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재즈를 들으며박성연과 재즈 야누스

by 심수근 posted Feb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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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과 재즈 / 야누스



https://www.youtube.com/watch?v=fI8bwLF8NiI

물안개


박성연, 재즈 보컬리스트


재즈계의 대모 박성연 “큰 바람은 야누스가 계속되는 것”



온 몸을 까맣게 만들어서 까만 밤에 녹아 버리고 싶다던가, 현란한 불빛을 토해내는 네온 사이에 온 몸을 내맡겨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재즈를 듣고 있을 때 드는 심경이다. 

재즈를 듣는 일은 액정보호 필름을 붙이는 일 같다. 필름을 붙일 때 가로 세로에 정확이 맞춰야 하는 긴장감, 먼지가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조마조마한 기분이 연신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즈는 예측불허의 리듬감에 사람 애간장을 녹여버리는 선율을 가지고 있다. 

재즈의 가장 초기적 형태로 인식되고 있는 뉴올리언즈 재즈부터 다양한 형태의 재즈가 한국에 둥지를 틀기까지 많은 산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국내에 재즈의 뿌리를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재즈1세대 가수 박성연(58) 씨다. 그에 대한 공로로 2012년 제3회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최초의 재즈클럽인 클럽 야누스의 35돌을 맞이하여 후배들과 재즈의 밤을 달구기도 했다. 

“여기까지 왔구나. 클럽 야누스를 35년 이끌었다는 점에서 모든 재즈 팬들이 대견하고, 내 자신도 대견하다. 이젠 40주년을 생각하고 있다”

거대한 재즈의 강은 대체로 두 가지 물결로 갈라지는 듯하다. 정통 재즈의 물결과 그 물결에 음악가의 개성과 스타일을 강조한 경우다. 그의 재즈의 경우, 한 번 들으면 과거에 들었던 것 같은 친숙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통 재즈의 안정적 진행, 즉흥성, 재기발랄함을 보여줌으로써 재즈 정수의 가장 이상적인 예를 제시한다. 

“미국 재즈는 그것이 그들의 원조다. 하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다. 나이 상관없이 전통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퓨전과 현대 음악 쪽으로 가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적으로 하는 분들도 있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분들도 있다. 모두 좋다. 하지만 나는 너무 벗어나는 것을 덜 좋아한다. 대중들 앞에 많이 서는 재즈를 보면 두렵다. 너무 대중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박성연,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 재즈 보컬리스트ⓒJNH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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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 공헌했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한 것”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던 그가 재즈를 만나게 된 것은 미8군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부터다. 그곳에 들어가면서부터 정통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노래를 사랑하고 부르기를 즐겼던 그는 1978년 신촌에 한국의 첫 재즈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클럽 ‘야누스’를 차렸다. 이곳에서 재즈 후배들의 무대를 만들어 기량을 발휘하도록 했다. 청중들에게는 대중적 기호에 타협하지 않은 재즈의 진수를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난으로 대학로·이화여대 후문·청담동을 거쳐 현재는 교대역 1번 출구 인근에 정착했다. 계속 운영하기 위해 자신이 소장한 LP 음반을 경매한 심경에 대해 묻자 제 살을 떼어낸 듯한 아픔이 역력히 묻어나오는 한 숨을 토해냈다. “에휴, 그건 말로도 다 표현 못한다, 지금 생각해도...”

“저는 재즈에 공헌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재즈가 좋아서 한 것이다. 내 심정을 가진 내 후배들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들에겐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능하면 무대를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클럽 야누스의 의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 신에서 따왔다. 야누스는 집의 출입구, 도시의 출입구를 지키는 보호의 신이자 수호신의 의미를 갖는다. 다른 의미로 출입구의 의미에서 모든 것의 시작, 시초를 의미하기도 한다. 클럽 야누스가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인 점, 그리고 그가 국내 최초 여성 재즈보컬리스트인 점을 생각하면 의미가 와 닿는다. 재즈를 보호하고 수호하는 것에는 클럽 야누스뿐만 아니라 청중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야누스가 계속되려면 여러분과 많은 애청자가 와주셔야 한다. 그래야 야누스가 계속되어서 후배들에게 무대를 줄 수 있고, 그들이 무대를 가질 수 있다. 내 자신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부르고, 좀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생각하고 연습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