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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6 PP 탁상용 간이인티앰프

by 항아리 posted Sep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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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오랜만에 인두질 열나게 했습니다.
인두질은 당연히 열나게 하는 거지만...

모 동호인께서 부탁한 포노앰프를 마무리 하고, 또 다른 모 동호인께서 부탁한 cr프리앰프를 트랜스프리앰프로 개조하는 작업도 대충은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 두 개를 연결해 턴테이블을 돌려놓고 소리를 들어가면서,  6*6계획의 막내에 포함되어 있던 컴퓨터용 6G6 PP앰프를 마저 완성했습니다.

놀면 뭐하겠습니까. 새롭게 소리를 조정해 놓은 것은 시간을 두고 들어가면서 마저 마무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집중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흘려듣는 중에 오는 느낌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부탁 받은 일들을 마지막 튜닝만 남겨두고 마무리한 뒤, 제가 쓸 앰프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더구나 소출력이라고 이쪽에서도 무시하고 저쪽에서도 괄세하는 6G6 같은 관을 만지는 것은 더욱...
하지만 6G6은 엄연히 제 6*6 계획에 당당히 포함되어 있는 6*6의 막내인 것입니다.^^

기판을 써야 마땅한 케이스에 기판 대신 맨 베이클라이트 판을 잘라 붙이고 소켓을 심은 뒤, 러그를 달아 하드와이어링으로 갔습니다. 요즘처럼 기판의 품질이 발달한 시대엔, 공연한 짓, 좀 심하게 말하면 미친 짓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짓이 아니면 자작의 묘미가 훨씬 덜한 것은 무슨 까닭인지...

초단에 6BL8이나 6U8A같은 3극5극 복합관을 써볼까 하다가, 그렇게 까진 도저히 부품을 다 갖다붙일 수가 있을 것 같지 않아 5670쌍삼극관을 썼습니다.
5670은 키도 땅딸막하고, 그야말로 난장이 똥자루만한 관인데 의외로 힘이 좋고, 음색에 빈티지한 맛도 있습니다.  증폭도가 제법 높은데, 그것은 볼륨을 달아 간이인티형으로 쓰기 위한 목적과도 부합했습니다. 더구나 6G6이 소출력관이므로 게인을 다소 높여줄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회로는 가장 만들기 쉽고 무난한 P-K분할입니다. 러그 핀 갯수와 부품 갯수와 케이스 내부공간도 고려한 것입니다.

내부에 출력트랜스를 장착해야 하므로 초크는 외부장착, 그리고 핀이 밖으로 나 있는 걸 선택했습니다.
출력트랜스는 57mm의 100%니켈코어입니다. 니켈코어의 특성을 감안해 미리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미친 뭣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가 나서... 그러나 소리결을 PickUp하는 능력만큼은 뛰어나죠.

전원트랜스는 애초에 모 동호인께서 6G6전용으로 감아둔 것을 슬쩍 눈치줬더니, 제발 가져다 써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갖다 쓰게 되었습니다.  858사이즈에 보통 출력트랜스 코어로 많이 쓰는 G11코어를 쓴 아주 고급스런 전원트랜스입니다.
  
6G6은 심하게 다뤘습니다.
정격이 플레이트 180V에 15mA의 허용한도인데, 그 끝까지 가게 했습니다. 다시 거론하자면 출력트랜스가 100% 니켈코어라서 고전압 저전류 방식과 저전압 고전류 방식으로 나누자면, 저전압 고전류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판 안쓰고 일일이 갖다붙인 바람에 내부모양은 엉망입니다. 한 가구에 열 네세대가 모여사는 집에 널린 빨래들 같습니다.

애초의 목적은 작업용 컴퓨터 위에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원래 그 용도로 쓰던 50B5 싱글을 "앰프는 소리만 잘 나면 되는 거잖아, 형. 난 일도 안하고 인두질만 하는 형을 이해할 수가 없어"하던 동생에게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인켈 TR앰프 중 명기라고 할만한 AD2A(슬림형납작한 그 앰프)를 쓰다가 그게 그만 사망하는 바람에 제 50B5를 잠시 빌려준 것인데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 것입니다.
"형? 진공관앰프는 원래 소리가 다른 거야?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 나 그런 줄 몰랐어. 나 줘, 그거. 내가 쓸게"
동생은 삼류액션배우처럼 과장이 심합니다.

6G6...생긴 것도 그렇고 소리도 그렇고, 전기도 덜먹고, 열도 거의 없고, 가격도 부담없고...여러모로 매력이 많은 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만사가 귀찮아지고 그저 음악만 하루종일 나오면 만사오케이인 시절이 왔을 때, 자그마한 소출력앰프에 구수한 풀레인지면 족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 6G6 PP가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컴퓨터 위에 올려져 생계형 일을 할 때 망상방지용으로 쓰기엔 아까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이제 사무실로 옮겨야 하는데 같은 사무실을 반씩 나눠쓰는 동생이 50B5 하고 바꾸자고 할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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