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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의 흑장미

by 이규영 posted Jun 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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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휴무라 컴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들어와 보니 제 졸필로 박대순님 심기만
더 불편하게 해 드린것 같습니다.
독특한 '티'낸다고 아직도 집에다 인터넷을 깔아놓지 않아서 뭐라 답변을 못했습니다.
올초까진 전화접속으로 그나마 간단한 조회는 할수 있었는데 얼마전부턴 그것도 폐쇄됐습니다.
어쨌든 사소한 문제로 논란을 일으켜 박대순님과 동호인 여러분께 장미 몇송이와 함께
사과 말씀드립니다.^^

세상일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고통이 따르듯 오디오 또한
이를 비껴가지는 못하는듯 싶습니다.
오디오가 너무나 큰 즐거움을 주기에 그에 따르는 자잘한 고통도 적지가 않은듯 합니다.
특히 수량이 한정되어있는 빈티지 기기때문에 그놈을 가질려고 동호인들간 싸우기도 하고
서로 실망하기도 하고...맘 상해하고... 무슨 웬수진양 다시는 돌아도 보지 않게되고....
여기서 마음을 비울수 있은 사람이야 말로 참선비라 말할수 있을정도입니다.

어제도 모처럼의 휴무인데 그 비바람속에 부속몇개 산다고 용산으로 청계천으로 돌아다니다
저녁 늦게야 돌아와 맥주한잔 마시고 음악한줄 듣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그놈의 알텍, 참으로 흠하나 잡을데 없을만큼 달콤하니 좋았습니다.
이러니 목숨걸고 투쟁할것이고 스스로는 멈출수 없는것이겠지요.

그러나 잠시 쉬어갈 필요는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엔 비바람 피해가 없나 집안뜰을 둘러보니 어제의 모진 천둥번개속에서도 빗방울을
수줍게 머금고 살포시 고개를 들고있는 장미를 발견했습니다.
올봄에 별 생각없이 심어논 놈이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나 있는것을 보니 참 대견합니다.
(사진위)
그간 출퇴근시간 직전까지 숨가프게 오디오만 만지다, 오디오생각만 가득안고 옆 문으로만
들랑달랑 하다보니 담장가득히 넝쿨장미가 피다 지쳐가는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도데체 뭘하고 뭘 생각하며 사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아래)

오디오 말고도 우리 생을 풍요롭게 하는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한 울타리에 살면서도 꽃이 이렇게 영글때까지 눈길한번 주지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장미한송이를 보면 만물의 영장이란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이번 연휴 오디오를 버리고 가족들과 꽃구경이나 떠나 보는게 어떨까요?

그리고 박대순님이 잠시 언급하셨듯 이곳 소리장터는 아주 조심스런곳인것 같습니다.
동호회가 이렇게 세분화 되어 있는데도 알텍이나 빈티지 게시판 조회수가 천번을 상회한다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알텍환자 대부분은 여기에 모여든다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알텍이 독특한 만큼 그를 좋아하는 동호인들도 독특할것임은 보지않아도 알것 입니다.
예전 하이텔이나 하클등에서도 회원간 오디오에 대한 격론이 심심찮게 있었듯이 저또한
이런 '독특한곳'에 글을 올린다는게 적잖이 조심스럽고 무서울?때가 많습니다.

저도 한 2~3년 전엔가 아주 사소한 일로 논쟁에 휩싸여 마음고생을 좀 했었고 작년엔가는 악플로
여학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듯 사이버 공간에서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피할일도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고 스스로 검증받을수도 있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봅니다.
정보공유는 둘째치더라도 조금만 용감?하면 내 기기와 내 생각들을 자랑할수 있는것이 제가 여기주변을
맴도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부작용에 대한 내성이 잘 생기지 않아 조심하지 않으면 자승자박으로
이어지는것 같습니다.
아마 박대순님도 현장에서 오디오만 만졌지 이런 공간에 익숙치 않아서 조그만 코멘트에도 맘이 많이
상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또한 위 본문에서도 말씀 드렸듯 순수 아마추어라면 코일의 방향에 대한 지적을 그냥 쉽게  받아드릴수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경륜이 있고 일선에서 영업을 하시는 '프로'이다 보니까 그냥 지나칠수 없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제 그만 이번일은 사이버입문 신고식?이라 여기시고 더이상 논쟁을 멈추었으면 합니다.
보다 좋은 소리를 내보기 위해 분투하고 계신것 만으로도 충분히 어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여기에 발을 들여 놓셨으니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아직도 승천하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고 있는 가난한 오디오 환자를 위하여 좋은 작품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해 주신다면
다른 어떤 말씀보다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