 비호를 받으면서 그대로 정부의 고위 관직을 차지한 나라로 볼 수 있다. 고국을 떠나 힘겹게 독립 투쟁을 해오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헌법에 명시한 이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에 따라 우리 역시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나라를 만들고 친일매국노들에게 철퇴를 내리려 했지만, 갑작스레 남북의 분단과 이를 이어 한국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는 친일 매국노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즉 당시 미 군정에 긴박한 상황이 발발하자 급하게 인재가 필요했고, 이때 고등교육을 받았던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친일 매국노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레 권력을 잡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덮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공을 강조했다. 이는 현재에도 이어져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종북몰이' 형태로 진화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식민지 개발론이나 대한민국 건국 67년, 은혜로운 미국 등을 언급하고 한강 다리를 끊고 혼자 도망간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미국과 이승만이 없었다면 이들은 모두 예전에 매국죄로 처형당했을 테니까 말이다.
중국이 부러운 한국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반일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종종 듣는다. 중국에서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 앞서 항일투쟁 시의 노병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5000위안(한화 약 90만 원)으로 그리 큰돈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중국의 항일 영웅과 한국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확연히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친일 매국노들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항일 영웅들을 찾아가 현재까지도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많은 친일 매국노들의 후손들이 풍족한 환경을 바탕으로 우수한 교육을 받아 현재 대한민국 정재계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위험해지면 여전히 어설픈 '종북몰이', '빨갱이' 등의 이념대립으로 대한민국을 갈라놓기도 한다. 이 반면에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많은 분들과 그 후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독립운동으로 생계를 이루지 못해 그 자손들이 학업 등의 기회를 놓쳐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친일 매국노와 그 후손들은 이미 이 70주년 동안 대한민국에 굳게 뿌리를 내려 더 이상 흔들기 힘든 존재가 됐다. 이들을 찍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찾아내 조그마한 보상이라도 해주고, 이들의 훌륭한 업적을 널리 선양한다면, 언젠가는 떳떳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유지원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