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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으면, 거기엔 미리 예측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 핵심, 화두...그렇게 표현할만한 게 생깁니다.
자작과 취향.
이번 시청회에 얻은 그것인데, 그 두가지엔 생략된 뜻이 있습니다.
개인, 혼자, 너만의 것....그 정도일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이 만든 것엔 그 사람의 취향이 개입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편향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뜻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를 느낍니다.
1. 진공관 앰프에 필요한 부품들은 많지 않습니다.
정류관, 트랜스포머, 콘덴서, 저항, 그게 다입니다.(스위치나 단자류, 배선재 등은 제외합니다.)
그 네가지는 트랜지스터가 태어나기 전과 후, 대략 1960년 이전과 이후의 것들로 나뉩니다.
이전의 것들을 선택하느냐. 이후의 것들을 선택하느냐, 그것들을 섞어서 쓰느냐는 취향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용도의 60년대 이전 것과, 이후의 것을 놓고 비교를 했을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선택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비교할 때마다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쓸만한 놈과 써서는 안될 놈으로 길이 분명하게 갈리는 것입니다.
쓸만한 놈이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고 치러야 할 대가도 점점 높아지는 반면, 써서는 안될 놈들은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두 가지의 비교는 나중 문제입니다. 소리가 되느냐 아니냐가 첫번째입니다.
60년대 이전의 부품들만 고집하는 것은 그 이전과 이후의 부품들에 내재된 특성과 속성을 겪어보고 이해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동의가 모인 것과 같습니다.
2. 그 부품들을 조합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기를 만들 때, 철저하게 그 부품들에게 맞추는 방법을 씁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미리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한 뒤, 부품들을 거기에 맞추는 것으로 알고 계신 듯 한데, 그 반대입니다.
60년대 이전의 훌륭한 부품들에 의지하고 그들의 특성과 능력에 기대고 따르는 것입니다.
지금의 소리는 그렇게 만들어내야겠다고 미리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아닌 소리, 되지도 않는 소리만 잘 알 뿐, 맞는 소리, 되는 소리는 모릅니다.
아닌 소리, 되지도 않는 소리에서부터 출발해서 그 보다 더 나은 소리로 계속 나아갔을 뿐입니다.
그것은 부품들, 특히 진공관과 트랜스포머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과 정확히 비례하고 있습니다.
그 부품들을 잘 이해하고 그 부품들에게 잘 맞춰줄수록 소리는 점점 더 나은 소리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인연이 닿은 동호인들의 동의와 기쁨이 함께 했습니다.
그것은 미리 알고 있었던 세계가 아니었고, 그렇게 되기 전엔 알지 못했던, 늘 새롭게 열리는 신세계였습니다.
더 나은 것, 더 나아지는 것은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 나은 것, 더 나아지는 것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개인의 취향 따위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3. 이런 저런 오디오들을 보면 굳이 직접 들어보지 않아도 그것의 소리들을 짐작합니다.
지나왔던 길에 있었거나, 그 도중에 위치한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틀에 갇혀 있거나, 아예 틀을 짜서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거기서 나는 소리들의 뻔함은 얼마든지 짐작 가능하고, 기회가 되어 직접 들어보면 역시나만 남습니다. 혹시나는 없습니다.
그 틀은 기성품이든 자작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성품에서 그런 틀이 만들어졌고, 틀은 똑 같고 상표와 껍데기만 다른 그 숱한 기성품은 정처없는 바꿈질의 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작 바꿈질의 대상들에게 우위를 보이려고 자작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대상들로부터 고작 개인의 자작품인 주제에...그런 평가를 받을만큼 엉뚱한 길을 가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5,60년이 지나도 건재한 60년대 이전의 부품들과, 그런 부품들을 만들어낸 당시 사람들의 공부와 이해를 따를 뿐입니다.
오히려 개인의 취향과 뜻을 버리고 그 시절의 부품과 사람들의 뜻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Oldy의 소리는 그렇게 얻어지는 것입니다.
4. Oldy의 소리를 들으면 다른 모든 소리들이 어느 정도인가 저절로 훤히 보입니다.
Oldy도 60년대 이전의 부품들과 그것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좋아하고 따르면서 그 소리가 그들의 선물처럼 눈앞에 나타나기 전엔 알지 못했던 소리입니다.
나도 좋아하고 너도 좋아하고 듣는 이들마다 좋아해주니,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구나, 확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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