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급바디에 우아한 컬러, 듀얼 모노구조로 강력한 전원부를 갖춘 채널당 250와트/8옴 출력의 스테레오 파워앰프입니다. 순도높은 음과 빼어난 투명도가 돋보이며, 충실한 전원부에 힘입은 구동력으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오케스트라의 투티에서도 압도적인 에너지와 입체적인 음장감의 파워를 얻을수 있습니다.
Electrocompaniet의 AW250R 파워앰프는 착색없는 뛰어난 재생으로 잘 알려진 제품입니다. 익숙한 음반을 재생해보면 첫번째 음표가 재생되면서부터 AW250R이 전해주는 음악적 쾌감에 매혹될 것입니다. AW250R은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 기술이 적용된 파워 서플라이와 기존보다 두 배의 용량을 전달하는 전원부 디자인, 그리고 일등급 회로와 선별된 부품을 사용하였습니다. AW250R은 바이앰핑을 위한 밸런스 링크가 준비되어 있으며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와의 매칭을 위해 브리지 모드로의 사용도 가능합니다.
Rated output power 8 ohms 2 x 250 W 4 ohms 2 x 380 W 2 ohms 2 x 625 W 1 ohms 2 x 1100 W Power consumption (no load or signal) 230 W
Dimensions Width 483 mm / 19 inches Depth 450 mm / 17 inches Height 210 mm / 8.2 inches Weight 39 kg. / 85.8 lbs.
오디오 리뷰 관건은 결국 스피드와 디스토션이다 Electrocompaniet AW250 R Power
1973년 핀란드 탐페레 공대 매티 오탈라(Matti Otala) 교수가 훗날 오디오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게 되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An Audio Amplfier For Ultimate Quality Requirements'(궁극의 음질을 위한 오디오 앰프)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양질의 트랜지스터 앰프를 위해서는 THD(전고조파왜곡)보다는 TIM(트랜스 인터모듈레이션) 왜곡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심은 NFB(네거티브 피드백)를 대폭 걸어 THD를 낮추다 보면 정작 앰프의 스피드가 그만큼 줄어들어 TIM 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오탈라 교수의 이 이론을 처음 앰프에 접목시킨 제작사가 바로 1973년에 설립된 노르웨이의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 그 첫 앰프가 The 2-Channel Power Amplifier(2채널 파워 앰플리파이어)였다. 이 25W 짜리 스테레오 파워앰프는 당시 트랜지스터 앰프와는 격이 다른 음질을 선보이며 오디오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때문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는 초창기 오탈라(Otala) 앰프라고도 불렸다.
이번 시청기인 AW250 R 스테레오 앰프는 이러한 일렉트로콤파니에의 ‘TIM-free’ 설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2011년에 나온 제품인데도 맑고 투명한 음색, 넘치는 파워로 지금까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필자 역시 자택에서 이 앰프를 쓰고 있다. 그동안 지켜본 이 앰프의 됨됨이로 볼 때 그 '맑고 투명한 음색'은 일부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스피드'(speed)와 '정확성'(accuracy)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AW250 R 파워앰프 기본 팩트 체크
AW250 R은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8옴에서 250W를 내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4옴에서는 380W, 2옴에서는 625W를 뿜어낸다. 비록 스피커 임피던스 변화에 완벽히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옴에서도 1100W를 내주는 점이 대단하다.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
이는 이 회사에서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라고 명명한 전원부 설계로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해준 덕분이다. 실제로 최대 피크 전류는 무려 100A에 달한다. 전원 트랜스는 65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위아래 겹쳐 2개 투입됐고, 평활 및 정전 커패시터는 1만 uF 짜리를 12개 써서 총 12만 uF의 정전용량을 확보했다.
Electrocompaniet AW250 R Stereo Amplifier 내부
AW250 R은 또한 출력단에 채널당 1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써서 푸쉬풀 구동하는 클래스 AB 증폭 앰프다. 7W까지는 클래스 A로 작동한다. 즉 7W 출력까지는 6개 트랜지스터가 놀고 있을 때에도 바이어스 전류를 계속해서 걸어준다는 얘기다. 내부 사진을 보면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뒤에 4개의 방열핀, 그 양옆으로 6개씩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정확히 좌우대칭 형태로 붙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앰프가 ‘듀얼 모노’라는 이름을 단 이유다.
