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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에 대한 소회

by 윤영진 posted Apr 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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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성품 진공관 앰프를 구해서 오버홀 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당히 구식 복고적 취향이 강한 저는
주로 1950년 이전의 기기를 선호해서
대부분 1930-1940년대 제품입니다.

오버홀을 하면서 체크해 보면
주요 부품 3종의 상태가 각각 재미있는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트랜스포머는 당시 제대로 만든 명품급이라면
요즘 제작된 것에 손색이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전해 캐파시터와 커플링용 캐파시터는 거의 90% 이상 불량입니다.

다만,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철통에 오일 밀봉이 완벽하게 된 전원필터용 캐파시터는
70년 넘었는데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 많습니다.



가장 기특한 것이 구형 저항들입니다.

60-70년 넘은 저항들은 대체로 권선형이나
메탈박막형이기 쉽습니다.

이 저항들을 측정해 보면서 놀라는 것이
대부분 본래 회로 스펙에서 1-2% 오차 범위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20-30년 된 탄소체 저항류들이
저항값이 변화되고, 노이즈가 지글거리는 것이 많은데 비해
이 올드 저항들은 저항값은 물론이고
지글지글거리는 노이즈도 없습니다.

보통 권선형이나 더욱이 메탈피막형 저항은
음색이 좀 차갑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오래된 올드 저항들은 그런 차가운 음색에 의한
거부감도 없습니다.
본래 그런 특성인지, 에이징 되어서 그런 건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처음에는 올드 기기 오버홀 하면서
주로 "시각적 만족감" 때문에 같은 시기 만든 올드 저항을
구해서 교체했습니다.

낡은 부품으로 채워진 기기 내부에
신형 부품 몇 가지만 끼어들어가도
확 눈에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요즘은 올드 저항의 "만족스런 성능과 음질"에 흡족해서
일부러 구해서 사용합니다.
물론 빈티지 기기 오버홀에만 쓰는 것이 아니고
자작에도 애용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QC가 잘 안되던 시기라,
저항값의 편차가 매우 큽니다.
거의 +-20% 정도는 예사입니다.

따라서 맞는 저항값, 맞는 페어를 쓰려면
상당히 많은 수량 중에서 일부만 셀렉팅을 해야 하는
낭비 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100개 구해서 골라 쓰다 보면
5-6개 정도가 쓰이는 수준입니다.

이토록 낭비가 심한 걸 남에게 권할 일은 아닙니다.

더욱이 이런 올드 저항들이 요즘 만든 같은 재질의 저항들보다
음질에서 더 우수하다는 증거나 확신도 없습니다.

그냥 복고적 취향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