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더 바쁘던데
한가해서.. 그래서 더 무료해져서..
평소 오디오를 시작하는 유저들의 공통된 질문들에의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인..
지인 말씀 그대로 빌면 오디오하면 망할 요소 100을 모두 소유한 제가 드리는.
오디오 초보유저 분들의 조만간 생길지도 모르는 오디오 거래에서
어쩌면 뜬구름 잡는 듯해서 즉시전력감이 아니될 수는 있어도
행여 그 중에서 하나라도 건졌으면해서..
1
고수는 무섭다.
나이들면서
누구나 조금씩 세상이 더 보일수록
세상의 어느 분야에서나 고수는 무섭다는 걸 체감할 것입니다.
예의 그 갭이란 것이 알고보니 종잇장 한장 쯤이었다 하더라도..
절 포함한, 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무리들이 할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아는 후배가 언어에 소질이 있어 미국서 영문학을 전공했었습니다.
고교 때 가족 모두가 이민가서 이미 영어가 거의 native 수준인데다
긴세월 노력한 걸 중도에 포기한 것이 아깝기도해서 그 사연을 물었더니
언어학이란게 언어에 소질이 있어 노력하면 90 정도에는 다다른다 합니다.
그 쯤에서 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94. 95 쯤 도달할 수 있다 합니다.
시작에서부터 그 쯤까지는 마치 긴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과 같답니다.
그런 어느 날 94, 95 쯤 이르러 그 다락쯤으로 여겨졌던 그 너머를 아주 잠깐 볼 수 있었는데
까치발로 언듯 보였던 그 곳의 광경은 끝도 없이 광활한 망망대해이더랍니다.
뼛속까지 미국, 영국인이 아닌 한계를 체감하고선 그 아득한 길에 질려서
미련없이 짐을 쌌다더군요.
수십년 걸쳐 오디오 좀 했다해서
흔하고 그만그만한 것들 소싯적에 다 섭렵했던 넘들이라하여
자칭이든 타칭이든 나름 고수들의 쉽게 내리는 평가들 그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앰프든 스픽이든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들의 잠재력까지 해서
실력 90% 이상을 향유하는 유저는 지극히 드물다는 겁니다.
심지어 한 절반 정도?
정상으로 갈수록 단 1-2% 를 위해 숫자 단위를 바꾸는 지경인데
겪는 대부분의 기기들이 나름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쳤다는데 불구하고
여하한 사유든 제 실력을 내질 못하는 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 실력발휘 못하는 오디오는 있어도 못쓰는 오디오란 없습니다.
어쩌면 무늬만 고수들이 많은 거죠.
2
아는 것 만큼 들린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
전 문화재청 장관 유홍준교수의
국립박물관장 시절에 집필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의 한 귀절입니다.
수없이 되뇌어도 촌철살인의 한마디입니다. 달리 말하면 아는 만큼 들린다는 거.
특정한 오디오의 실력평가 이전에
청자의 귀가 어느 일정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제아무리 천하의 명기라도 별수 없습니다.
천둥치는 소리, 유리창 깨지는 소리 등의 리얼한 소리는 요즘 생산 된 오디오들이 더 잘할 거고
어쩌면 요즘 동네 노래방기계나 나이트클럽 PA 장비가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오디오로 실제의 음을 재현하는 것과 실제 청자의 음악적 감성에 공명하는 부분은
일면 밀접하면서도 또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좋은 스승이나 좋은 길잡이를 만나 거듭되는 시행착오의 여정을 줄이는 방법.
그리고 좋은 소스를 잘 길들이고 잘 다듬어진 기기로 자주 듣는 거 외엔.
빈티지 오디오로 득음의 여정이 험난하다 하여 과정을 생략하시고 싶다면
정작 빈티지오디오의 젤 맛있는 부위의 요리를 생략해버리는 일일 겁니다.
그럴려면 차라리 빈티지 그만두고 조촐한 신형이나 하이엔드를 권합니다.
또 웨스턴이나 탄노이 등 고가의 기기를 장만하고서 YMCA 따위나 들을려면
출퇴근길 오가는 버스나 자동차에서 들으면 됩니다.
3
연애를 책으로 배우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오디오 좀 한다며 스펙깨나 꿰고 있고
자작 경험도 많고 오디오, 음향이론 등에 엄청 해박하신 분들 가끔 보는데
오버 좀 해서 말하자면 기대가 지나쳤는지 그 분들에게서 기억될 만한 소린 한 손에 꼽을 정도.
비싼 오디오는 당연히 그 값어치 정도는 해야하는게 옳지만
스펙상의 실력이, 그 조합이 꼭 그 만큼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란 거.
방안 가득히 걸출한 명기들로 채워도 그것이 꼭 그만큼의 정도의
감동으로 돌려 받을지는 진정 의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정보에도 몰라서 더 좋을 쓰레기 정보가 넘친다는 거.