외관에서는 전면 패널 앞에 장착된 두꺼운 아크릴 수지가 디자인 포인트다. 영국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Imperial Chemical Industries)에서 만든 퍼스펙스(Perspex) 제품인데, 이 아크릴 수지가 없었으면 이 무게 39kg의 대형 앰프는 자칫 밋밋할 수도 있었다.
후면에는 밸런스(XLR) 입력단자밖에 없다. 수컷 XLR 단자도 1개씩 마련됐는데, 이는 AW250 R를 1대 더 연결해 브릿지 모드로 사용하거나 혹은 2대로 바이앰핑을 할 때 쓰인다. 따라서 AW250 R에 스피커 케이블 바인딩 포스트가 채널당 2조씩 달린 것은 1대로 바이앰핑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1대로는 바이와이어링만 가능할 뿐이다.
필자가 이를 강조하는 것은 일부 인터넷에 AW250 R 1대로 바이앰핑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저역과 중고역을 나눠 바이앰핑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AW250 R 매뉴얼만 봐도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TIM-free 앰프에 대하여
흔히 앰프 메이커들이 스펙에서 강조하는 것이 전고조파왜율, 즉 THD(Total Harmonics Distortion)이다. THD가 앰프가 증폭을 하면서 생긴 고조파 성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값이 낮을수록 증폭 과정에서 착색이나 왜곡이 없다는 주장이다. AW250 R의 THD 역시 0.001% 이하를 보일 정도로 무척 낮다.
하지만 오탈라 교수의 앰프 이론을 철저히 추종한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HD보다 트랜스 인터모듈레이션 왜율, 즉 TIM(Trans Inter-Modulation) 왜율이 더 낮아야 한다는 것에 포커싱을 맞췄다. 일부 해외 유저들이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TIM-free’ 앰프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TIM 왜곡은 한마디로 입력신호가 매우 빠르게 변했는데도 출력 신호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앰프 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클리핑과 순간적인 오버슈트를 일으킨다. 제대로 된 방형파(square wave)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봐도 된다. 한편 TIM 왜곡은 SID(Slewing Induced Distortion. 슬루 인듀스드 디스토션)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슬루 레이트(Slew rate) 역시 앰프의 스피드를 알 수 있는 척도다.
그리고 오탈라 교수와 일렉트로콤파니에가 이 TIM 왜곡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은 것이 바로 네거티브 피드백(NFB. Negative FeedBack)이다. 출력 신호의 일부를 입력신호에 역위상(negative) 형태로 되먹여 고조파 노이즈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출력값을 입력값과 비교해 원 시그널과 다른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실제로 NFB를 많이 걸면 THD 값이 대폭 내려가고 출력 신호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NFB는 트랜지스터 앰프의 THD를 낮춘 대가로 음질 열화라는 부작용을 앰프에 안겼다. TIM 왜곡은 그 부작용 중 하나다. NFB는 또한 게인 값의 일부를 빼야 하는 특성상 처음 증폭 설계를 할 때 게인 값을 넉넉하게 잡아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이는 결국 더 많은 증폭 소자를 투입해야 하고 이로 인한 음질 왜곡 심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IM 왜곡을 줄이기 위해 입력신호가 들어오는 파워앰프의 입력/프리단(전압 증폭단)에는 NFB를 일체 걸지 않았다. 게인이 이뤄지는 전압 증폭단만큼은 출력값이 미세한 입력신호를 건들지 않도록 해 TIM 왜곡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다. 제작사에서는 이 입력/프리단을 FET 소자를 활용한 ‘트랜스컨덕턴스’(trasnconductance) 앰프로 설계했다. 이에 비해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트랜스임피던스’(transimpedance) 앰프, 즉 출력/파워단(전력 증폭단)에는 고조파가 증폭과정에서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NFB를 약하게 건다고 밝히고 있다.
FTT, 전원부 설계의 히든카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 전원부에 투입되는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에 대해 좀 더 살펴봤다. 제작사에서는 FTT가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하는 전원부 설계(capable of delivering twice the current of conventional power supply designs)라고 밝혔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없다.
필자가 보기에 FTT는 ‘띄워놓다’ ‘부양하다’라는 플로팅(floating) 뜻 그대로, 전원의 음극(-)이 접지에 연결되는 일반적인 앰프 설계와 달리, 음극이 직접 출력 트랜지스터에 연결돼 접지 루프 노이즈의 영향을 안 받게 하는 설계로 보인다. 결국 필자가 예전 진공관 앰프에 푹 빠졌을 때 살펴봤던 서클로트론(Circlotron) 회로와 거의 유사하다.
