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이 헌재에 보낸 '신원조사회보서' 양식 | |
ⓒ 이춘석 의원실 제공 |
국가정보원이 대법원의 법관 임용대상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3급 이상 임용대상자를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11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헌법재판소의 국정원 신원조사회보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헌법재판소에 국가관과 직무자세, 생활상태 등을 적어야 하는 '신원조사회보서'를 보내 3급 이상 임용대상자들에게 작성하도록 했다.
국정원에서 보내온 신원조사 회보서에는 ▲ 국가관 및 직무자세 ▲ 준법성 및 보안의식 ▲ 생활상태 ▲ 성격 및 품행, 대인관계 ▲ 참고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이춘석 의원은 "사실상 사찰 수준의 조사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조서"라고 지적했다.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청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법령에 의해 3급 이상 채용대상자는 국정원에 신원조회를 의뢰하게 돼 있다"라며 "국가기관인 국정원에 맡겨 효율적으로 신원조회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일부 개정된 '헌법재판소 보안업무 규칙' 제5장('신원조사') 제35조 3항에는 '제2항의 신원조사 대상자 중 3급 이상 공무원 및 같은 수준의 공무원임용예정자는 국가정보원장에게, 그밖의 대상자는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의뢰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 헌재의 자체 신원진술서 양식. | |
ⓒ 이춘석 의원실 제공 |
또한 헌법재판소 3급 이상 임용대상자들은 국정원에서 보내온 신원조사 회보서를 작성하기 전 '신원진술서'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 정당, 사회단체 관계 ▲ 가족관계 ▲ 재산관계 ▲ 범죄관계 및 상벌관계 등 표준 신원진술서 항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헌법재판소의 신원진술서는 표준 신원진술서에는 없는 '친권자 재산'과 '보증인'(2명)까지 기재해야 한다.
이춘석 의원은 "임용대상자 신원진술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증인을 2명이나 기재하도록 하면서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며 "사법기관이 행정부에 임용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률적 근거도 없는 만큼 헌법재판소는 국정원 신원조사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에는 국가정보원이 '신원조사' 명목으로 경력 판사 지원자들을 비밀리에 면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력 판사 지원자들뿐만 아니라 지인들까지 조사하고,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의견을 묻거나 노조 사건과 관련한 지원자의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활동까지 추궁하는 등 '사상까지 검증했다'는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사 임용 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법, 보안업무규정, 비밀보호규칙에 근거한 것으로서 최근의 일이 아니라 오랜 전부터 시행돼왔다"라며 "사상검증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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