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면 음악을 듣기에 아무런 지장이나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귀는 기억력이 탁월해서
더 나은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를 잊지 못하며,
이것저것 비교에 몹시 민감해서
더 못한 소리엔 적응을 하질 못합니다.
문제는 우열을 가리는 일엔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학급에서 1등한다고 으쓱대는 녀석이 학년에서 1등하는 녀석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고,
학년1등은 다시 전교1등에게 고개를 숙이고,
전교1등은 다시 도내 1등에게 고개를 숙이고.
도내1등은 다시 전국1등에게 고개를 숙이고
전국1등은 다시 아시아 1등에게, 아시아1등은 세계1등에게, 세계1등은 태양계...
즉, 결국은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음악과 소리란 성적처럼 단순명쾌하게 우열을 가를 수 없습니다.
그렇다한들 비교질에 들어가면 반드시 더 나은 놈과 더 못한 놈은 가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오디오질의 희로애락은 바로 그 비교질이 근원이란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기 때부터 비교와 선택을 강요받았던 습성은 오디오질에서도 본능처럼 살아납니다.
그리고 그 본능 아닌 본능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고통받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내서, 자초해서......
그런 제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적어도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
있지도 않는,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의 소리를 스스로 가공해내고 창조해내서 거기에 대고
오디오 소리를 비교한다면,
즉시 오디오질을 중단하고 때려치우는 것이 스스로를 구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1. 6L6 싱글 파워
제가 아는 최상의 출력관은 6L6입니다. 어떤 진공관도 이 놈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공관은 저 혼자선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제 아무리 6L6이라 해도 저능한 부품들을 갖다붙여 동작시키거나, 좋은 부품이라도 괴상한
동작점을 적용시킨다면 저능하거나 괴상한 소리를 내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좋은 부품을 써서 올바르게 6L6에게 헌신하고 봉양토록 하자, 그것이 목표가 됩니다.
어떤 구성을 갖추든, 준비된 부품들 한도 안에서 최선을 뽑아보자는 태도와 자세가 자작의 원동력일
것입니다.
초단 6SJ7 5결 - 커플링 - 6L6 5결 출력트랜스 동작의 간단한 구성입니다.
소리는 음악을 듣기에 별 다른 지장이나 아쉬움이 없을만큼 납니다.
어지간한 비교질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게 도와줄 것입니다.
중요한 건 6L6을 동작시키는 싱글 출력트랜스인데,
옛 구형 출력트랜스로써 크기가 대형인 출력트랜스를 오리지날 상태로 구하는 길은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해도 가격이 부르는대로라서 선택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트랜스 내부 사정을 안다면, 요즘 코어에 자동권선기로 마구 감아댄 권선을 끼운 트랜스를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옛 물건으로 대형 싱글 출력트랜스를 얻는 방법은 아래 따로 기술하겠습니다.
2. Kenyon T-101 트랜스 아웃 프리
6SH7 5결 - T-101 아웃의 간단한 구성입니다.
미국의 초기 트랜스포머 제작업체인 Kenyon의 아웃트랜스 라인의 첫번째인 T-101을 아웃트랜스로
사용했습니다.
보통 트랜스 프리라고 하는 것는 아웃트랜스로써 프리용 진공관을 구동해 신호를 받아 출력하는
것을 뜻합니다.
트랜스가 진공관 구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저항이나 플레이트 초크 등이 진공관을 구동하고,
진공관으로부터 커플링콘을 통해 소리신호를 받아 출력하는 것은 아웃트랜스가 아닌 매칭트랜스
개념입니다.
T-101 1차 권선이 6SH7 플레이트 부하로 작용하며, 6SH7 플레이트를 통해 나오는 소리신호를 받아
2차 500옴으로 넘겨 출력합니다. 트랜스 1,2차 유도로 트랜스의 코어를 통해 소리신호를 넘기니
당연히 커플링콘은 필요가 없습니다.
트랜스 프리라는 것은, 진공관을 저항이 구동하느냐, 플레이트 초크로 구동하느냐, 트랜스로 구동하느냐,
소리신호를 콘덴서로 넘겨주느냐, 트랜스1,2차간 유도로 넘기느냐,
그 차이를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만 합니다.
그런 까닭에 트랜스 프리의 아웃트랜스는 음질에 가장 지대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T-101은 그 역할을 어지간한 프리앰프용 출력트랜스 이상으로 잘해내는 듯 합니다.
프리앰프에 채용할만한 오래된 출력트랜스 종류가 많지는 않긴 합니다만....
* 위 조합은 일은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고 그냥 세월을 보내기도 뭣해서
처음으로 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 껍데기를 요란하게, 혹은 그럴 듯 하게 포장하지 않는 것은, 그럴 마음도, 재주도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옛 부품들은 밖으로 드러날수록 멋지며. 그런 부품들을 살려주기엔 저런 껍데기가
가장 질리지 않고 괜찮다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작용한 것입니다.
* 제가 듣기 위해서 만드는 것과 같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꺼려지거나 걸리는 부품들은
없습니다.
* 요즘 동그라미도 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