서클로트론(Circlotron) 회로
서클로트론 회로는 1개 전원의 양극(+)이 진공관 A의 플레이트에, 음극(-)이 진공관 B의 캐소드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진공관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진공관 A의 캐소드에 연결된다. 한마디로 접지 루프에서 벗어난, 접지에서 공중부양돼 마치 배터리처럼 작동하는 그들만의 전원공급 리그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AW250 R은 진공관이 아니라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쓰고 있기 때문에, 1개 전원의 양극이 BJT A의 컬렉터에, 음극이 BJT B의 에미터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BJT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BJT A의 에미터에 연결된다. 일렉트로콤파니에 FFT 전원부가 2개 전원 트랜스와 밸런스 구성, 푸쉬풀 구동의 출력단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같은 회로 구조 때문이다.
한편 서클로트론 회로가 1950년대에 진공관 앰프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개발된 만큼, 일렉트로콤파니에의 FTT 파워서플라이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를 대폭 낮추는 결과도 얻었다. AW250 R의 출력 임피던스는 가청 영역대에서 0.008옴 이하를 보인다. 스피커 임피던스가 8옴일 경우 댐핑팩터가 무려 1000이라는 얘기다.
일렉트로콤파니에와 마이클 잭슨
어쩌면 지금 언급하려는 내용은 사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리뷰하면서 마이클 잭슨 이야기를 안 하는 것 또한 직무유기다. 바로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 스페셜 땡스(Special Thanks To)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페르 아브라함센(Per Abrahamsen)이 언급된 사연이다.
그 사연은 이랬다.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e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78년 마이클 잭슨이 출연한 영화 ‘마법사'(The Wiz) 사운드트랙을 레코딩하면서 마이클 잭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Off the Wall’, ‘Thriller’, ‘Bad’, ‘Dangerous’, ‘HIStory’, ‘Invincible’ 앨범에도 참여했다. 그는 1991년 ‘Dangerous’ 앨범으로 그래미 최우수 엔지니어링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브루스 스웨디언이 자신의 LA 스튜디오에서 이들 마이클 잭슨 앨범을 녹음할 때 쓴 앰프가 일렉트로콤파니에 제품이었다. “내 인생을 바꾼 앰프”라는 말까지 했다. 'Thriller'를 포함한 마이클 잭슨 앨범의 'Technical Support'(기술 지원)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1995년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 스페셜 땡스에 이름이 실린 일렉트로콤파니에
1995년 ‘HIStory’ 앨범 크레딧의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실린 사연은 더 극적이다. 브루스 스웨디언이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를 언급하고 싶었지만 레코딩 회사에서 반대했다. 굳이 노르웨이 앰프 회사 이름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레코딩 회사를 찾은 마이클 잭슨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해주시죠.”(It’s got to be that way.)
시청
개인적으로 AW250 R의 됨됨이를 이미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집에서 마이텍의 Manhattan II DAC에 물려 여러 다양한 음악을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앰프는 좋은 의미에서 무색무취하다. 스피커에 증폭된 음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없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8옴 250W 출력이 무색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하지만 저역 에너지가 넘쳐나는 음악을 재생할 때는 역시나 스피커가 터질 만큼 강렬한 한방을 선사했다.
AW250 R은 또한 무척 빠르고 정확한 앰프다. 태어나길 굼뜨거나 어정쩡하거나 질척거리는 꼴을 못 봐주는 그런 앰프이자, 음색을 따뜻하게 혹은 소릿결을 일부러 폭신폭신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화장발의 앰프도 아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기존에 쓰던 올닉 300B 진공관 앰프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갈수록 300B에는 특유의 기분 좋은 왜곡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필자의 애장기인 바쿤 사트리 앰프와는 그 투명한 음색은 비슷하지만 저역 에너지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확실히 몇 수 위였다.
