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추적 징수 사례 발표
‘안경 주머니에 수표다발’, ‘아파트 거실에 백남준 작품’ 등
“은닉재산 추적 강화하고 고의 은닉자 형사처벌할 것”
‘안경 주머니에 수표다발’, ‘아파트 거실에 백남준 작품’ 등
“은닉재산 추적 강화하고 고의 은닉자 형사처벌할 것”
#1 골프장 운영업체 대표 ㄱ씨는 양도소득세를 신고했지만 납부하지 않아 십억대 세금을 체납했다. ㄱ씨의 거주지는 서울 강남구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였다. 업체에서 받는 연봉도 만만찮았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ㄱ씨가 이 아파트에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일시에 주거지를 수색했다. 세금 낼 돈이 없다던 ㄱ씨 말과 달리, 아파트 안에는 구입가 4억원에 이르는 백남준 작가의 대형 비디오아트 작품이 놓여 있었다. 김중만 작가의 사진과 고가의 명품 가방도 수억원어치 쌓여있었다. 국세청은 이들 예술품과 동산을 모두 압류했다.
#2 서울 강남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던 ㄴ씨도 모텔을 팔면서 수십억대 차익을 얻었지만 납부하지 않아 십억대 양도소득세를 체납했다. ㄴ씨와 함께 모텔을 공유했던 2명은 세금을 납부했지만, ㄴ씨만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ㄴ씨의 금융거래 정보를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ㄴ씨가 거액의 수표를 입금하고 며칠 뒤 전액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요양원에 숨어있던 그의 소재를 파악한 국세청 조사관들은, 인출한 수표를 몸에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고 그의 몸을 수색했다. 그리고 조끼 주머니에 있던 안경주머니 안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표 다발과 금목걸이를 발견했다. 국세청은 모두 압류했다.
국세청이 8일 올 상반기 고액체납자 추적조사 결과와 함께 공개한 고액체납자 적발 사례다. 국세청은 ㄱ·ㄴ씨와 같은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강화해 올 상반기에만 체납세금 8615억원을 징수·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7104억원)와 비교해 21.3% 늘었다. 올 상반기 체납세금 징수·확보 금액 중 현금 징수액은 4140억원이다. 재산 압류 등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한 게 4475억원이다. 국세청은 또 타인 명의로 숨겨둔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155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고의로 재산을 은닉한 137명은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재산은닉 혐의 분석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체납자의 소득·소비지출·재산변동 상황 등을 전산으로 분석해, 재산은닉 가능성이 높은 체납자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또 각 지방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에 18개팀 127명의 조사관을 배치해 고액체납자의 체납세금을 전담해 추적하고 있다. 국세청은 또 은닉재산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은닉재산을 신고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징수금액의 5~15%까지 포상금(한도액 20억원)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은밀히 이뤄지는 재산은닉을 외부에서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김현준 징세법무국장은 “올해부터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기준을 5억원으로 3억원으로 낮춰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장수색 및 민사소송 등을 통해 끝까지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한편, 고의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와 이에 협조한 사람까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국세청은 골프장 운영업체 대표 ㄱ씨 집에서 발견된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아트 작품를 압류했다. ㄱ씨는 10억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