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들고 나온 피셔 리시버는 장전축에서 적출한 "암바사더"입니다.
이것 역시 쉽게 보기 힘든 모델로써, 내부 구성은 앞 전에 소개했었던 31R 리젠트와 부분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유사한 제품입니다.
먼저 소리를 들어보면 기존 피셔 리시버보다 화사한 고역과 꽉찬 중역대가 균형감있게 어우러져 듣기 편안한데, 지금껏 느꼈던
피셔 TR 리시버 음색은 대체로 정겹고 포근하며 여유롭다는 것입니다.
장시간 들어도 자극적이지 않고, 디자인 역시 대칭형 혹은 특유의 황금분활 비율 배치로, 보는 이의 충동구매 욕구를 갖게
만들었지 않았읍니까?
언젠가 어느 오디오 매니아의 저서에서 극찬한 피셔 250T (오징어 TR) 리시버를 사용하시던 분들 중에,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으니, 질감있고 윤기있는 소리는 만족하나, 좀 더 선명한 해상력과 휘몰아치듯 박진감있는 출력의 부족에 대한 미련을 얘기한 것처럼.
하지만 출력이 높다고 힘있고 명쾌한 좋은 소리 난다는 보장은 없듯, 소리에 대한 불만은 또 다른 음색의 기기를 탐색하게 만드니, 적당한 출력과 댐핑력을 가진 충실하고 진솔한 앰프야 말로 잔잔하고 촉촉하게 우리의 귀를 적셔 주지 않겠읍니까?
그런 추천 앰프가 바로 초기 게르마늄 TR 앰프로, 구수하면서도 따스한 온도감이 느껴지는데, 너무 소리가 맑고 투명하다보면
아날로그적 정감이 없고 차갑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흔히 오디오계에 회자되는 전설처럼 무조건 초기형 모델의 선택같이, 구형의 선호는 결코 근거없는 낭설 만은 아니란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제품 즉 초기 제품은 회사의 사활 명운을 걸 만큼 관심을 집중시켜 만들어야 했으니, 좋은 부품 선별과 제작 및 조립
과정도 정성껏 최선을 다해 내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시장여론의 동향 파악 및 판매 예상 분석으로 가능성을 타진한 뒤, 반응이 좋으면 그때부터 원가 절감을 고려한 대량
생산에 들어가지 않겠읍니까?
그러나 긴 세월에 장사 없듯 피셔 암바사더 리시버 모델 역시 건강검진 결과 치료를 받았고, 다시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음악만큼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게 또 있을까?
오디오 매니아 중 음악을 떠난 삶은 있을 수 없듯, 음악적 그리움이 피어나는 소박한 오디오의 울림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온 천지가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비록 막귀에 팔랑귀다 보니 아무 소리나 다 좋게 들리지만, 좋은 음악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마음의 자유를 누리다 보면, 이것이야 말로 기쁨이요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겠읍니까?
이상과 같이 전자 기기 문명의 위대한 유산 아니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피셔 리시버, 마침내 소리의 감성을 지배해,
영원히 내 삶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