이번 AW250 R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이뤄졌다. AW250 R과 거의 제 짝인 것처럼 매칭되는 일렉트로콤파니에 프리앰프 EC4.8과 웨이버사의 WDAC3를 동원했다. EC4.8은 전원부까지 듀얼 모노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며, 이 덕분에 채널 분리도가 무려 120dB 이상을 보인다. 볼륨이 게인(-111dB~8dB) 조절 방식인 점과, 주파수 응답 특성이 0.5Hz~200kHz에 걸쳐 플랫한 점도 돋보인다. 밸런스(XLR) 출력 임피던스는 100옴. WDAC3는 이번에 처음 물려 들어봤는데 그 선명한 해상도와 은근히 부드러운 소릿결에 깜짝 놀랐다. 스피커는 B&W의 802 D3였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확실히 집에서 들을 때보다 볼륨을 마음껏 높일 수 있으니 이 곡의 감동과 AW250 R의 능력치가 단번에 올라간다. 우선 4악장을 여는 팀파니의 양감과 펀치감, 탄력감이 좋다. 팀파니가 그냥 실물 사이즈로 시청실에 출몰한 듯하다. 배음은 풍부하며 악기들의 배치는 입체적이다. 전체적으로 싱싱하고 빠른 스피드가 돋보이는 음이다. 그래서인지 나오는 음들이 저마다 똘똘하고 똘망하다. 음끝이 거칠거나 사납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AW250R의 기본 성정. 스피커 구동력에 집중해보면 802 D3 각 유닛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느낌이다. 스피커 어디에도, 유닛은 물론 내부 공간 어디에도 노는 것들이 없다. 막판 2분, 팀파니의 연타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했다. 802 D3를 만나니 AW250 R이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대단한 재생이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Take The Power Back Rage Against The Machine
이러니 RATM의 ‘테이크 더 파워 백’을 안 들어볼 수가 없다. 처음 터져 나오는 일렉 베이스 기타 음부터 장난이 아니다. 기세와 파워가 엄청난데도 흐트러짐이나 색 번짐이 없다. 일렉 기타가 재빨리 치고 빠지는 느낌, 탁탁 끊어치는 느낌이 완전 제대로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음들의 홍수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 또 하나, 음이 메마르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보컬의 입술에 묻은 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 점이 그 확실한 사례다.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앨범에서 ‘JAM’도 들어봤는데, 진짜 시청실 어딘가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듯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 이런 앰프를 집에서 너무 얌전한 볼륨으로 대접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음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또렷한 점, 그 어떤 지저분하거나 잡스러운 것들이 붙어있지 않은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Dies Irae, Tuba Mirum Mozart Requiem
모차르트 레퀴엠 중 ‘분노의 날’을 들어보면 생크림처럼 소프트한 음의 감촉이 돋보인다. 재생음이 무척 낮게 깔리는 점도 눈에 띄는데, 이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클래스 D 앰프처럼 음이 흩날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무대 앞 아래에 위치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어 ‘기적의 나팔소리’에서는 AW250 R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인 ‘기름기를 쏙 뺀 싱싱한 음’을 만끽했다. 이날 따라 바리톤이 상당히 오른쪽에서 등장한 점, 3번째로 등장한 메조소프라노의 존재감이 거의 역대급으로 펼쳐진 점도 솔깃했다. 캣 에드몬슨의 ‘Lucky’에서는 그녀가 의자에 앉아 필자 한 사람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다. 그녀의 호흡과 향이 훅 들어와 소름이 돋았을 정도. 투명한 음은 마치 비가 많이 내린 다음 날, 말쑥해진 먼 산을 바라보는 듯했다. 제시 쿡의 ‘Vertigo’는 기타의 강력한 저역을 해일처럼 스피커에 몰아주는 모습이 확연했다.
총평
AW250 R을 집에 처음 설치하던 날이 떠오른다. 얼른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39kg이나 나가는 앰프를 혼자서 들어 올렸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앰프 전원을 넣고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은 쇼스타코비치 5번. 차분하고 정갈하면서도 배음이 풍부한 음이었다.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빈의 뮤지크페라인에서 들었던 쇼스타코비치 5번의 감촉, 그대로였다. 출력을 과시하는 타입이 아니라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감을 안기는 그런 앰프였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묵직하고 단단했다. 이번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마음껏 볼륨을 높여 들어보니 AW250R의 속내와 숨은 능력이 새로 발견됐다. 그것은 바로 넉넉한 헤드룸이었고, 큰 볼륨에서도 찌그러짐이 일절 없는 말쑥한 재생음의 촉감이었다. 역시 앰프는 스피드와 디스토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임을 AW250 R이 다시 깨닫게 해줬다. 일청을 권한다.
중량급바디에 우아한 컬러, 듀얼 모노구조로 강력한 전원부를 갖춘 채널당 250와트/8옴 출력의 스테레오 파워앰프입니다.
순도높은 음과 빼어난 투명도가 돋보이며, 충실한 전원부에 힘입은 구동력으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오케스트라의 투티에서도 압도적인 에너지와 입체적인 음장감의 파워를 얻을수 있습니다.
