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뢰머 광장 | |
ⓒ 이상기 |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마인강변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뢰머(Römer) 광장으로 향한다. 버스는 오페라극장 앞에 우릴 내려놓는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은 빌리 브란트 광장 앞에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뢰머 광장이 나온다. 뢰머 광장은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그곳에 뢰머라는 이름의 독특한 건축물이 세 개 붙어 있다.
전면 박공 부분이 가운데 용마루를 향해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형태다. 이 건물이 15세기 이래 프랑크푸르트 시청이 됐고, 도시의 상징 건물이 됐다. 1543년에는 뢰머 광장에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Justitia) 분수가 생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됐다. 시청인 뢰머에는 1933년 나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내걸리기도 했고, 1963년에는 시청 앞에 수천의 시민이 모여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연설을 듣기도 했다.
▲ 유스티치아 분수 | |
ⓒ 이상기 |
이처럼 정치적인 사건과 연결되기도 했던 뢰머 광장은 현재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 주변에 볼거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뢰머 광장 주변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성당과 바울 교회가 있다. 성당은 독일 왕과 황제의 대관식이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바울 교회에서는 1848년 3월과 4월, 독일 의회를 결성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또한 5월 독일 국민의회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다.
그리고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괴테 생가와 도시의 안전을 책임지던 경비대 건물이 있다. 뢰머 광장에서 우리는 1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얻는다. 그래서 먼저 광장에 있는 유스티치아 분수, 니콜라이 교회를 자세히 살펴본다. 유스티치아 분수는 1543년 처음 생겼으며, 당시에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 동상이 없었다. 유스티치아가 있는 분수가 만들어진 것은 1611년이다. 그리고 1887년에 옛날 분수를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니콜라이 교회 | |
ⓒ 이상기 |
유스티치아는 법과 정의의 상징이다. 그녀는 왼손에 저울을, 오른손에 심판의 칼을 들고 있다. 분수 상단의 인물이 여인이어선지, 중단과 하단의 인물도 여자들이다. 중단에 표현된 인어공주의 입과 젖에서 물이 나와 떨어진다. 그리고 하단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여인이 보이고, 머리 위 동물 형상의 입에서 물이 떨어진다. 자세히 보면 상당히 예술성이 있는 작품이다.
니콜라이 교회는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복음교회(개신교)다. 시청이 이곳에 들어선 15세기까지만 해도 시의 행사 때 미사를 드리는 로마가톨릭 교회였다. 그러나 종교개혁으로 1530년 로마가톨릭 미사가 중단됐고, 1543년에는 제단마저 철거됐다. 그후 170년간은 문서보관소, 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이 건물이 다시 교회로 돌아온 것은 1721년이다. 그때부터 니콜라이교회는 복음교회가 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내부에 볼 것은 제대 뒤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네 복음사가 정도다.
프랑크푸르트 성당 내부, 볼만한 게 있다
▲ 프랑크푸르트 성당 서쪽 | |
ⓒ 이상기 |
뢰머 광장을 벗어나면 길은 자연스럽게 동쪽 돔 광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광장 주변이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한 편이다. 그리고 주변 건물로 인해 돔 전체를 조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성당의 서쪽 입구로 들어가면 현관에 해당하는 전실이 나오고, 그 안으로 신자석이 있다. 신자석 남쪽 벽으로 경당이 있고, 신자석 앞쪽으로는 합창석과 함께 제단석이 있다.
그리고 제단석 앞쪽 좌우에 마리아 경당과 막달레나 경당이 있다. 그런데 이들 제단석과 경당의 제대들이 볼만하다. 대개 나무로 만들었는데 그 조각이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 제대는 예수의 수난이나 마리아의 경배 등을 표현하고 있다. 예수의 수난은 로마군에 잡혀 끌려가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모습으로 이뤄져 있다. 마리아는 성령을 받거나, 아기 예수를 안거나,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 마리아 제대 | |
ⓒ 이상기 |
그런데 특이하게 마리아의 죽음을 표현한 제대가 있다. 마리아의 죽음을 알게 된 사도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마리아뿐 아니라 11명 사도의 모습이 아주 크게 조각돼 표정 하나 하나까지 정확히 볼 수 있다. 이들은 글로리아(Gloria, 영광)와 크레도(Credo, 믿음)를 말하고 있다. 이 제대는 후기 고딕시대인 1438년 마리아 경당에 봉헌됐다고 한다.
막달레나 경당 안에는 석관이 모셔져 있다. 누워있는 게 예수로 보이고, 그 죽음을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 등 여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막달레나 경당을 예수의 무덤(Christi-Grab) 경당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성당 벽면에는 이곳을 거쳐 간 주교들의 모습이 부조돼 있다. 옷이나 모자의 모습이 다 다른데, 하나같이 성경과 펜을 들고 있다. 이들 부조 하나하나에 다 사연이 있을 텐데, 그 내용을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 예수의 죽음 | |
ⓒ 이상기 |
프랑크푸르트 성당의 출발은 사도 성 바르톨로매우스(St. Bartholomäus)가 교회의 수호성인이 된 1239년이다. 1250년에 현재 성당의 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514년 고딕양식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3년 후인 1517년 마틴 루터를 중심으로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1525년 성당은 로마 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로 갈라지게 됐다. 성당에서는 1533년 가톨릭 미사가 금지됐고 1536년부터 복음교회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1547년 다시 가톨릭교회로 돌아왔고, 1548년 마인츠 대교구에 속한 성당이 됐다. 그리고 1562년 신성로마황제의 대관식 교회가 되면서 황제성당(Kaiserdom)이라는 또 다른 칭호를 얻게 됐다. 1562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2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신성로마황제로 선출돼 대관식을 한 이후 모두 10명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했다. 그 전통은 1792년 프란츠 2세까지 이어졌다.
