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날 오후에 적근산 하늘이 우중충 해지더니 결국 새벽 2시가 넘어서자 외곽 경비 초소에도 함박눈이 내렸다.
말이 경비초소이지 그냥 산밑에 땅굴을 파고 그 당시는 비닐 조각도 귀하던 시절이라서 초스 입구는 싸리나무 틀에 헌가마니를 뜯어서 걸쳐 놓아서 한겨울 칼바람을 겨우 막아주는 정도였다.
한시간마다 교대를 하는 보초였는데 워낙 추운 전방지대라서 한시간 보초를 서고 나면 발이 얼얼했고 볼떼기는 얼어서 암호교대도 생략하고 그냥 캄캄한 초소 쪽으로 걸어오는 자태만 보고 같은 부대원으로 인지하고 그냥 교대 할 정도였는데..막사 쪽으로 걸어오면서도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분이 저의기 걱정이였다.
왜야하면 새로 온 사단장 놈이 퍽하면 사병들을 사단 영창에 가두는 바람에 ,,,사단장 차만 봐도 사병들이 인사는 커녕 숲으로 숨기 바빴다.
지난주도 위병소에 전남 여수에서 오일병 모친이 그 먼길을 달려와 면회를 왔었는데..마침 사단장 차가 통신대로 들어오니 위병서던 쫄병이 지례 겁을 먹고
"아주머니 고개 숙이시던지 앉으세요,,사단장 차 옵니다."
혹여 무슨 지적으로 영창 갈까 두려워 다급하게 소리치자 ..아들이 위병소로 나오기를 기다리시던 모친이 위병소 바닥으로 납짝 엎드리자
사단장 차가 위병소에 도착하고
"방금 인사 안하고 숙인 사람 누구냐?"
사단장 차에 탄 보좌관이 사단장 명령으로 위병에게 물었고...그날 오후에 헌병대 차가 와서 그날 위병 근무자를
"워카 끈 풀어 이 새끼야!"
하더니 헌병대 영창으로 보냈다.
2.
두달 전에는 우물파던 사병들이 사단장 차가 뜨자 하급히 우물 구덩이 안으로 전부 숨었다가 한명도 아니고 그날 작업자 5명 전부 사단 영창에 끌려가서 밤새도록 영창 창살에 까꾸로 매달려 끙끙 거리면서 발바닥을 얻어 맞았는데..그때 고통으로 인간 입에서도 고통이 심하면 동물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3.
사단장놈이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바람에 ..곡운구곡 그 아름다운 강변에 물을 막고 영하 20도가 가까운 날에도 우리소대는 그 강변 스케이트 장에서 좋은 얼음상태를 유지 하려고 애를 먹었는데...날이 매우 추우면 전날 빙질을 좋게 하기 위하여 물을 새로 더 채웠는데 얼음도 혹한 칼바람에 얼면서 표면이 우들투들 해져 버렸고 ...빙질이 나쁘다고 작업자 전원 영창을 가서 엄청 뚜둘겨 맞았다.
그날 영창 들어가는 날은 간수병이 워낙 악독한 놈이라서 ...영창 복도에서 각종 벌로인하여 기절을 해야만 영창 문 안으로 들어 가게 했는데 같이간 답십리 박일병도 기절하고 부산 문병장님도 기절을 하고 나서 영창 문 안으로 들어 갔는데,,,나는 기절도 안되어서 그중 가장 많이 후둘겨 맞았다.
영창서 기절을 하면 ...찬물을 한바가지 부었고 그러면 흰 눈동자가 다시 돌아 왔었다.
4.
눈이 내리면 소대원들은 면소재지 삼거리에서 사단 입구 까지 역 4km 길을 눈을 치운다고 새벽부터 애를 먹었다.
전에 사단장 시절에는 그래도 아침 먹고나서 눈 치우는 작업을 했는데...사단장이 바뀌고 나서는 새벽 부터 눈 치우는 작업을 했었고
그도 사단장 차가 출근 길에 조금이라도 눈에 미끄러지는 날은 눈 작업을 한 사병들을 ,,,웃통을 까고 눈으로 마사지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도록 벌을 내렸다.
그리고 나서는 개울에 무거운 돌을 하나 씩 어께에 메고 부대로 복귀하여 그 돌로 부대 담을 쌓는 지시를 내렸다.
그당시 다들 김신조 때문에 부대 군기가 쌔졌다고 ,,,전부 김신조 욕을 했는데...제대 후 미국에가서 사는데,,뉴욕 타임지가
" 한국은 똥별이 너무 많은 나라"
라는 기사를 내었고 그리고 나서 나는 전방 부대서 거의 인권유린에 가까워도 위국헌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그런 혹독한 고생은 위국헌신이 아니고 심보가 나쁜 똥별이 군법을 무시하고 지멋되로 사병들을 영창보내고 한 것으로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밥풀떼기 하나만 달아도 훌륭한 장교로 존경하고 별을 하나 달았던 사람은 하나님 이상으로 복종하고 설설 기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장 인권유린이 심했던 군대생활이였다는 것을 지울수 없다.
나이가 드니 자연 사색의 깊이도 달라지고 가치관의 사고도 달라지니 잘 나가던 동창회도 졸업을 하고 싸움박질 하는 정치도 관심조차 없어지지만 요며칠 토막 살인 사건이 뉴스 화면을 스치고 .....문득 전방부대 똥별 기억도 스친다.
그래 그렇치...
한국은 지금도 똥별이 많은 나라다!
..............어주자 인생 일지장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