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텍의 12인치, 15인치 동축 라인업 중 가장 밑바닥은
12인치로는 617-8A, 15인치로는 604-8K라는 데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두 놈은 후졌습니다.
왜 그렇게 나대고 쏴대는 소리가 나는지, 그 소리가 또 왜 그리도
싸구려틱한지 눈꼽만큼도 궁금하지 않았고 전혀 알고 싶지도 않을만큼 후졌습니다.
그. 러. 나.
\"뭐 늙어서 소일거리도 없고, 집을 급히 짓는 바람에 여유돈도 없고, 왕년에
좀 듣던 음악은 새삼 환장하게 듣고 싶고...\"
그렇게 말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노친네가 계신다면,
그 노친네가 모른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면,
그 놈들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은 되는 놈들일 것입니다.
네트워크를 손 본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도 맨 끝줄일망정 구형알텍의 계보인데.
그래서 인기 바닥이고 가격도 바닥인 617-8A를 선택해서 네트워크를 해부하게 되었습니다.
내부를 보자마자 귀찮아졌습니다.
그러나 열어본 이상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드라이버 쪽에 바이패스로 달린 철심을
제거하고 공심으로 교체했습니다.
저역 쪽에 철심과 고역 바이패스 쪽에도 철심을 적용하면,
초고역이 잘리면서 섬세함을 잃고, 중고역이 공격적으로 쏘아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일단은 그것만 교체해서 들을만 하면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상당히 나아지긴 했어도 만족할만한 소리는 되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족하지 못하면 그 노친네도 결국은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소리는 정직한 것이고 귀도 정직한 감각기관이며, 거기엔 삼천리 방방방곡 남녀노소의
차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귀의 감각마저 왜곡시키는 머리속의 오디오와 소리에 대한
관념들일 것입니다.)
저역 쪽 철심만 남기고 모두 들어냈습니다.
꼴보기 싫은 새파란 전해콘을 용량을 충족하는 저내압의 오일콘으로 교체했습니다.
고역 쪽에 직렬로 달랑 하나 달린 2옴짜리 의미없는 시멘트저항을
5옴, 10옴의 구형 데일권선저항으로 직, 병렬 배치했습니다. -6dB로 드라이버를 감쇄한
것입니다.
그리고 재배선.
뚜껑 닫고 장착하고 앰프에 연결해 음악 재생. 쨔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알텍 유닛의 완성도는 제 판단기준으로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 할만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유닛의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질낮은 네트워크를
무성의하게 만든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부품들로 순리대로 결선된 네트워크를 적용하면 알텍은 전혀 쏘지 않습니다.
각 소리들이 섞이지 않으며 전후좌우상하로 멋지게 분리되고, 듣지 못하던 소리까지
남김없이 잡아내 제 위치에서 들려줍니다.
617-8A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거 다 털어 산골에 집 짓고 맨손가락 빨고 계신 노친네를 저렴한 투자로
기쁘게 해드릴 생각을 하니 저도 기쁩니다.
역시 오디오 맛은 이런 경우에 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