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사기 방에서 제법 활동 하던 분이...나에게 부탁을 하나 했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던 오디오를 자기가 사고 샆다고 했다.
나는 딱히 중고 오디오를 사고 파는 장사 꾼이 아니라서 물건을 판다는 것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었지만
내가 한대도 아니고 두대나 소장하고 있어서 꼼꼼히 포장을 해서 보내드렸다.
몇주가 되어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전에 아마추어 무선사가 나에게 물건 값을 안 준 분이 있는데....하필 세운상가 좁은 골목에서 저만치서 돈 떼어먹은 사람이 오고 있었는데..그사람은 나를 못보고 나는 그 인간을 보았지만 나는 발길을 셋길로 돌렸다.
까짓거 돈이야 있고도 없는데...생쥐처럼 고방에서 좁쌀 훔져 먹는 그런 기생충 같은 인간은 내 스스로 인간 취급 안하고 사는 것이 훨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대...이곳에서 나름 활동도 하고 글도 올리던 사람인데...돈을 안 줄 사람은 아니라서..몇 개월 참다가 마침
소백산에 눈이 녹고 ..화창한 봄날 지방에 내려 가면서 내 오디오 값을 안준 사람이 사는 00시 지나 갈 일이 있어서 그 양반이 하는 가게 앞을 가보니
문이 잠겼다.
전화도 안 받았다.
그 00시 경찰서에 아는 분이 있어서 ...이야기 했더니..웃으면서
"돈 받아주면 절반 저 주십니까?"
했다..
경찰관이 돈받아주고 용돈 챙기던 세월은 지난 나라인데..그냥 우스개로 한 말이라고 본다.
암튼 돈 받을 일이 없으니 그래 잘먹고 잘 살아라! 하면서 돈 받는 것 포기하고 ..그분 가게 앞에서 차를 돌려 나오는데
마침 오일장이 서고 있었다.
불법주차 딱지 싫어서 하천변 무료 주차장에 세우고 봄날이 너무 좋으니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
한참을 걸어서 오일장 골목에 들어섰다.
장터 자리 좋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전부 젊은 장사꾼들이 차지하고 ...골목 안으로 자리 나쁜 장소는 전부 나이드신 시골 할매들이
앞치마 보다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소백산 줄기에서 나 온 각종 봄 나물을 파시는데..
필자는 어디를 가나 그런 할머니들이 들고 나오신 나물은 절대 가격을 깍지 아니하고 구입한다.
곰취 나물, 돈 나물, 쑥, 개비름,달래, 봄파,머위,한창 싹을 낸 머루 잎도 나오고... 할매들이 들고 나 온 것은 조금 작고 들죽 날죽 모양세도 오종종 한것은 논뚜버리 밭뚜버리에서 직접 뜯은 나물이기 때문이란것을 나도 안다.
제일 끝자리 씀바구 김치를 파시는 할머니 앞에서 서성거리자
장사 하시는 할머니가 얼굴에 오만 주름을 달고 배고픈 표정으로 나를 처다보시면서
'이 씀바귀 김치 사이소..언가이 맛있는더!..우리 밭뚜버리서 캐가 농약도 안친 것씨더!서
하셨다.
제법 도톰한 씀바귀 뿌리들이 검붉은 고추가루를 덮어쓰고 밥도둑 될성 싶은 맛느낌을 풍겼다.
그래서
할매 씀바귀 김치를 만원어치 사는데... 할매는 달랑 만원어치에 그저
"고마이더 고마이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또 하신다.
떼인 돈 보다 씀바귀 김치 만원이 훨씬 값어치가 빛나는 날이다.
그때 할매 뒷 쪽에서 뻘춤하게 앉아 계시던 할매 보다 더 폭삭 늙은 할아버지가 ...
아무 말도 안하고 일어서더니
길건너 농협 쪽을 턱으로 한번 드시고는 자리를 떴다.
그러자 봉다리에 씀바귀 김치를 담던 할매가 걸어 나가는 할아버지를 보시면서
"오께이껴?"
하신다.
오오..참으로 오랜만에 들어 본 주옥 같은 우리 말이다.
"오께이껴"
라는 말은 ...할아버지가 농협에 갈 일이 있는데...농협에 갔다가 집으로 가시는지..아니면 할매 장사 하시는 이곳으로 다시 오실건지..
할머니가 궁금해서 물어 보신 말 같았다.
즉 할머니 장사하는 곳에서 무료하게 있던 할아버지가 자리를 뜨자
"농협에 갔다가 이쪽으로 다시 오실건지.."
를 물어 보시는 순수한 우리 사투리 말이다.
즉
"오께이껴!"
사투리는
'갔다가 다시 오실건지..의 사투리 말이다
반대적으로 사용 하는 말이 있는데...
"까께잇껴?" 이다.
산골로 왕래가 적은 지역이다보니 윗말과 비슷한 말도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는데
"감시더!'
혹은
'옴씨더!"
혹은 깟빈능가..안 보이네...라는 사투리도 있다.
오디오 사기꾼 찿아 갔다가 사기꾼은 못 만나고 오랜만에 들어 본 사라져가는 우리 말....오께이겨!
까짓거 오디오 갖고 간 넘 돈 안갚아도 ..시골 할매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파시는 할매시장 골목에서
주어 들은
"오께이겨!"
라는 우리 말 하나로 만족하면서 보름 달빛이 산산 골골이 무지기수로 솥아져 내리는 저수령 고개를 넘어 서울로 돌아 왔다.
어주자..사람사는 이야기 중 일부..
맛깔나는 이야깁니다..
혹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