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세요!” ‘꿩 잡는 매’ 손혜원의 탄생 ~!!

by 염준모 posted Sep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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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세요!” ‘꿩 잡는 매’ 손혜원의 탄생

 

위원장, 사퇴하세요~. 사퇴하세요~.”(이은재)

“닥치세요.”(손혜원)

지난주 디지털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회의(2016년 8월31일) 풍경이었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고성을 제압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짧고 굵은 돌직구 화법이 화제를 모았다. 근데 이날의 공방은 왜 벌어진 것일까?

그날 국회 교문위 회의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위해 소집됐다. 개회 시각은 원래 오전 10시였지만 55분이나 늦게 열렸다. 새누리당이 늦게 회의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록은 시작부터 험악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 위원장 유성엽: 좌석을 정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도 55분 정도가 지체되어서 회의가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성원이 되었으므로 제345회 국회(임시회) 제4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개의하겠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한선교 위원: 의사진행발언 먼저 좀 신청합니다.
◎ 위원장 유성엽: 이따 드릴 테니까 잠깐, 상정해 놓고 드리겠습니다.
◎ 한선교 위원: 아니, 이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에 드릴 말씀이……
◎ 위원장 유성엽: 아닙니다. 이따가 적정 기회에, 적정 시점에서 드리겠습니다, 본격 시작하기 전에.
◎ 한선교 위원: 청문회는 나중에 청문회대로 깨끗하게 하고……
◎ 이장우 위원: 지금 받아 주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8월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염동렬 새누리당 간사(왼쪽에서 세번쨰)가 유성엽 위원장에게 누리과정 예산 증액이 일방적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8월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염동렬 새누리당 간사(왼쪽에서 세번쨰)가 유성엽 위원장에게 누리과정 예산 증액이 일방적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은 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한 것일까? 인사청문회 이틀 전인 8월29일, 국회 교문위는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예산 6천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추가 지원을 반대하며 여당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한 상태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 의원만으로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여소야대의 풍경이었다. 교문위는 새누리당 13명, 더민주 12명, 국민의당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야당의 누리과정 지원안 처리에 새누리당은 막말을 쏟아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선봉에는 이은재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은 다음날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저희가 예결소위에서 계속해서 국가재정법이 무엇인지, 지방재정법이 무엇인지 계속 설명해줬다”며 “그런데 이해를 못 하는 멍텅구리 같은 사람만 거기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건국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를 거쳐 행정대학원장까지 거친 행정학 박사다. 이 의원은 또 “교문위원장이 야당이다 보니 며칠 전에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해 본인이 기자회견을 했고 야당의 편에서 계속해서 사회를 봤다”며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을 비난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은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안 단독 처리를 공식적으로 항의하려고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주지 않고 인사청문회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실랑이가 거세졌다.

◎ 위원장 유성엽: 오늘 인사청문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업무 수행 능력……
◎ 李恩宰 위원: 아니, 왜 그러시는 거예요, 도대체. 위원장님, 회의를 진행하십니까, 도대체.
◎ 손혜원 위원: 55분 늦게 오고 큰소리예요.

손혜원 의원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당신들이 지각해서 인사청문회가 늦어졌는데 뭔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냐’는 취지였던 것 같다. 유성엽 위원장이 청문회 진행을 강행하자 이장우 의원은 엉뚱하게도 국회 교문위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했다.

◎ 이장우 위원: 안 대표님, 이렇게 진행해도 돼요? 이게 새로운 정치예요? 안철수 대표님 얘기해 봐요.
(◎ “왜 엉뚱한 사람한테 이렇게 큰소리치고 그래요. 조용히 해요, 좀!” 하는 위원 있음)
(◎ “아니, 청문회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하는 위원 있음)
◎ 위원장 유성엽: 오늘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선서와 모두발언, 위원님들의 질의 답변 및 공직후보자의 최종발언 순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장우 위원: 아니, 국민의당이 이런 게 새로운 정치냐고요. 안철수 대표 얘기해 보세요.
(◎ “누구한테 얘기하고 있는 거야!” 하는 위원 있음)
◎ 위원장 유성엽: 그리고 오늘 인사청문회는 국회방송에서 생중계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 “위원장님!” 하는 위원 있음)

그리고 이은재 의원과 이장우 의원이 짝을 이뤄 고성을 지르며 유성엽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8월31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은재,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유성엽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고함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8월31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은재,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유성엽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고함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李恩宰 위원: 유성엽 위원장 사퇴하세요.
◎ 이장우 위원: 자격도 없는 위원장이 앉아서 뭐 하는 거예요, 지금.
◎ 李恩宰 위원: 사퇴하세요.

