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간첩 취급한 해경

by 심수근 posted Sep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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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경찰에게 보호 받지 못하고 감시 받아 왔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가족은 참사 이후 경찰에게 보호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감시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사고 관련 정부 발언 등 특이동향 없음.'
'강성단체·불순세력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 예방정보활동 강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해양경찰(해경)이 유가족을 뒷조사해 보고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 이틀째인 2일, 참사 당시 해경의 세월호 유가족 동향 보고서가 공개됐다.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다 들킨 적은 있지만, 관련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는 세월호 참사 발생 나흘째인 20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실종자 가족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13명의 가족 대표 구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가족대표 13명(학부모, 일반, 교사)이 구성되었으며, 이중 '밀양송전탑' 강성 시위전담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향후 보상 등 협상에서 주도적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

당시 가족대표 중 한 사람이었던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당시 가족대표들은 모두 순수한 피해 가족들이었다"라며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여론을 돌려 피해자와 국민을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경찰·해경에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유가족 정혜숙씨는 "당시에도 누군가 가족들을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생사를 모르는 자식이 물속에 있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을 감시하고 분석해서 국민들과 분리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해경 보고서 "사고 현장은 야권 텃밭으로..."
▲ 세월호특조위 "경찰, 피해자 지원보다 동향 파악에 주력" 세월호참사 특조위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경찰이 피해자 지원보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동향 파악에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월호참사 특조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 직원이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실종자 가족 동향을 파악해 작성한 문건을 공개했는데, '가족대표 13명(학부모, 일반, 교사)이 구성되었으며, 이중 '밀양송전탑' 강성 시위전담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향후 보상 등 협상에서 주도적 발원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 유성호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는 당시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뿐만 아니라, 장례를 치르기 위해 안산으로 향한 유가족을 뒷조사하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정부 비방 발언 여부였다. <정보 동향 보고(4. 22 13:00)> 내용이다. 

'(안산시내 병원 유가족) 각 장례식장에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조문객을 맞고 있으며, 사고 관련 정부 비방 발언 등 특이 동향 없음'

그해 6월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보고서도 있었다. 같은 달 23일 <세월호 사고 관련 동향(8일차)> 보고서 내용이다. 

'사고 현장이 야권의 텃밭으로 이번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SNS 의견 개진 등을 차단해 민심 동요 없도록 대처'

이 보고서를 공개한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시신 수습과 장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점에 경찰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면서 "경찰·해경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라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이 가장 큰 탄식을 쏟아낸 것은 경찰청 동향이 담긴 보고서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는 같은 달 24일 경찰청의 동향이 담긴 보고서 <세월호 가족 동향>을 작성했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의 성향 분석을 위해 직·간접 접촉선 확보 및 강성단체·불순세력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 예방정보활동 강화'

권영빈 위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간첩인가"라면서 "참사 초기에 경찰·해경이 무슨 일을 했고, 무엇에 관심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특조위가 자료를 내놓으라고 해도 주지 않고, 증인으로 불러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증인으로 나왔다면 얼굴을 들 수 있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날 특조위가 출석을 요구한 8명의 참사 당시 경찰·해경 고위 간부들은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호소했다. 최경덕씨는 "유가족들이 이 상태로 계속 살 수 있겠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앉아있기도 힘들고 걷기도 힘들다. 죽을 것 같다. 제가 알던 대한민국은 원래부터 이런 나라였나. (철저한 진상규명을) 꼭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권미화씨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가 있다. 국민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세월호 특조위가) 마지막까지 잘 해 달라"면서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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