전시품 신품입니다.
판매가는 송료포함 900만원이고 다른제품과 절충교환 가능합니다.
광주지역 직거래 가능하고 전국택배 가능합니다.
010-8615-1858
poohlover4364@hanmail.net
Stereo Power Amplifier AW250R
Electrocompaniet의 AW250R 파워앰프는 착색없는 뛰어난 재생으로 잘 알려진 제품입니다. 익숙한 음반을 재생해보면 첫번째 음표가 재생되면서부터 AW250R이 전해주는 음악적 쾌감에 매혹될 것입니다.
AW250R은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 기술이 적용된 파워 서플라이와 기존보다 두 배의 용량을 전달하는 전원부 디자인, 그리고 일등급 회로와 선별된 부품을 사용하였습니다.
AW250R은 바이앰핑을 위한 밸런스 링크가 준비되어 있으며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와의 매칭을 위해 브리지 모드로의 사용도 가능합니다.
SPECIFICATION
Amplifier section
Output Impedance (20 Hz - 20 kHz) < 0,008 ohm
RCA (single) input impedance 220 kohm XLR (balanced) input impedance 110 kohm
Input sensitivity for rated output 1 V
Max. peak current > 100 A
THD (measured at 1 kHz
half power, 8 W) < 0,001 %
THD (measured at 1 kHz -1 dB, 8 W) < 0,001 %
Noise (measured with both inputs shorted) 400 Hz - 30 kHz : 90 ?V10 Hz - 30 kHz : 100 ?V
Rated output power 8 ohms 2 x 250 W 4 ohms 2 x 380 W 2 ohms 2 x 625 W 1 ohms 2 x 1100 W
Power consumption (no load or signal) 230 W
Dimensions Width 483 mm / 19 inches Depth 450 mm / 17 inches Height 210 mm / 8.2 inches
Weight 39 kg. / 85.8 lbs.
오디오 리뷰
관건은 결국 스피드와 디스토션이다
Electrocompaniet AW250 R Power
1973년 핀란드 탐페레 공대 매티 오탈라(Matti Otala) 교수가 훗날 오디오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게 되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An Audio Amplfier For Ultimate Quality Requirements'(궁극의 음질을 위한 오디오 앰프)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양질의 트랜지스터 앰프를 위해서는 THD(전고조파왜곡)보다는 TIM(트랜스 인터모듈레이션) 왜곡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심은 NFB(네거티브 피드백)를 대폭 걸어 THD를 낮추다 보면 정작 앰프의 스피드가 그만큼 줄어들어 TIM 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오탈라 교수의 이 이론을 처음 앰프에 접목시킨 제작사가 바로 1973년에 설립된 노르웨이의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 그 첫 앰프가 The 2-Channel Power Amplifier(2채널 파워 앰플리파이어)였다. 이 25W 짜리 스테레오 파워앰프는 당시 트랜지스터 앰프와는 격이 다른 음질을 선보이며 오디오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때문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는 초창기 오탈라(Otala) 앰프라고도 불렸다.
이번 시청기인 AW250 R 스테레오 앰프는 이러한 일렉트로콤파니에의 ‘TIM-free’ 설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2011년에 나온 제품인데도 맑고 투명한 음색, 넘치는 파워로 지금까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필자 역시 자택에서 이 앰프를 쓰고 있다. 그동안 지켜본 이 앰프의 됨됨이로 볼 때 그 '맑고 투명한 음색'은 일부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스피드'(speed)와 '정확성'(accuracy)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AW250 R 파워앰프 기본 팩트 체크
AW250 R은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8옴에서 250W를 내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4옴에서는 380W, 2옴에서는 625W를 뿜어낸다. 비록 스피커 임피던스 변화에 완벽히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옴에서도 1100W를 내주는 점이 대단하다.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
이는 이 회사에서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라고 명명한 전원부 설계로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해준 덕분이다. 실제로 최대 피크 전류는 무려 100A에 달한다. 전원 트랜스는 65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위아래 겹쳐 2개 투입됐고, 평활 및 정전 커패시터는 1만 uF 짜리를 12개 써서 총 12만 uF의 정전용량을 확보했다.
Electrocompaniet AW250 R Stereo Amplifier 내부
AW250 R은 또한 출력단에 채널당 1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써서 푸쉬풀 구동하는 클래스 AB 증폭 앰프다. 7W까지는 클래스 A로 작동한다. 즉 7W 출력까지는 6개 트랜지스터가 놀고 있을 때에도 바이어스 전류를 계속해서 걸어준다는 얘기다. 내부 사진을 보면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뒤에 4개의 방열핀, 그 양옆으로 6개씩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정확히 좌우대칭 형태로 붙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앰프가 ‘듀얼 모노’라는 이름을 단 이유다.
