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김광석: 가객
1. 별이 되어 떠난 벗을 그리며 - 권진원, 송숙환
2. 부치지 않은 편지 (유작) - 김광석
3. 서른 즈음에 - 박학기
4. 광야에서 - 윤도현
5. 나의 노래 - 노래마을
1. 내 사람이여 - 권진원
2. 겨울새 - 안치환
3. 이등병의 편지 - 김현성
4. 어머니 - 노래마을
5. 오랜 날들이 지난 뒤에도 - 백창우
1996년 겨울, 그 해 초에 떠난 김광석의 유작 녹음 '부치지 않은 편지'와 권진원, 백창우, 박학기, 안치환, 김현성, 이정열, 윤도현, 류금신, 노래마을 등 참여 뮤지션들의 절창을 담아내며, 이후 "가객" 이란 호칭을 얻게 된 기념비적인 앨범, '가객, 부치지 않은 편지' (김광석이 남기고 간 노래)가 발매 후 21년 만에 한정판 LP로 발매되었다. 정호승의 시와 백창우의 가사가 지닌 격조. '포효하지 않는 울분' 을 담은 절창이 어우러져 "비극적인 품위" 를 오롯이 담고 있는 대중음악사의 손꼽히는 절대 명반이다.
'가객, 별이 되어 떠난 벗을 그리며...'
1996년 말, 그 해 초 세상을 떠난 김광석이 남긴 유작 녹음과 그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노래가 실린 음반 『가객(歌客)』 이 ‘부치지 않은 편지’ (김광석이 남기고 간 노래) 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애장(愛藏) 앨범이라 자부하고 있는 이 음반은 정호승의 시(詩)와 백창우의 가사(歌詞)가 지닌 격조(格調)와 대중음악사의 아픈 상흔(傷痕)으로 기억되는 김광석의 마지막 유작 녹음 그리고, 참여 뮤지션들의 ‘포효하지 않는 울분’ 을 담은 절창이 만나 "비극적인 품위" 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최고의 트리뷰트(tribute) 앨범이다.
김광석은 세상을 떠나기 전 백창우와 함께 『노래로 만나는 詩』 라는 음반을 준비중 이었기에, 1995년 가을, 정호승 시인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부치지 않은 편지'와 백창우 작사·작곡의 '어머니'라는 두 곡을 녹음했다. 그런데 이 중 '어머니'는 워낙 상태가 안 좋아 지워버리고, '부치지 않은 편지'만 보관해 왔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기 전날 밤에도 그는 백창우와 이 음반 문제를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창우의 소회는 이렇다.
1월 6일이니까.. 전날 5일 낮에는 안치환과 같이 있었다. 같이 김광석을 만나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뜨고 당시 안치환의 집이 인천이라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결국 안치환이 먼저 일어섰고, 나 혼자 몇 시간을 보낸 후 약속 장소인 블루스하우스로 갔었다. 그런데 약속시간에 광석이가 안 나타나더라.. 그래서 전화를 걸었고 광석이가 고단했던 지 잠을 자고 있었다고 와이프가 곧 갈거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얼마후 광석이가 왔다. 기억해보니 광석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 10시간도 채 안 될 때였다.
약속 장소인 블루스하우스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이야기하려면 거의 소릴 지르다시피 해야 했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논의해야 했었기에.. 광석이는 밀러를 마셨는데 많이 마시진 않았다. 병뚜껑을 따는 맥주를 좋아했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일 이야기를 하러 만난 자리라 술을 많이 마실 상황은 아니었다. 근처 커피숍으로 자릴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광석이와 의논한 건, 다름아닌 한국 현대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본격적으로 시도해보자고 만난 자리였다.
광석이가 세상 떠나기 몇 달 전, 1995년 가을
대학가 집회에서 마주친 광석이에게 제안한 현대시를 노래로 만드는 운동에 앞장서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조건없이 참여하겠다. 노래하겠다던.. 한국 현대시 대중화의 전도사가 되자는 계획이었다. 그 대표가수로 광석이를 내세울 생각이었기에 아쉬움이 너무 크다. 광석이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많은 진전이 있었을 것이리라.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여 10여 편씩 발표할 예정이었다. 시인 한 명당 앨범 하나에 해당하는 곡을 새로 만들자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아무튼 밤이 깊어져 자정이 넘었고 1시 가까워졌다. 그날 밤은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편곡, 앨범, 재킷 등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은 자리였다.
