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말러교향곡 부활 관람리뷰

by 이규영 posted Oct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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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난 16일 성남아트센터 홈피 >Snartian>공감커뮤니티> 관람리뷰에 올렸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알텍이 클래식에 잘 어울린다는 저의 외침에 의구심을 갖는 동호인이 계실것 같아 그때 그 감정
그대로를 담은 내용이기에 한번 올려 봅니다.
순수 음악애호가나 전문 음악가들이 드나드는 곳에 오디오와 실연의 비청기를 올린다는게 여간 '위험한'일이 아니겠지만
알텍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런 모험을 감행했겠냐 이해해 주십시요.^^
짱돌 맞을 각오하고 올렸는데 다행히 돌대신 동감을 표하는 너댓분의 코멘트가 있어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윗글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만 좀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해 놨으니 참고가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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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는 내게있어 최고의 음악가이자 그의 2번은 최고의 음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부활>을 첨 보는 공연이므로 그 기대는 남달랐을것이고 카플란은 이 2번교향곡만 연주하는
기인?이라기에 예약시작 첫날 자리를 잡아놓고 한달 가까이 마음 졸이며 기다려 왔었다.
직장이 분당이라서 안방처럼 부담없이 연주를 들을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성남아트홀의 개관은
너무나 고맙고 반가운 이벤트 그 자체였다.

연주시간이 좀 빨라서 이른 저녁을 먹고 20분전 자동차로 도착했는데 개관 첫날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이미 꽉 차있어 주차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가까스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 허겁지겁 중앙계단을 올라가니 콘써트홀쪽으로 이어지는 층층계단과
양옆 건물들이 현대적이고 날렵하게 보인다.
분당에 이런 전문예술공간 생긴게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다른 음악당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어 곧바로 로비로 뛰어가니 팜프렛과 음반 사는사람,
발권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다.
산등성이에 땅도 많이 남은것 같은데 음악당의 얼굴인 로비를 왜 이리 좁고 인색하게
지어놨을까 아리송하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얼굴' 한가운데 쇼핑센타에나 필요할것 같은 누드형 엘리베이터까지
꼭 필요한 것일까란 의문도 든다.

공연 10분전인데도 티켓을 받는 인파가 줄지어있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도
연주시작 전까지 모두 안전하게? 들어올수 있을까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1층 14열 25번, 말그대로 로얄석 정가운데에 앉았지만 앞사람 남성분이 공연내내
정자세를 하고 앉은덕에 지휘자포함 악단의 1/3가량을 완전히 가려버린다.
몸을 좌우로 조심스럽게 기울여가며 궁색하게나마 연주자들을 살피려하지만
그 또한 만만하지가 않다.
말러음악에서 가장 볼거리인 타악기와 관악기주자들은 모두 현악기 뒤에 숨겨놨기 때문이다.
좌석의 경사가 완만해서 전면시야를 완전히 잃은상태에서 연주자마저 평면에 배치해
답답해 죽는줄 알았다.
이렇게 1층이 괴로울줄 알았다면 차라리 2층 맨 앞자리를 잡을껄 공연 내내 후회했었다.