외관에서는 전면 패널 앞에 장착된 두꺼운 아크릴 수지가 디자인 포인트다. 영국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Imperial Chemical Industries)에서 만든 퍼스펙스(Perspex) 제품인데, 이 아크릴 수지가 없었으면 이 무게 39kg의 대형 앰프는 자칫 밋밋할 수도 있었다.
후면에는 밸런스(XLR) 입력단자밖에 없다. 수컷 XLR 단자도 1개씩 마련됐는데, 이는 AW250 R를 1대 더 연결해 브릿지 모드로 사용하거나 혹은 2대로 바이앰핑을 할 때 쓰인다. 따라서 AW250 R에 스피커 케이블 바인딩 포스트가 채널당 2조씩 달린 것은 1대로 바이앰핑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1대로는 바이와이어링만 가능할 뿐이다.
필자가 이를 강조하는 것은 일부 인터넷에 AW250 R 1대로 바이앰핑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저역과 중고역을 나눠 바이앰핑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AW250 R 매뉴얼만 봐도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TIM-free 앰프에 대하여
흔히 앰프 메이커들이 스펙에서 강조하는 것이 전고조파왜율, 즉 THD(Total Harmonics Distortion)이다. THD가 앰프가 증폭을 하면서 생긴 고조파 성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값이 낮을수록 증폭 과정에서 착색이나 왜곡이 없다는 주장이다. AW250 R의 THD 역시 0.001% 이하를 보일 정도로 무척 낮다.
하지만 오탈라 교수의 앰프 이론을 철저히 추종한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HD보다 트랜스 인터모듈레이션 왜율, 즉 TIM(Trans Inter-Modulation) 왜율이 더 낮아야 한다는 것에 포커싱을 맞췄다. 일부 해외 유저들이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TIM-free’ 앰프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TIM 왜곡은 한마디로 입력신호가 매우 빠르게 변했는데도 출력 신호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앰프 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클리핑과 순간적인 오버슈트를 일으킨다. 제대로 된 방형파(square wave)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봐도 된다. 한편 TIM 왜곡은 SID(Slewing Induced Distortion. 슬루 인듀스드 디스토션)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슬루 레이트(Slew rate) 역시 앰프의 스피드를 알 수 있는 척도다.
그리고 오탈라 교수와 일렉트로콤파니에가 이 TIM 왜곡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은 것이 바로 네거티브 피드백(NFB. Negative FeedBack)이다. 출력 신호의 일부를 입력신호에 역위상(negative) 형태로 되먹여 고조파 노이즈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출력값을 입력값과 비교해 원 시그널과 다른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실제로 NFB를 많이 걸면 THD 값이 대폭 내려가고 출력 신호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NFB는 트랜지스터 앰프의 THD를 낮춘 대가로 음질 열화라는 부작용을 앰프에 안겼다. TIM 왜곡은 그 부작용 중 하나다. NFB는 또한 게인 값의 일부를 빼야 하는 특성상 처음 증폭 설계를 할 때 게인 값을 넉넉하게 잡아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이는 결국 더 많은 증폭 소자를 투입해야 하고 이로 인한 음질 왜곡 심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IM 왜곡을 줄이기 위해 입력신호가 들어오는 파워앰프의 입력/프리단(전압 증폭단)에는 NFB를 일체 걸지 않았다. 게인이 이뤄지는 전압 증폭단만큼은 출력값이 미세한 입력신호를 건들지 않도록 해 TIM 왜곡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다. 제작사에서는 이 입력/프리단을 FET 소자를 활용한 ‘트랜스컨덕턴스’(trasnconductance) 앰프로 설계했다. 이에 비해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트랜스임피던스’(transimpedance) 앰프, 즉 출력/파워단(전력 증폭단)에는 고조파가 증폭과정에서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NFB를 약하게 건다고 밝히고 있다.
FTT, 전원부 설계의 히든카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 전원부에 투입되는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에 대해 좀 더 살펴봤다. 제작사에서는 FTT가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하는 전원부 설계(capable of delivering twice the current of conventional power supply designs)라고 밝혔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없다.
