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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날개 만들기

by 강용반 posted Aug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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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제작한 독수리혼(JBL2395)의 렌즈입니다.

일년여 사용하던 독수리혼이 나가고 나서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파라곤 12인치 엘립티컬 혼을 달았더니 음장이 영 엉망이라 듣기가 고역이더군요.
처음 2480을 들인 후 파라곤 혼을 구해 달았을 땐 몰랐는데 렌즈가 달린 온전한 혼을 듣다가 혼만 달랑 연결해 들으니 비로소 렌즈 없이 들을 순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도면을 이용하여 제작에 들어갔고 1주일 정도를 청계천에서 소요한 결과 이제 2395가 있던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시 제작한 것이기에 원래 것과 대등하거나 혹여 더 나은 소리는 기대하지도 않았지요.
혹여 소리가 영 아니더라도 아직 튜닝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위안받을 수 있다는 배짱을 가지고 앰프를 켰습니다.

기대를 줄이면 실망도 작다고 했지요.
가공된 판재들을 싣고와 밤새 조립한 걸 아침에 보고, 일 주일 전에 내보낸 것과 똑같이 만들어졌네? 하며 신기해 했던 마눌님이, 어머? 소리도 똑같이 나는 것 같다...
하는 말을 듣고서야 거진 일주일 전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흔히 막귀라고 치부하는 제게 들리는 혼의 소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음장은 잘 형성됩니다. 규격을 맞춰 제작된 것이기에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효율은 기존의 것보다 조금 높은 것 같습니다. 108dB인 기존의 것에 비해 1~2dB 정도 높아 보입니다.
렌즈판 사이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스페이서의 구경을 줄인 점, 도색 전이라 음도에서의 저항이 작아 결과적으로 투과율이 높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 봅니다.
도색후의 변화를 기대하게 됩니다. 저항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음이 퍼지는 각도도 증가하겠지요.

3. 소리에서의 울림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 별로 들리지 않던 배음이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은데 이 점은 튜닝 과정에서 유지되기를 기대합니다.
판재가 울려서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판재고정은 타이트하고 음량도 그럴 만큼 키우지 않았습니다.

4. 음색은 이전보다 까끌한 느낌이 짙어졌습니다. Moon River를 부르는 Andy Williams의 목소리에서 거친 음을 들을 수 있고 첼로 연주를 거니 현이 갈라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소리에서 매끈함이 덜해졌습니다. 네트웍의 오일콘을 MP로 바꾼 느낌이랄까요...

==> 전체적인 느낌을 알텍 드라이버를 설명할 때 들었던 어느 분의 비유가 생각나 들어 보겠습니다.
독수리혼 오리지날의 소리를 정숙한 Altec 288B에 비교한다면, 이번에 제작된 렌즈에 의한 소리는 야생마와 같은 299-16G에 비교될 것 같습니다.
오해 없기를 바라는 것은 16G와 같이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고, 야생마처럼 아직 길이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튜닝을 거쳐 많이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이정도에서 더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규격은 오리지널 렌즈의 것을 원용했습니다.
재료는 두랄루민 #505, 2424*1212 평방미리 두께 1미리 판이 2장, 2.5미리 판이 1장 들어갔습니다.
배플면과 상하 양쪽 판은 기존의 것보다 0.5미리 정도 두께를 키웠습니다.
렌즈판 고정을 위한 볼트는 6미리 파이 것으로 기존의 것보다 가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스페이서의 외경도 11.5미리로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절단작업 => 비구면부 가공(레이저 커팅) => 볼트구멍 드릴링 => 절곡 => 조립.
도장을 위한 분해 후 재조립시에는 반사방지를 위해 배플면에 흡음제를 부착하고 튜닝작업도 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은 1차 가공 완료 후 가조립하여 올려놓은 것으로 추후 분체도장할 것입니다.
음도가 되는 내부는 샌드톤으로, 외부는 해머톤으로 카키색을 입힐까 생각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도색비용을 빼고도 부품구입 및 작업에 50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재료 20, 레이져 커팅 10, 드릴링 10, 절단, 절곡 및 볼트 등 부속 10)
혼이 있기에 구렇지 만일 주물을 이용하여 혼까지 제작해야 한다면 총 비용이 100을 훌쩍 넘어갔을 것입니다.
윤영*님께서 설파했듯이 빈티지기기의 경우 오리지날이 값싸다는 말이 사실인 것을 느낍니다.
들이는 수고나 시간을 생각하면 차이가 없거나 역전되고 말게 됩니다.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지, 설령 4~50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누가 오리지널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빈티지 기기의 경우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단품으로 제작하는 경우 시세 이하의 비용으로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압구정동 모임에서 렌즈의 재질과 관련하여 조언해 주신 김사장님, 혼을 내보낸다는 소식에 전화주셔서 염려해 주시고 배플면에 관해 도움말씀 주신 한사장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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