마인강에는 유람선이 다닌다
▲ 옛 다리 | |
ⓒ 이상기 |
성당을 나오면 길은 남쪽 마인강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내리막길로, 강변의 녹지와 연결된다. 이곳에는 옛날에 철도가 지나갔으나, 이제는 운행이 중단돼 선로만 남아 있다. 아내와 나는 선로를 따라 옛 다리(Alte Brücke)를 지나 상류 마인 다리까지 걸어간다. 프랑크푸르트의 다리 중에는 옛 다리가 가장 오래됐다. 1222년 이 다리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다. 옛 다리는 19세기 중반까지 프랑크푸르트의 유일한 석조다리로 마인강의 남북을 연결했다.
1926년에는 여덟 개의 아치를 가진 새로운 옛 다리가 만들어졌다. 1945년 전쟁으로 폭파됐고, 1965년 다리 가운데 부분 상판을 철제로 만들어 연결했다. 다리의 길이는 237m, 폭은 19.5m다. 다리 중간까지 가 강을 지나는 유람선들을 살펴본다. 하류 쪽으로 철제 인도교 조금 위에 유람선 선착장이 보인다. 이곳이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마인강과 라인강 여객선을 운행하는 프리무스 노선(Primus-Linie) 선착장이다.
▲ 유람선 선착장 | |
ⓒ 이상기 |
이 배는 마인강 상류의 아샤펜부르크까지 운행한다. 그리고 마인강과 라인강이 만나는 마인츠를 중심으로 상류로는 네카강의 하이델베르크까지, 하류로는 장트 고아르하우젠까지 운항한다. 특히 하이델베르크에서 상트 고아르하우젠까지 유람선 여행을 할 경우, 오래된 고성과 포도농장을 만날 수 있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유람선이 거의 매일 운행한다고 보면 된다.
마인강을 따라 다시 뢰머 광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역사박물관을 만난다. 이곳에 들어가 1시간 정도 구경을 하면, 800년 프랑크푸르트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쓰여 있다. 4층 건물 안에 슈타우펜 시대부터 현대까지 가치 있는 유산들을 전시하고 있다. 리플렛을 보니 11가지 중요한 유물 또는 주제가 설명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황제의 금동관, 프랑크푸르트 대공(大公, Groβherzog) 달베르크, 무기류, 돔과 뢰머의 변천 등이다.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전시자료만 챙겨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바울 교회와 중앙역
▲ 바울 교회 | |
ⓒ 이상기 |
뢰머 광장에서 우리는 일행과 다시 만난 다음 걸어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방향으로 간다. 그곳에서 쇼핑을 할 예정이란다. 가는 길에 우리는 바울 교회를 지나간다. 바울 교회는 1833년 축성돼 복음교회가 됐고, 1848년 공화주의자들 중심으로 국민의회가 열림으로서 유명해졌다. 바울 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됐으나 1948년 5월 국민의회 100주년을 기념해 '모든 독일인의 집'(Haus aller Deutschen)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므로 바울 교회는 독일 정치 민주화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선지 건물 주변에서 정치성이 짙은 동상과 부조를 볼 수 있다. 독일제국의 초대 대통령 프리드리히 에베르트(Friedrich Ebert) 청동상, 독일 연방공화국 초대 대통령 테오도르 호이쓰(Theodor Heuss) 부조 , 미국 대통령 케네디 부조,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경고하는 석조물 등이 보인다.
▲ 유로 | |
ⓒ 이상기 |
바울 교회를 지난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향해 걸어간다. 빌리 브란트 광장에서 이곳이 유럽 금융의 중심지임을 알리는 상징기념물을 본다. 그것은 별이 12개 붙어 있는 유로화 표지다.
여기서 12는 유럽연합 주축국 12개국을 상징한다. 현재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럽연합 중앙은행이 있다. 그리고 독일 연방은행이 있고, 독일 금융기관의 본점이 다 여기 있다. 그런 점에서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더 나가 유럽 금융의 중심지다.
▲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 |
ⓒ 이상기 |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카이저 거리를 통해 중앙역으로 걸어간다. 카이저 거리는 시장이 잘 발달돼 있는 서민적인 거리다. 이곳 카페에서 우리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독일 남부와 북부를 이어주는 철도의 중간지점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프랑크푸르트는 철도교통의 중심지다.
그리고 쾰른에서 뮌헨, 자르브뤼켄에서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이곳 프랑크푸르트를 지나간다. 또한 인근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알려진 라인-마인 공항이 있어 항공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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