두 사람의 ‘콤보 공격’에 손혜원 의원이 나섰다.

◎ 손혜원 위원: 그것 짜 갖고 왔어요?
◎ 李恩宰 위원: 사퇴하세요.
◎ 손혜원 위원: 닥치세요, 좀 조용히 해요. 멍텅구리……

전날 새누리당 의총에서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 단독 처리를 문제삼으며 이은재 의원이 야당 의원들을 “멍텅구리”라고 비하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손혜원 의원 쪽은 “‘얻다 대고 멍텅구리에요?’라고 말했는데 속기가 완벽하게 안 된 것 같다”고 알려왔다. 이장우·이은재의 ‘쌍포’와 손혜원의 ‘카운터 펀치’가 다시 부딪쳤다.

◎ 이장우 위원: 닥치세요라니요.
◎ 李恩宰 위원: 뭐야? 어디서? 제대로 했으면 그래?
◎ 손혜원 위원: 몸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싸움은 아주 막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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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왼쪽 둘째)이 2009년 7월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관계법 표결을 막으려다가 이은재 의원(맨 왼쪽) 등 당시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에게 멱살을 붙잡힌 채 끌려나가고 있다.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이은재 의원의 ‘파워’는 유명하다. 18대 국회에 비례대표 초선으로 입성한 이 의원은 2009년 7월22일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를 막으려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멱살을 잡고 본회의장 밖으로 쫓아냈다. 2010년 12월8일에도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를 완력으로 끌어내렸다. 8·9전당대회를 앞두고 “강한 정부, 강한 새누리당을 만들기 위해 몸 아끼지 않고 싸웠습니다. 간첩소굴 통진당 대표를 회의장 바닥에 내다 꽂은 바로 그 이은재입니다”(8월3일 최고위원 후보 연설)라고 밝힐 정도로 그날의 몸싸움은 본인에게도 자랑거리다.

손혜원 의원이 ‘막말’을 지적했지만 이은재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 李恩宰 위원: 제대로 했으면 그러냐고?
◎ 이장우 위원: 회의 좀 제대로 하세요, 위원장님.
◎ 위원장 유성엽: 자, 발언권을 얻어 가지고, 발언권을 얻어서 발언해 주시기 바라고……
◎ 손혜원 위원: 그 역할로 들어오셨지요?
◎ 李恩宰 위원: 뭐라고?
◎ 손혜원 위원: 닥치세요.

노컷V 동영상 갈무리
노컷V 동영상 갈무리

“(막말하고 소리지르는) 그 역할로 들어오셨지요? 닥치세요.” 손혜원 의원의 연타 공격에 이은재 의원은 한 방 얻어맞은 듯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

◎ 李恩宰 위원: 뭐라고, 닥쳐?
◎ 이장우 위원: 닥치세요라니요.
(◎ “아, 그만하세요, 청문회장에서” 하는 위원 있음)
◎ 李恩宰 위원: 창피하다, 정말, 수준이. 제대로 배웠어야 말이지, 아는 게 그런 용어밖에 모르잖아.

이 의원은 다시 ‘수준 차이’를 강조했지만 손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 손혜원 위원: 그러니까 너무 창피해. 우리는 ‘멍텅구리’ 정도는 안 씁니다.
◎ 李恩宰 위원: 위원장님,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짧은 공방은 끝이 나고 유성엽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요청대로 의사진행 발언을 허용했지만, 여야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대치 상황은 1시간 넘게 지속됐고 조윤선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채 회의는 12시13분에 정회됐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후 2시46분에 속개됐지만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 조윤선 청문회 파행 영상 보기

글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영상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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