인터넷 발달의 역기능은 한마디로 가로세로 1cm나 가로세로 10cm 정도의 면적을 보고
코끼리에 관한 모든 검색을 완료해버리고 나서는 또 그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
해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뭐든 무조건 맹신하고 보는 유저들에게는
다른 식의 접근이나 해석을 이해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이더군요.
인터넷 경로를 통한 대개의 오디오지식들은 걍 참고용으로
다만 거들 뿐이란 거.
연애는 직접 부딪쳐 깨져야 제맛입니다.^^
4
오디오에 긴 말이 필요한가.
샵이건, 동호인이건
거래하려는 오디오를 소개하는데 있어 필요이상의 장황한 얘긴
평소 친분이 돈독해서 감상평이나 의견을 서로 나누는게 아니라면
구구한 사설이 길어지면 십중팔구 오버이거나 거짓이기 쉽습니다.
원래 거짓이란게 결정적인걸 우회한 나머지 일반론적인
90%의 진실을 함유해야 잘 통하는 법.
얼핏 꽤 진실을 군데군데 드러내는 교묘한 수법으로
제법 자타가 공인하는 나름 오디오 고수란 사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잘 써먹고 또 잘 당하는 사례이니 초보유저들이야 오죽할까 싶기도..
들리는 소문으론 요즘 그 짓이 스케일이 더 늘어서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라는..^^
스스로 초등학교 겨우 졸업했다는 강동구 사는 어느 절정고수? 생각이 절로 납니다.
웃지못할 아이러니는
돌다리를 여러번 두드리고도 안건너는 꽤 나름 조심성 많던 유저가
뜬금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오소리 피한다며 호랑이 굴로 찾아 들어가는 사태를
눈으로 목격하는 씁쓸함이란..^^
자동차는 어설픈 정비공이 망가뜨리고
이빨은 경험 미숙한 칫과의사가 조지고
오디오는 잘안다는데 실은 잘모르는 사람들이 멀쩡한 넘들을
진공관 잉켈로 만든다는 걸 명심하셔야.
5
혹시라도 본전 생각이 난다면?
낚시 좋아하십니까?
낚시터로 향하는 막연한 기대와 설렘.
도착해서 낚시터에 잠긴 물을 보면 그날 본전은 엔간히 뽑은 거였습니다.
산등성이와 골을 타고 내려오는 늦여름 선들바람과
한밤의 물속같은 적요는 본전을 뛰어넘는 덤이며
졸릴만하면 오는 입질은 덤의 덤이었습니다.
자주 듣는 얘기로
"이걸 전에 얼마에 주고 샀는데.."
오디오를 사면서 나중에 팔걸 미리 염두에 두고 고른다는 거.
먼저 사귀자고 들이대면서 이미 한켠으로는 헤어질걸 냉정히 대비하는..
그런 님은 엄청 준비성 많은 애인이신가봐요?
칼라스나 이미자가 내가 보고싶을 때 홀연히 와서는
전성기의 그 싱싱한 모습으로 날 위해 노래해준다면.
어느 땐 그 단 1 곡으로 본전 그 이상의 감동이 없던가요? .
제 경우엔 몇 곡 듣고선 구석자리 귀퉁이에 쳐박아 두는 기기도 있습니다.
그 것만으로도 내게서 지가 할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기에..
살면서 젤 가성비 좋은 넘들이 제게는 1회용 라이터와
오디오였습니다.
물론 있는사람들이 더한다는..그야말로 극히 일부의 유저들에 한해서입니다만
그만그만헌 빈티지오디오 하면서 다시 내다팔 걸 염두에 두고 본전 생각에 연연하시다면
또 오디오로 재테크 할 거 아니시면
요즘 꽤 들을만한 승용차에 장착된 기본옵션의 오디오로
대략 만족하시기를.
6
친한사이 혹은 잘 아는사이.
각설하고 그거 부질없습니다.
오디오 교환하려 온 유저들 절반쯤은 친한 동호인 혹은 잘아는 선배 등..
대체로 갖고 온 기기를 보노라면 구입한 금액에 말 꺼내기도 미안한 일이 대부분.
차라리 샵에서 사시고 일정기간 내에 구입가의 몇%를 감하여 현금으로 인수하겠단 각서라도 받아두시길.
그 거 못해준다는 데선 안사시면 됩니다.
먼저 본 넘이 임자라고.. 멀쩡한, 제법 호인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돈이든 물건이든 한번 걸리기만하면 마치 제 것인양 여기는 몇몇 파렴치한 인간들을 만나면
그마저도 부질없긴 하지만서두..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내용이나 가격이 뻔한 기기들이야 정보를 다 알고 사는 것이니
그런 경우야 대부분 구매자의 책임이겠지만 잘 모르는 것, 특히 자작이나, 정체불명의 것들은
초보로선 안하는게 상책이라지만 어디 오디오가 그리 맘대로 되던가요.
7
인사성 밝은 주인.
