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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24-25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새누리당으로 정권이 재창출되어야 하느냐,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하느냐'고 물은 결과, '정권 재창출'은 42.3%에 그친 반면 '정권 교체'는 4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신문 3면에 이를 보도하면서 "정권교체 여론 여전히 높아"라는 표현을 썼다.
기사는 또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박근혜,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부동층으로 편입된 22.5%(전체 유권자의 7.4%)가 '강한 야권 성향을 보였다'고도 보도했다. '안 전 후보가 이후 문 후보의 지원 유세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40% 이상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도와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 특히 기사는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선 부동층 중에서도 32.3%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후보가 주장했던 정치 쇄신을 잘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 부동층으로 선회한 지지자들은 10% 이상 민주통합당을 새누리당보다 더 선택했다. 안철수 지지자 전체에서는 61%가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다.
언론들, 편들기 눈치보기 왜곡하기 그만두어야
그런데 조선일보는 위의 기사에 <유권자 48.6%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라는 제목을 붙였다. 국민들의 42.3%가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48.6%가 '민주당으로 정권교체'에 지지를 보내고, 나머지 9.1%가 '모름과 무응답'에 반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마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51.4%인 양 읽히도록 제목을 붙이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제목도 <안 지지층 43%, 문에게 안 갔다>로 썼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에 아주 잘 읽히는 본제목 왼편 자리에 '안 사퇴 후 지지율 박 43.5 문 39.9'를 배치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1면 제목은 <안 지지자 57% 문으로, 25% 박으로 이동>. 그리고 작은 글자로 '박 45.2%- 문 41.8& 오차 범위 내 접전'이 덧붙어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이 아주 대조적이라는 말이다.
동아일보의 <안 지지자 57% 문으로, 25% 박으로 이동>은 여론조사 결과를 사실대로 기록한 표현이다. 그에 비해 조선일보의 <안 지지층 43%, 문에게 안 갔다>는 안 지지층의 57%가 문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읽힌다. '의도의 오류' 또는 '해석의 오류'가 작동할 수 있는 모호한 표현은 신문 기사 제목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후보 등록일, 출마 이유가 가장 큰 기사 아닐까
그런가 하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안 후보 지지표의 몇 %가 누구에게로 갔는지를 1면 제목으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에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2면 제목을 <안철수 지지층 절반쯤 문재인 쪽 이동>이라 붙였다.
경향신문은 <여전히 안철수가 "열쇠">라는 큰 제목을 내건 다음, 그 아래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지지 중도층 흡수 경쟁'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2면 제목도 <안철수 지지자들 "정권교체가 우선" "차라리 박근혜" "투표 포기">로 붙여 이동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1면 제목을 <박 "선택 못 받으면 정치마감" 문 "안 후보 눈물 잊지 않을 것">으로 썼다. 안철수 지지표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다룬 기사는 1면 중간 기사로 다뤘다. 제목은 '안철수 표 51% 문재인 쪽 이동, 26% 박근혜로... 22%는 부동표'.
언론들은 각 후보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야 마땅하다. 또 그 정책들을 세밀하게 검증하는 심층보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독하지 않는 다수 독자들을 생각할 때 제목이 기사 본문을 정확하게 대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 등록 당일을 다룬 언론은 당연히 후보들이 내놓은 출마 이유,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와 방안을 중점적으로 기사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들은 사퇴한 후보의 지지표가 다른 곳으로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 하는 표피적 상황에 주된 관심을 쏟았다. 이러한 낮은 수준의 언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쓰려는 편향성과 기회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정치쇄신과 검찰쇄신 못지않게 언론쇄신도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이미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을 언론인들은 철저히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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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朝鮮日報 2012년 11월 26일 3면 <유권자 48.6%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유권자 42.3%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원해>로 바꾸면 본문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는 일반 독자에게는 기사의 주제가 변하여 전달된다. | |
ⓒ 朝鮮日報 |
기사는 또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박근혜,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부동층으로 편입된 22.5%(전체 유권자의 7.4%)가 '강한 야권 성향을 보였다'고도 보도했다. '안 전 후보가 이후 문 후보의 지원 유세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40% 이상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도와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 특히 기사는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선 부동층 중에서도 32.3%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후보가 주장했던 정치 쇄신을 잘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 부동층으로 선회한 지지자들은 10% 이상 민주통합당을 새누리당보다 더 선택했다. 안철수 지지자 전체에서는 61%가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다.
▲ 朝鮮日報 1면 안 지지층 43%, 문에게 안 갔다... 안 사퇴후 지지율, 박 43.5 문 39.9 | |
ⓒ 朝鮮日報 |
그런데 조선일보는 위의 기사에 <유권자 48.6%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라는 제목을 붙였다. 국민들의 42.3%가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48.6%가 '민주당으로 정권교체'에 지지를 보내고, 나머지 9.1%가 '모름과 무응답'에 반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마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51.4%인 양 읽히도록 제목을 붙이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제목도 <안 지지층 43%, 문에게 안 갔다>로 썼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에 아주 잘 읽히는 본제목 왼편 자리에 '안 사퇴 후 지지율 박 43.5 문 39.9'를 배치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1면 제목은 <안 지지자 57% 문으로, 25% 박으로 이동>. 그리고 작은 글자로 '박 45.2%- 문 41.8& 오차 범위 내 접전'이 덧붙어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이 아주 대조적이라는 말이다.
▲ 東亞日報 1면 안 지지자 57% 문으로, 25% 박으로 | |
ⓒ 東亞日報 |
후보 등록일, 출마 이유가 가장 큰 기사 아닐까
그런가 하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안 후보 지지표의 몇 %가 누구에게로 갔는지를 1면 제목으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에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2면 제목을 <안철수 지지층 절반쯤 문재인 쪽 이동>이라 붙였다.
경향신문은 <여전히 안철수가 "열쇠">라는 큰 제목을 내건 다음, 그 아래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지지 중도층 흡수 경쟁'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2면 제목도 <안철수 지지자들 "정권교체가 우선" "차라리 박근혜" "투표 포기">로 붙여 이동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1면 제목을 <박 "선택 못 받으면 정치마감" 문 "안 후보 눈물 잊지 않을 것">으로 썼다. 안철수 지지표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다룬 기사는 1면 중간 기사로 다뤘다. 제목은 '안철수 표 51% 문재인 쪽 이동, 26% 박근혜로... 22%는 부동표'.
▲ 한겨레 1면 1면 제목으로 안철수 지지 표의 이동을 다루지 않았다. 아래 중간쯤에 관련 내용이 보인다. <'안철수 표' 51% 문재인 쪽으로 이동, 26% 박근혜로... 22%는 부동표> | |
ⓒ 한겨레 |
대통령 후보 등록 당일을 다룬 언론은 당연히 후보들이 내놓은 출마 이유,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와 방안을 중점적으로 기사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들은 사퇴한 후보의 지지표가 다른 곳으로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 하는 표피적 상황에 주된 관심을 쏟았다. 이러한 낮은 수준의 언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쓰려는 편향성과 기회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정치쇄신과 검찰쇄신 못지않게 언론쇄신도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이미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을 언론인들은 철저히 자각하기 바란다.
▲ 경향신문 1면 <여전히 안철수가 "열쇠">. 안철수 표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는 1면 기사의 본문 안, 그리고 2면 머리에 다뤘다. | |
ⓒ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