어쨌든 연주는 시작된다.
집에 상당히 고생해서 다듬고있는 오디오가 있어서 연주회 관람시 안타깝게도
기계와 실연을 비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버린다.
어떻게 재생음과 실연을 비교할수 있느냐 웃기는 소리 마라 야단칠수도 있겠지만
목숨걸고 노력하면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단 런던심포니/솔티의 연주(66년 녹음 데카ffrr)를 많이 들어 귀에 익었기에 비교해 보기로 했다.
물론 악기 코앞에 마이크를 놓고 대부분 잘 편집된 음반과 실연과의 비교자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것이지만 이 음악의 다른공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휘봉이 내려가자 마자 숨을 멎고 오른쪽으로 눈과 귀를 돌려보지만 저음현악기의 후둘거림은
너무 미약하고 불분명하다.
콘트라베이스가 10대나 준비되 있는데도 저음의 윤곽이 흐릿하고 너무 벙벙거린다.
첼로의 흐느낌이나 가닥추림도 들리지 않고 뭉뚱거리니 시작은 별로 좋지 않은것 같다.
물론 저역의 자연스런 스케일감과 품위있고 풍성한 소리는 오디오에선 함부러 흉내낼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솔티가 지휘하는 내 오디오에서는 이 첫 부분이 굉장히 또렷하고 인상적이어서
오디오 튜닝과 음반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뒤에 이어지는 바이얼린 합주는 상당히 경직되고 거칠게 들려온다.
전체적으로 약음에서는 바이얼린과 첼로등의 현악기표현이 우수하지만 총주에서는
여지없이 철사줄을 긁는것처럼 딱딱해져 버린다.
지난달 세종회관에서의 바그너 <라인의 황금>에서는 고음 현악기의 윤기있고 낭창거리는 감칠맛과는
너무 많은 차이를 드러내서 적잖이 아쉽다.
당시엔 2층 맨앞자리에 앉아서 듣는 거리에 따른 차이로도 보이지만 아마 연주홀의
에이징이 덜되서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또 누가 뭐라든 개인적으로 세종회관의 절제된 울림을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기에
1층 중앙에 앉았더라도 더 좋은 소리를 내줬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행히 가장 들을만한 파트는 말러 전공?인 금관악기쪽이다.
연주자를 볼수 없는게 끝까지 아쉬웠지만 울림도 풍성하면서 부드럽고 악기간의 조화도 좋아
그나마 기대에 부응해 주는것 같다.
심벌즈는 생각보다 거칠고 그 작은 트라이엥글은 음악전체를 지배해 버린다.
심벌즈의 유려한 퍼짐은 오디오에서 가장 재생하기 힘든 파트인데도 재생음이 그 위에 있다.
현악기가 그렇게 좋았던 바그너 연주에서도 심벌즈가 상당히 오버해서 소란스러웠는데
오디오에서 더 아름답게 퍼지고 있으니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도 팀파니와 큰북은 당당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이도 관악기처럼 주자의 상체만 보이고 타격하는 모습을 일체 볼수 없어서인지
재미가 덜하고 카리스마도 찾을수 없는게 이내 아쉬웠다.
뒤에 관악기와 타악기 연주자들이 잘 보일수 있게 시각과 청각적인 배려를 해주지 않은
주체측과 지휘자에 연주내내 유감스러웠다.

3악장 초입에서 팀파니의 타격은 2악장의 권태를 깨고 뒤에 이어지는 봄바람같은 바이얼린의 달콤함을
극도로 대비시키기 위해 '경끼'를 일으킬만큼 맹렬하면서 또렷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머뭇거리면서 엉켜버린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솔티의 음반에서는 북가죽이 찢어지도록 후려치는게 일품이다.

4악장의 성악솔로의 음향적 강도와 퍼짐이 좀 아쉬웠으나 듣다가 주저앉을만큼
아름다운 곡이고 근거리에서 가수의 표현을 자세히 볼수 있어서인지 감동스런 부분이었다.
5악장의 합창에서도 약음은 오디오와 비할데 없이 감미롭지만 합창과 관현악 총주에선
소리가 상당히 산만해져 버린다.
관악기와 타악기를 바닥에서 차례로 한계단씩 올리고 그 뒤 좀 높은곳에 합창단을 배치했다면
관현악과 합창이 뒤얽히지 않고 훨씬 조화스러웠을것이란 상상을 해 본다.

솔직히 이런 여러부분이 예술의전당 콘써트 홀이나 오페라하우스와 비교해 보더라도
음향적으로 너무 뒤지는 느낌이다.
예술의전당 콘써트 홀의 경우 저역쪽의 울림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데도
관현악 총주나 합창단과의 조화는 상당히 정갈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이번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그간 연주회장에서 단 한번도 겪지 않은 스피커 잡음이다.
왼쪽스피커에서 끝없이 발사되는 10Khz내외의 고주파 발진음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것 같았다.
관객에게는 휴대폰을 끄라고 외치면서 왜 엠프스위치는 내리지 않는지 모르겟다.
나오면서 뒤에 있던 엔지니어에게 강력히 어필하고는 왔지만 이미 기분은 상당히 잡쳐있다.

암튼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음악당의 음향과 시각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실망을 앉고 왔지만 말러처럼 잘생긴데다 친절하고 겸손한 명인 카플란을 가까이서
보게 된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이겠다.
또하나의 부수입은 그간 갈고 닦아온 내 알텍스피커 시스템이 실연의 여러부분을 넘어섰구나,
다시한번 확인한 계기가 되서 귀가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이젠 번거로운 연주회를 찾지 않아도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