그 날 광석이는 이런 이야길 했었다.
‘이제 음악에 눈이 뜨이는 것 같다고..’ 4집 앨범에 가장 많은 자작곡을 넣었다.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자유롭게' 이 3곡이 자작곡이었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는 시인 류근의 시에 곡을 붙였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눈이 열린 셈이었다. 그 전엔 송라이팅보다는 선곡 능력이 정말 빼어났었던 김광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광석이를 붙잡고 더 많은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안치환이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그 때 집으로 가지 않고 몇 시간 기다렸다가 광석이를 함께 만났더라면 아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을 거다. 술도 많이 마셨을 것이고.. 분명 새벽까지 자리가 이어졌을 테고.. 광석이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잤을 것이고.. 그랬다면.. 음..
집이 코앞이었던 광석이를 바래다주고 나는 성남 집으로 향했다. 헤어지기 전에도 우린 한잔 더 할까 그랬었다.
하지만 왠지 들여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던 것 같고 해서 집 앞까지 바래다주면서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나도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 뒤척거리는데 왠지 잠이 안 왔다. 커피 두세 잔을 연거푸 마셔서 그런 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깨어 있는데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이었다.
『가객(歌客)』
이 앨범에 붙인 타이틀로부터 김광석은 ‘가객’ 이란 칭호로 불려지기 시작한다. 이 앨범에는 '부치지 않은 편지'의 세 가지 버전의 녹음이 실려있다.
하나는 1995년 가을 김광석이 녹음한 것을 그대로 실었다. 현악기 연주는 김동석 등 8명의 현악팀과 동명의 기타 연주자 김광석의 어쿠스틱기타 아르페지오가 김광석의 처연한 목소리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비장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두 번째 녹음은 통기타 중심으로 김광석의 포크 음악 분위기를 살렸다. 김광석의 노래 파트 외에 연주와 녹음, 편곡 등을 모두 일본에서 작업했다. 세 번째 녹음은 록(Rock)적인 느낌으로 편곡해 이정열과 노래마을이 노래하고, 사랑과 평화가 연주한 것이다. 최선배의 하모니카와 트럼펫 연주와 역시 김동석 등 8명이 현악 연주를 맡았다.
특히, 이 앨범에는 '김광석이 남기고 간 노래' 라는 부제에 걸맞게.. 김광석이 평소 좋아하고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동료, 선후배들이 다시 편곡해 부른 몇 곡이 실려있다. 윤도현의 '광야에서', 이정열의 '그루터기', 노래마을의 '나의 노래', '어머니',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박학기의 '서른 즈음에', 작곡자 김현성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를 비롯해 본 앨범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권진원의 '내 사람이여'와 이 앨범의 기획자인 백창우의 창작곡으로 '별이 되어 떠난 벗을 그리며'를 권진원과 김광석의 오랜 동료인 송숙환이 절절하게 노래한다.
'겨울새'를 안치환이 불렀고, 맨 마지막 트랙에는 이 헌정 앨범의 주제곡이자 김광석에게 바치는 '오랜 날들이 지난 뒤에도'를 백창우가 헌사한다.
이 앨범의 기획자이자, 낮은 곳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보낸 백창우는
“김광석은 우리와 한 시대에 태어나 잠깐 만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그러나 문득문득 소용돌이치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다. 우리 마음에 그가 남아있는 한 그는 우리와 함께 한다” 고 전했다.
매일 지나치면 그만인 시시한 일상을 따뜻하게 밝혀주던 저녁 방안의 백열등 같은 그의 노래들.. 한시절 많은 이들 역시 그의 노래로 진하게 위로를 받았으리라. 2017년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아픈 상흔’ 으로 회자되는 가객 김광석의 사후 21주기였다.
석연치 않은 그의 영면(永眠)을 뒤로 한 채, 떠나간 이를 기억해야 하는 슬픔도 때론 선물이 되고 축복이 됨을 알게 되었다. 끝나지 않을 그의 노래와 생명력을 한정판 LP에 담아내고자 하는 작은 시도를 해본다. - 최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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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컬러 음반은 제작 공정상 색상의 차이나, 얼룩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재생에 지장이 없는 미세한 스크레치가 있을 수 있읍니다.
3. 음반의 튀는 현상은 음반 불량이 아닌 톤암과 침압의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생기는 현상입니다.
4. 조절 기능이 있는 턴테이블을 사용하거나 무게 중심을 바늘 쪽으로 조정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