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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828, 이쁜 606^^

by 이규영 posted Nov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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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만에 꿈에 그리던 606통이 왔습니다.
참으로 인고의 세월?이었습니다.
머나먼 광주땅에서 2조가 올라오기에 운송비라도 아껴볼려 공차수배에 일주일을 허비하게 하는등
끝까지 명기티를 냅니다.
시간약속이 엇갈려 화물차 운전자는 온 짜증을 내고 점심까지 사줘가며 달래야 했던 우여곡절도 있었고....
어찌됐든 도착하자마자 숨도 쉬지 않고 우퍼를 달아놓고 소리를 내어보니 828통과 함께한 4년의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
828통이 음악용으로 문제가 있는줄은 알았지만 집에 들여놓고 비교해 보니 이렇게 심할줄 몰랐습니다.
중역대에 약간의 왜곡과 저역부족만 있는줄 알았는데 음 전체를 망쳐버렸던것 같습니다.
그간 고생한게 그놈 때문이었다고 생각을 하니 억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대감, 정숙함입니다.
805혼의 단점이 더욱 부각되는 부분의 아쉬워질 뿐이지만 혼의 악조건하에서도 소리가 잘 정돈되고
깔끔해 집니다.
특히 상관이 없을것 같은 고역이 무척 부드럽고 감칠맛 납니다.
그동안 828 <미완의 혼>에서 얼마나 왜곡된 소리가 나왔는지 반증해 주는 대목입니다.
눈 아래로 무대가 일렬로 선명하게 펼쳐지고 오케스트라는 스피커 뒷쪽으로 물러 섭니다.
위상이 일치해서인지 고역부터 저역까지 주파수대가 플랫해 짐을 어떤 막귀도 느낄수 있을만큼
변화가 큽니다.
고역에서 저역까지 피라미드형의 주파수발란스도 금새 느낄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분위기가 단정해짐은 당연한 결과물입니다.
저역 또한 꽤 쓸만해 집니다.
515 픽스트엣지의 한계는 드러내 보이지만 그간 들리지 않았던 저역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합니다.
특히 클래식보다는 가요에서 저역의 증가는 괄목할만 합니다.

솔직히 828통에 비해 단점이라곤 찾아볼수 없습니다.
그간 828통의 유일한 장점이라 생각했던 중역대의 도톰함 마저 이통은 질감까지 더해 앞서버립니다.
제가 여러번 외친 내용이고 828통을 음악감상용으로 쓰면 안된다는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것 같습니다.
그냥 거실에 놓고 AV용으로 쓴다든가 다른일 보면서 부담없이 음악을 듣는다면 어느 통을쓰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만 음악을 들을때 가족을 물리치고 '정색'을 하고 듣는다든지..
별도의 공간에서 '정신일도'하여 일삼아 듣는경우엔 828통은 부적절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됐든 저도 이 미운 828통을 팔아먹을수도 없고 거실에 놓고 AV용으로 써볼려고는 합니다.
공간만 차지하고 양에 안차면 잘게 쪼개서 밖에서 고기구워먹을때 난로불 땔감으로나 쓸랍니다.
저역은 말라 비틀어져 있고, 중역은 왜곡되고, 위상은 틀어져서 고역까지 산만하게 만들어 버리는통을
부여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서 이렇게 심한 험담을 합니다.
게다가 그간 828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외모는 과연 어떻습니까?
606에 도저히 어울릴것 같지 않았던 805혼을 얹어 놓았는데도 흠잡을곳이 없어 보입니다.
또 적당한 키와 크기는 제 음악실 넓이와 너무 어울립니다.
위 사진을 보고도 606이 828통보다 멋지지 않다고 말씀하신다면 사진을 잘못 찍었다고 변명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606통에는 네모막통에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통의 구조는 우퍼 뒷면이 삼각형으로 되있어 백로드 혼과 같은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역대의 밀도감과 강렬함이 828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통의 저역이 풀어진다고 생각하신분들은 무엇인가 큰 잘못이 있을겁니다.
정사각형 기둥한쪽 모서리를 싹둑 잘라낸듯한 기묘한 구조에 카리스마가 펄펄 넘치는,
알텍유닛특성을 잘 살려주는 통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통을 만들때 반드시 오리지날 도면에 충실해야 그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낼수 있을겁니다.
뭐 대충 만들어도 828보다는 나을테니 들을만 하겠지만 오디오란게 한수땜에 죽고 못사는거 아니겠습니까?
특히 이놈은 막통과 다르게 독특한 구조땜에 뭔가 정성을 더 쏟아야 할것 같은 염려가 앞섭니다.

