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사건이 보여주는 배신의 역사

by 염준모 posted Sep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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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사건이 보여주는 배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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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가 김형욱을 죽인 이유는 박정희 독재의 더러운 치부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김형욱을 죽인 김재규가 다시 박정희를 죽인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쏜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를 시해한 죄를 물어 전두환이 김재규를 서둘러 죽이게 된다. 서로 선후배인 이들이 보여주는 상호배신과 은원관계의 허망함은 아무리 세월이 지났지만 소름을 돋게 만든다.

5월 26일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납치하여 살해한 사건에 대하여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미흡한 부분과 밝혀야할 점은 여전히 많다. 조사결과가 범행에 가담한 당사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과 진술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나 다른 진술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살해 장소도 알 수 없고 유해도 발견될 기미가 없으므로 미궁으로 빠질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1979년 10월 당시 김 전 부장의 납치·살해를 주도한 중정 요원 신현진(가명)씨는 과거사위 조사에서 자신이 고용한 동 유럽계 살인청부업자 2명이 프랑스 파리 교외의, 길가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 인적이 드물고 작은 숲이 내리막 방향으로 이어진 장소에 차를 세운 뒤, 김 전 부장을 끌고 가 “도로 오른쪽 숲 속 50m 지점”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신 씨는 김 전 부장을 살해하는 ‘현장’에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살해 음모를 직접 진행시킨 중정요원이 살해 장소를 모른다는 점과 더구나 시체를 낙엽 더미로 덮었다는 엉성하고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사후수습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시체를 암매장하지 않았다면 프랑스 경찰당국에 의해 유해가 발견되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아직까지 김형욱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도 김형욱 납치살해 관계당사자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허위정보를 둘러대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했다고 하지만 저들은 과거사진실규명에는 협조할 의무가 있는 전직공직자들이다. 저들은 국가기관에서 지득한 기밀은 죽을 때가지 엄수해야한다고 이유는 대고 있지만 국정원이 직접 나선 과거사진상규명에서까지 함구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비밀주의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들이 얼마나 국민을 얕잡아 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저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했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주도의 과거사진상위원회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지 못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함구와 거짓 진술로 일관하는 저들은 비밀주의가 통하는 권위주의시대를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26년이 지나가지만 김형욱의 저지른 비행배신행위와 국민들을 기만한 행위는 새삼스럽게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궁에 빠진 많은 사건들을 해결함에도 함구와 기만행위로 일관한다면 어떤 사건도 제대로 진실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관계당국은 보다 진전된 방법과 민완한 인력을 동원하여 철저한 조사에 임해야한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의문투성이 과거사를 일점 의혹도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상전인 국민들 앞에 하나하나 가림이 없이 낱낱이 보고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