오며가며 인사성 밝은 거 물론 좋습니다만
거래 이전과 이후가 돌변하는 걸 넘 많이 봐와서..
누구하면 대체로 알만한 몇몇이 옛애인처럼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만..^^
대체로 어디든 오디오로 밥먹고 사는 이들이 욕을 얻어먹는 사유의 대부분이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순간만 지나치려 눈가리고 아웅거리는데 있슴.
어찌 보면 애초부터 사소한 것도 해결할 만한 실력도, 용의도 없었을지도.
오디오 거래에서 뭣보다 기기가, 소리가 친절하지 않으면
그 어떤 형태의 예의와 친절이 다 무슨 소용?
8
두루 잘한다는 것은
제대로 할 줄아는게 하나도 없다는 다른 표현입니다.
어느 기기가 일정부분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리 1가지를 유난히 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완성된 완벽한 작품이라는 거.
여러가지를 그만그만하게 잘하는 거보다
1 가지를 제대로 잘하는게 훨씬 낫습니다.
저 아랫글에 탄노이가 멍청하는데? 어쩌고에 문득 질문하고 싶어져서..
트랙을 내달리는 경주마들은 대체로 느려터졌다는데?
음속을 가르는 비행기나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보다야 느려터졌는진 몰라도
그래도 거북이나 오리들보다야 한결 낫쟎을까 싶어서..
새디스트처럼, 어쩌면 마조히스트처럼..
잘하는 건 놔두고 그 넘이 잘 못하는 걸 일부러 더 시켜가면서
애초에 즐기자고 하는 오디오로 성격버리지 마시길.
9
3자는 본질적으로 무책임한 거.
남의 평가에 민감하다는 것은 스스로의 듣는 귀에 자신이 없단 반증입니다.
물론 우격다짐식으로 제귀에 좋은 소리가 좋은 거다며 마치 고승의 선문답 같은 초월한 경지마냥
좋은 소릴 눈앞에 두고서도 스스로 알아채질 못한다면 그것도 비운이지만..
늘 듣는 익숙한 소리보다 또 다른 차원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전혀 새로운 길을 가보는 것도 험난한 여정에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농촌총각 베트남 신부 고르듯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마트에서 배추 고르듯 들쑤시고 댕기는 거.
기계한테 내가 부끄럽더란..
초보유저들이 나름 자신 있고.. 해서 의외로 쉽게들 생각하는
기기, 소리의 퀄리티, 잠재력 등을 짧은 순간에 식별하는 심미안, 안목의 수준은
감히 무엇을 상상하든지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의 적어도 100배 쯤은 더 어렵습니다.
현직 프로의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고수들에게도 늘 마주하는 어려움입니다.
또 방향이 틀리다면 힘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소릴 듣고 어떤 방향의 튜닝이 필요한지
또 그걸 어떤 형태의, 어떤 경로를 통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낸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닐 겁니다.
무릇 실제 청자에게 제3자의 권유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일정기간 꽤 오랫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할 오디오란 결국 홀로 결정하는 것일테고.
원래 오디오란 것이 좀 궁상맞게?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홀로이 듣는 거 아니던가요?
10
어떤 소리여야 할까?
좋은 오디오가 갖춰야 할 덕목을 나열한다면 책 몇권 분량이 될 테고
오디오를 하는 과정 중에 벼라별 한심한 군상들을 지겹게 만나다 보니
물건을 사든, 팔 때이든 오디오 관련해서 온갖 감정의 앙금들이 많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흙 뻘속의 모란이 저리도 아름답게 피어준다면..
어쩌면 갖고들 계신 오디오들에게서 쌓인 불만들을 토로하기에 앞서서
비록 그것이 물질에 불과하지만 마치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가수나, 연주자가 청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바로 그 소리를, 그 음악을 오롯이 전달해 주는 것이라면
그 기기를 통해서 음악을 듣고 상념에 잠기며, 영혼이 시공을 가로질러 우주를 넘나들게하는 그 넘들에게
금전적 가치에 앞서, 기회비용 따위의 그딴 속물적 비교에 앞서
다만 그 존재에 살아가는 동안 진심으로 감사에 감사를 더하는
그런 맘이어야하지 않을까!
1차원은 등 뒤로 가벼이 흥얼거리며 듣는 음악이 있고
2차원은 손에 땀을 쥐고서 몰입해서 듣는 음악이 있고
3차원은 음 위로 감성이 피어오르고 영혼이 혼재한 시공을 넘나드는 음악이 있다면..
과거는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가
언제든 사물을 통해 되살아난다.
순간적인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시간에 도달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다.
A la recherche temps perdu
-de M proust-
자삭예정 태클사절 악플사절^^
/
정월 초 하루날 게시판에 꼭 있어야할 좋은글 입니다.
누구보다 많은 기기을 섭렵하신 샵의 박사장님 이기에 정곡을 찌르는 주옥같은 내용 입니다.
저같이 미천한 오디오 후배을 위해서, 글을 남겨두시기을 간곡히 부탁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