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일렉트릭이란 마크가 적힌 조막만한 1차 15k 2차 600옴
싱글 아웃트랜스가 1차 헨리값이 무려 35H나 나오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그걸로 트랜스 크기에 어울리는 작은 꼬마
프리앰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저분하고 못생겨서 잘 알려진 원통 케이스 안에 넣고 파라핀으로
채웠지만, 그렇다고 썩 보기 좋은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사진은 핸드폰 사진인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랐습니다.
(마누라가 쓰던 건데, 마누라가 어떤 필요에 의해 최신 핸드폰을 구비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제가 강제 바꿈질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제겐 지나치게 최신식이라 아주 불편할 지경이어서 슬그머니
열이 받고 있었는데, 사진이 잘 나오는 걸 보고 다소 마음이 풀렸습니다.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는 고장난지 오래고, 굳이 고치려하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디지털카메라를 대신할 줄은 몰랐습니다.)
꼬마프리앰프의 아웃트랜스는 1차 15K에 허용전류량은 4mA 스펙인데,
6X5로 정류하여 트랜스 1차엔 150V 전압을 인가하여 신호관 6J5 플레이트엔
2mA 정도만 전류가 흐르게 하였습니다.
이러저러하게 동작시켜 보아서 그 정도 시정수에서 소리가 가장 안정적이고
밸런스 있게 났기 때문입니다.
( 작고 간단하게 만들려는 의지 때문에 삼극관 6J5를 쓰게 되었습니다.
트랜스와 진공관에 따라 사정은 달라지므로 150V 2mA 라는 숫자는 다른
경우들엔 전혀 무의미한 수치입니다.)
꼬마 프리앰프 밑에 깔려 있는 - 꼬마 프리앰프를 업고 있는 사진 아래의
일부만 나온 앰프는 이 자작게시판에 '내 프리앰프의 끝'이란 게시물에
소개했던 프리앰프입니다.
사진 잘 나오라고 업어주는 큰 놈과, 사진 잘 찍히겠다고 업혀 있는 작은
놈은 같은 방식에 같은 회로입니다. 다만 전원트랜스 스펙에 따라 전원부
구성이 조금 다르고, 신호진공관 특성에 따라 동작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크기가 다릅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제 방에 놀러온 동호인 분이 두 놈을 번갈아 들어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한 마디 하시더군요.
두 개가 별 차이 없네.
'별'이란 말이 참 모호하고 그 사이에 얼마나 미세한 간격이 있는지 분석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크기 차이에 비하면 별 차이 없다고 쉽게 말할 정도로 들리니 놀랍고
대견스러운 마음이 우선입니다.
좋은 부품을 가지고도 이상하게 사용하거나, 끝없이 '더 좋은 게 뭐 없을까'에
목말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좋은 부품이 있거든 그저 잘 구성해서 잘 동작시키는 게 장땡일 것입니다.
'잘'이란 것 또한 참 어렵고 난해한 말이지만, 아마도 자작의 지향점이 거기에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