필자가 보기에 FTT는 ‘띄워놓다’ ‘부양하다’라는 플로팅(floating) 뜻 그대로, 전원의 음극(-)이 접지에 연결되는 일반적인 앰프 설계와 달리, 음극이 직접 출력 트랜지스터에 연결돼 접지 루프 노이즈의 영향을 안 받게 하는 설계로 보인다. 결국 필자가 예전 진공관 앰프에 푹 빠졌을 때 살펴봤던 서클로트론(Circlotron) 회로와 거의 유사하다.
서클로트론(Circlotron) 회로
서클로트론 회로는 1개 전원의 양극(+)이 진공관 A의 플레이트에, 음극(-)이 진공관 B의 캐소드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진공관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진공관 A의 캐소드에 연결된다. 한마디로 접지 루프에서 벗어난, 접지에서 공중부양돼 마치 배터리처럼 작동하는 그들만의 전원공급 리그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AW250 R은 진공관이 아니라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쓰고 있기 때문에, 1개 전원의 양극이 BJT A의 컬렉터에, 음극이 BJT B의 에미터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BJT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BJT A의 에미터에 연결된다. 일렉트로콤파니에 FFT 전원부가 2개 전원 트랜스와 밸런스 구성, 푸쉬풀 구동의 출력단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같은 회로 구조 때문이다.
한편 서클로트론 회로가 1950년대에 진공관 앰프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개발된 만큼, 일렉트로콤파니에의 FTT 파워서플라이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를 대폭 낮추는 결과도 얻었다. AW250 R의 출력 임피던스는 가청 영역대에서 0.008옴 이하를 보인다. 스피커 임피던스가 8옴일 경우 댐핑팩터가 무려 1000이라는 얘기다.
일렉트로콤파니에와 마이클 잭슨
어쩌면 지금 언급하려는 내용은 사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리뷰하면서 마이클 잭슨 이야기를 안 하는 것 또한 직무유기다. 바로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 스페셜 땡스(Special Thanks To)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페르 아브라함센(Per Abrahamsen)이 언급된 사연이다.
그 사연은 이랬다.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e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78년 마이클 잭슨이 출연한 영화 ‘마법사'(The Wiz) 사운드트랙을 레코딩하면서 마이클 잭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Off the Wall’, ‘Thriller’, ‘Bad’, ‘Dangerous’, ‘HIStory’, ‘Invincible’ 앨범에도 참여했다. 그는 1991년 ‘Dangerous’ 앨범으로 그래미 최우수 엔지니어링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브루스 스웨디언이 자신의 LA 스튜디오에서 이들 마이클 잭슨 앨범을 녹음할 때 쓴 앰프가 일렉트로콤파니에 제품이었다. “내 인생을 바꾼 앰프”라는 말까지 했다. 'Thriller'를 포함한 마이클 잭슨 앨범의 'Technical Support'(기술 지원)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1995년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 스페셜 땡스에 이름이 실린 일렉트로콤파니에
1995년 ‘HIStory’ 앨범 크레딧의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실린 사연은 더 극적이다. 브루스 스웨디언이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를 언급하고 싶었지만 레코딩 회사에서 반대했다. 굳이 노르웨이 앰프 회사 이름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레코딩 회사를 찾은 마이클 잭슨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해주시죠.”(It’s got to be that way.)
시청
개인적으로 AW250 R의 됨됨이를 이미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집에서 마이텍의 Manhattan II DAC에 물려 여러 다양한 음악을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앰프는 좋은 의미에서 무색무취하다. 스피커에 증폭된 음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없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8옴 250W 출력이 무색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하지만 저역 에너지가 넘쳐나는 음악을 재생할 때는 역시나 스피커가 터질 만큼 강렬한 한방을 선사했다.
AW250 R은 또한 무척 빠르고 정확한 앰프다. 태어나길 굼뜨거나 어정쩡하거나 질척거리는 꼴을 못 봐주는 그런 앰프이자, 음색을 따뜻하게 혹은 소릿결을 일부러 폭신폭신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화장발의 앰프도 아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기존에 쓰던 올닉 300B 진공관 앰프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갈수록 300B에는 특유의 기분 좋은 왜곡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필자의 애장기인 바쿤 사트리 앰프와는 그 투명한 음색은 비슷하지만 저역 에너지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확실히 몇 수 위였다.
