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꺼내자면 소리에서 저역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 소리의 무대와 공간을 확보하고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역이 안되면 모든 소리가 안됩니다.
Oldy는 어지간하면 사용 진공관들을 모두 트랜스로 구동하는 방식을 우선합니다.
소리의 과장과 윤색(변색 혹은 소리에 양념(부정적인 의미)을 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얻기 위함입니다.
속칭 올트랜스 구동방식의 기성앰프들은 아주 오래된- 그러니까 6L6이나 6V6 같은 빔출력관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전, 직열삼극관 시대의 앰프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2A3나 45 / 50 등의 출력관들이 그렇고, 웨스턴 일렉트릭에선 205d나 그 이전의 형번도 모르는 관들이 대개 그런 방식들입니다.
91A나 91B로 유명한 300B만 해도 앞선 310A를 저항으로 구동하여 커플링콘덴서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6L6과 6V6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 앞쪽의 초단관과 드라이브관들은 거의 모두 저항구동에 커플링콘덴서 결합으로 가게 됩니다.
저항으로 구동하면서 필연적으로 과장이 생겨나고, 커플링콘덴서로 신호를 연결하면서 필연적으로 손실이 생겨납니다.
그런 까닭에 또 다시 필연처럼 NFB(Negative Feedback)를 적용해서 그 과장과 손실을 보정하고 다듬는 방법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거기서 얻어지는 소리들을.. 뻔하고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듣고, 도저히 매력을 찾지 못한 것은 아마 잘못이었을 것입니다.
대충 들을 것이지...
하지만,
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다 다 그러하지 아니한가.
너도나도 그런 구실에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아마 무가치한 가치들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즉, 점점 재미없어질 것입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죽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 쪽이 '누구다 다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가 작용하는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오디오쪽을 보면 오늘도 그 놈의 '천상의 소리'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으니, '다 그러한 것'이 길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쓸데없이 까다롭게 군 덕분에 오극관들과 트랜스들을 결합하는 저주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게 한 동안, 정말 오래도록 저주가 된 것은 그렇게 해서 좀체 저역을 뽑아내지 못해서였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뽑아내고 만들어도 저역이 늘 아쉬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극관들과 트랜스들의 결합은 기성앰프나 자작앰프나 비교대상이 없어서, '당신만 뽑아낼 수 있는 소리'라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중단과 멈춤이 없는 과정을 계속 한 것은, 과정 중에 소리를 경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지면 만질수록, 만지는대로 바뀌는 소리는, 소리를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 보다는 오히려 소리의 오묘함과 막측함에 경탄하게 되고, 결국 소리를 두려워하고 몸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소리 앞에서 잘났다고 까불거나 최고라고 착각하는 순간 거기서 끝이라는 건 뻔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쯤이면 내 주제로는 할만큼 했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멈추려 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에도 한가지 미진함은 끝까지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저역이 여전히 좀 그래.
..................
부연하자면 저역이 올바르게 표현되지 못하면 다른 소리들도 올바른 게 아닙니다.
저역이 기형이면 다른 모든 소리들도 기형이 됩니다.
몸서리 쳐지는 사실입니다.
문득 이건 아닌 것 같은데....싶은 생각이 어디선가 깃들면 능력부족을 절감하면서 회피와 도피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트랜스 방식들이 저역은 좀 적은 것처럼 나오는 거야. 양 보다는 질이고 덩어리 보다는 결이니까. 이 정도가 맞아.
알텍은 과장과 과잉이 없는 정직한 스피커니까 트랜스방식의 앰프들과 어울리면 이 정도 저역 표현력이 맞을 거야..
그래봤자 저역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그럼으로써 다른 소리들도 결국은 피로와 불편을 야기한다는 느낌이 무슨 불길한 예감처럼 늘 따라다녔습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저주처럼.
...............그 과정이 참 길었습니다.........
다시 결론을 꺼내자면 저역이 제대로 표현되어야 다른 모든 소리들도 제대로 표현됩니다.
무대와 공간이 넓어지고 분명해집니다.
거기서 사람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악기들의 소리가 자기 자리에서 모두 제 빛을 발하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납니다.
하나의 음악에 담겨있는 모든 소리들이 자기 위치 자기 순서를 지키면서 박자와 호흡이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소리의 화면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면서 거기서 노니는 소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게 됩니다.
그게 저역이 올바르게 표현되는 증거이자 저역의 진정한 힘입니다.
2017년 2월 중순쯤에 자리한 절기 우수,
워낙 신비하고 묘한 꿈을 꿔서 로또가 되려나 보다 했더니 로또는 꽝된 대신에, 오극관들과 트랜스들의 저주가 풀렸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저주였으나 스스로 풀어내지 못한 세월이 너무 길었는데, 그래도 한우물만 줄창 파서인지 한발짝 한발짝씩 걷다 보니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그렇게 됐습니다.
들어오던 음악들이 다시 들리고, 그것을 듣는 기분은 로또 당첨된 것 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과연 좋은 꿈이었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소리가 오디오로 표현할 수 있는 끝일까? 하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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