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드디어 두견새가 다시 울었습니다

by 이규영 posted Aug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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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그놈은 입이 되게 무거운 모양입니다.
그렇게 보챘는데도 13개월만에 울었습니다.
그래도 그 울음소리는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영롱하기만 합니다.
아니 그 단비보다도 더 달콤합니다.
예상대로 멀티엠핑 vs 네트워크의 대결은 멀티엠핑의 KO패로 끝났습니다.
그 큰 체구는 왜소한 네트워크쪽의 강렬한 펀치 한방에 자빠져서 일어날줄 모릅니다.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써 봤지만 부질없는 짓입니다.

1여년전 A7을 내 보내면서 한상현님이 감아준 코일로 급조한 내트워크를 들어보고 멀티엠핑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언하자마자 권선기가 고장나 포기를 하고 싶어도 네트워크가 없으니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자동권선기로 막감은 청계천표 코일을 쓰긴 싫었습니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올라타고 얼키고 설킨 코일에서 나오는 음마져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음색차이야 얼마나 있겠냐 하면서도 오디오란게 생긴대로 나와주는게 정설이니까 단정하게 감긴 코일을 보고 있으면
음마저도 정갈하게 나오는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젠 멀티엠핑을 완전히 버릴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특주한 권선기가 들어왔다는 얘기를 지난 7월초에 들었습니다.
빨리 만들어 주라고 재촉하니까 사무실도 옮겨야하고 코일도 사와야 하고...또 딴청을 피웁니다.
돌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이왕 참은 것 쫌만 더 참자....
올 휴가땐 하루를 내서 아예 광주에 있는 사무실로 쳐들어가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아직 정돈에 덜된 사무실 입구에 떡 버티고 있는 권선기를 보니 반가움에 앞서 위압감마저 느꼈습니다.
부산에 계신 동호인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권선기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하두 멋있어서 들고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자랑좀 하겠다고 하니 만든분의 입장을 생각해서 참으라고 하더군요. 쩝~

급한마음에 부속과 회로만 주면 내가 만들겠노라고 또한번 재촉하자 만들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것 이라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주겠노라고 좀 기다리라고 합니다.
네트워크 한조를 회로나 배치도 한장없이 한시간만에 뚝딱 해치우시더군요.
그래도 고수분에게 인두질 시켜서 되겠냐며 1호기는 눈빠지게 기다리는 다른 동호인에게 보내시라 하고 부품만 구해
서둘러 올라왔습니다.
물론 다행히 시제품 사진찍어오는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올라오자 마자 머리를 싸메고 3일간 10장넘게 배치도를 그려보았지만 결국 한상현님이 제작한 배치도가
가장 합리적이란걸 뒤늦게 께닫고 그대로 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전 제작시간만 꼬박 10시간 정도가 걸리더군요.
자작경력 십수년이 부끄럽고 정말 한분야의 고수를 함부로 봐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단 제 멀티엠핑은 위 네트워크와 비교해서 장점이라곤 단 한곳도 찾을수 없습니다.
그간 알텍 오리지날 네트웍과 비교에서는 저역양감, 해상도, 부드러운 고역등에서 분명 몇수 위였습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를 붙이니 저역은 멀티엠핑의 약 두배로 증가하였고 중역의 밀도감은 가슴을 짓누릅니다.
이론적으로 훨씬 우수한 멀티엠핑에서 그럴리가 없다며 다음날 다시 해봐도...그 다음날 또해봐도 차이가 벌이지기만 할뿐
역전 기미를 찾을수가 없습니다.

두조의 파워엠프에서 한조로 바꿨는데도 음량은 더욱 증가합니다.
어제는 들리지 않았던 콘트라 베이스의 육질감이 오늘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멀티로 돌리면 대편성 관현악에서 저역악기 몇개가 사라져 버림을 느끼니 지금까지 뭘 들었나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간 천정에서 가끔 '다르르' 나무닿는 소리가 났지만 그나마 참을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시 음악과 함께
'드르르' 박자를 맞추고 있으니 도저히 견딜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색출해서 나무로 꽉 눌러 놨습니다.
아직 콘덴서가 에이징되지 않아서인지 고역의 상큼함은 덜하지만 그래도 멀티에 비해 배음은 분명이 살아 있습니다.
필름 콘덴서 에이징기간이 2~6개월까지라며 좀 기다리면 달콤한 고역을 선사한다고 장담 하십니다.
또 취향에 따라 오일콘을 붙여보는것도 재미있을것라고 하면서도 큰 기대는 말라고 합니다.

고능률을 자랑한는 알텍 스피커에서만큼은 멀티엠핑을 할 이유가 아무데도 없다는것을 다시한번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고급 디바이더를 써보지 않아서 좀 경솔한 결정이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한상현님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 하이엔드 디바이더를 채용한 알텍 멀티에서도 제대로 나오는 소리를 못들어 봤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 진공관식 디바이더도 회로는 단순하지만 고급부품으로 몇개월에 걸쳐 극도? 튜닝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의 네트워크 제작 이론을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에 이런 거물? 있구나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코일의 권선개념과 콘덴서 선택에 있어서도 아주 합리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케이스도 짜고 좀더 멋있게 포장해서 만들어 주는게 좋지 않냐는 질문에 소리와 관련없는 부분에
애호가의 돈을 쓰게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사용자의 몫이지 강권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콘덴서는 중저가급인 M켑을 썼는데 가격대 성능이 탁월하다고 합니다.
절대 상위기종을 넘보지 말라고 이부분은 '강권'합니다.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알텍 스피커....
극장이나 공연용 시스템을 가정에 들여놓고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생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러나 오리지날 네트워크론 절대 좋은 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리지날이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고 설계를 좋은음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위주로 해놓아서일 겁니다.
저역은 롤오프시켜놨고 중고역은 지나치게 강조해 놔서 우리가 찾는 음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닐것입니다.
다른것은 다 부여잡고 있을지라도 알텍 오리지날 네트워크는 과감히 버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날 네트워크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시며 큰 애정을 갖고 계신 동호인분들은 언제든지 함 들고 오십시요.
물론 불만이 없다면 얘기가 달라 지겠지만요.
또 저역부족으로 애타고 계신 동호인...귀청을 도려내는 중고역때문에 고생하고 계신분....(저역이 보강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부분이지만...)
아직 허접 프리 파워엠프지만 우퍼가 엣지가 찢어져 콘지가 푹 빠져버릴듯한 무지 막지한 저역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허~ 현재 제 시스템의 중고역쪽엔 별 불만이 없어서인지 너무저역만 강조하게 되네요....)

지금 진행중인 프리와 파워 그리고 인크로져를 업그레이드 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요즘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너무 기쁜나머지 여과없이 쓰다보니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긴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사진설명]
모든 부품을 한상현님에게 공급받아 직접 제작한 500Hz 12dB 네트워크.
여러가지 부품배치 방법을 연구해 봤지만 결국 한상현님이 제작한 네트워크의 부품 배치를 따를수 밖에 없었습니다.
코일의 만듬새나 회로기술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