이번 AW250 R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이뤄졌다. AW250 R과 거의 제 짝인 것처럼 매칭되는 일렉트로콤파니에 프리앰프 EC4.8과 웨이버사의 WDAC3를 동원했다. EC4.8은 전원부까지 듀얼 모노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며, 이 덕분에 채널 분리도가 무려 120dB 이상을 보인다. 볼륨이 게인(-111dB~8dB) 조절 방식인 점과, 주파수 응답 특성이 0.5Hz~200kHz에 걸쳐 플랫한 점도 돋보인다. 밸런스(XLR) 출력 임피던스는 100옴. WDAC3는 이번에 처음 물려 들어봤는데 그 선명한 해상도와 은근히 부드러운 소릿결에 깜짝 놀랐다. 스피커는 B&W의 802 D3였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확실히 집에서 들을 때보다 볼륨을 마음껏 높일 수 있으니 이 곡의 감동과 AW250 R의 능력치가 단번에 올라간다. 우선 4악장을 여는 팀파니의 양감과 펀치감, 탄력감이 좋다. 팀파니가 그냥 실물 사이즈로 시청실에 출몰한 듯하다. 배음은 풍부하며 악기들의 배치는 입체적이다. 전체적으로 싱싱하고 빠른 스피드가 돋보이는 음이다. 그래서인지 나오는 음들이 저마다 똘똘하고 똘망하다. 음끝이 거칠거나 사납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AW250R의 기본 성정. 스피커 구동력에 집중해보면 802 D3 각 유닛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느낌이다. 스피커 어디에도, 유닛은 물론 내부 공간 어디에도 노는 것들이 없다. 막판 2분, 팀파니의 연타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했다. 802 D3를 만나니 AW250 R이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대단한 재생이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Take The Power Back
Rage Against The Machine
이러니 RATM의 ‘테이크 더 파워 백’을 안 들어볼 수가 없다. 처음 터져 나오는 일렉 베이스 기타 음부터 장난이 아니다. 기세와 파워가 엄청난데도 흐트러짐이나 색 번짐이 없다. 일렉 기타가 재빨리 치고 빠지는 느낌, 탁탁 끊어치는 느낌이 완전 제대로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음들의 홍수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 또 하나, 음이 메마르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보컬의 입술에 묻은 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 점이 그 확실한 사례다.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앨범에서 ‘JAM’도 들어봤는데, 진짜 시청실 어딘가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듯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 이런 앰프를 집에서 너무 얌전한 볼륨으로 대접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음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또렷한 점, 그 어떤 지저분하거나 잡스러운 것들이 붙어있지 않은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Dies Irae, Tuba Mirum
Mozart Requiem
모차르트 레퀴엠 중 ‘분노의 날’을 들어보면 생크림처럼 소프트한 음의 감촉이 돋보인다. 재생음이 무척 낮게 깔리는 점도 눈에 띄는데, 이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클래스 D 앰프처럼 음이 흩날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무대 앞 아래에 위치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어 ‘기적의 나팔소리’에서는 AW250 R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인 ‘기름기를 쏙 뺀 싱싱한 음’을 만끽했다. 이날 따라 바리톤이 상당히 오른쪽에서 등장한 점, 3번째로 등장한 메조소프라노의 존재감이 거의 역대급으로 펼쳐진 점도 솔깃했다. 캣 에드몬슨의 ‘Lucky’에서는 그녀가 의자에 앉아 필자 한 사람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다. 그녀의 호흡과 향이 훅 들어와 소름이 돋았을 정도. 투명한 음은 마치 비가 많이 내린 다음 날, 말쑥해진 먼 산을 바라보는 듯했다. 제시 쿡의 ‘Vertigo’는 기타의 강력한 저역을 해일처럼 스피커에 몰아주는 모습이 확연했다.
총평
AW250 R을 집에 처음 설치하던 날이 떠오른다. 얼른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39kg이나 나가는 앰프를 혼자서 들어 올렸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앰프 전원을 넣고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은 쇼스타코비치 5번. 차분하고 정갈하면서도 배음이 풍부한 음이었다.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빈의 뮤지크페라인에서 들었던 쇼스타코비치 5번의 감촉, 그대로였다. 출력을 과시하는 타입이 아니라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감을 안기는 그런 앰프였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묵직하고 단단했다. 이번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마음껏 볼륨을 높여 들어보니 AW250R의 속내와 숨은 능력이 새로 발견됐다. 그것은 바로 넉넉한 헤드룸이었고, 큰 볼륨에서도 찌그러짐이 일절 없는 말쑥한 재생음의 촉감이었다. 역시 앰프는 스피드와 디스토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임을 AW250 R이 다시 깨닫게 해줬다. 일청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