2년전부터 광주 한고수 댁에서 들어보고 이 통에 반해 즉시 제작하려 달려들었으나
문제는 맘놓고 주문할데가 마땅치 않아 애태우고 있었습니다.
국내 이름난 업체에 자작나무 합판과 도면, 충분한 인건비를 주면서 신신당부했다는 '특주통'을 보고
자신감을 잃었었기 때문입니다.
겉만 번지르하지 내부를 살펴보니 2인치 보강목은 제멋대로 1인치 쪼가리,
중요하기 이를데 없는 배플판의 보강목은 생략, 모서리의 접합부마저 도면과 전혀 다르게 붙여놓은것을 보고
도데체 잘 싸서 보낸 도면은 불쏘시기 해버렸나 봅니다.

다행이 작년가을 한상현님이 통 몇조를 만들어(監守) 보겠다며 총대를 메서 가까스로 합류하게 되었고
거의 강탈하다시피한 가격에다가 바쁜와중에 수십번 목공소를 드나들며 감독해 준것도 고마운데
제작자가 다른일에 치여 시간을 지체하자 자신의 비용으로 그릴과 흡음제까지 사다 나르며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너무 걸려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그것도 눈녹듯 사르르....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몰라 글로나마 인사를 대신합니다.

단언하건데 앞으로 828통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분들과 놀지? 않겠습니다.^^
저는 절대 원음을 추구하는 입장이고 828은 <음악용>이 아니기에 공허한 얘기들이 될것 같아서입니다.
이 통땜에 아무리 노력해도 큰 벽에 부딪혀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고생하시고 계신 분들에게
더이상 해 드릴 말씀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튜닝포인트]
들여놓은지 일주일도 안되서 아직 진행형이고 이렇다할 포인트를 많이 발굴해 내지는 못했지만
며칠간 경험이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1.흡음
흡음제는 전면 배플과 천정부분은 떼내야 소리가 맑아집니다.
배플은 어느 스피커나 마찬가지이고 4각통의 경우 서로 대칭되는 면중 한쪽은 흡음처리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606통은 상하말고는 대칭되는 면이 없습니다.
제작자께서 천정까지 친절하게 타카로 팍팍박아서 보내주셨는데 워낙 단단히 박혀 그놈들 떼 내는데만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천정 한군데 빈곳을 확장하는것 만으로 저역의 양감과 투명감을 동시에 얻을수 있습니다.
오리지날 도면도 잘 살펴보면 바닥과 사이드의 언급과는 달리 천정과 배플에 흡음처리하란 말이 없습니다.
이래도 저음의 탄력이 부족하면 뒷판쪽 흡음면적을 조심스레 조절하면 저역의 풍성함과 낭낭함을
맘껏 누릴수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흡음제는 압축 카시미론입니다.

2.위상맞춤
828통을 쓰다가 이통으로 바꾸면 유닛 위치변화에 따른 위상변화가 발생합니다.
즉 828통은 우퍼와 드라이버의 자석이 일치하는 형상이 되고 606통은 음구가 일치하는 형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드라이버의 접속을 바꿔줘야 위상이 맞습니다.
그냥 사용하면 중역에 빈소리가 납니다.
어떻게 들으면 고역이 더 맑게 들릴수 있지만 그건 중역이 빠져서 그렇습니다.
그간 주장했던 이론과 실제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게시판에 <위상문제>로 검색해 보면 위와 관련 제가 써논글이 있습니다.

3.네트워크
828통 사용자의 경우 한상현님 네트웍을 사용한다면 시정수 수정이 필요합니다.
한상현님과 상담하면 사용중인 네트워크로 어렵지 않게 수정할수 있습니다.
다만 LCR메타는 있어야 합니다.
시정수는 위상맞춤쪽에 촛점을 두는것 같습니다.
혼타입과 베이스리플렉스 타입의 네트웍 시정수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첨 알았고
실제로 느꼈습니다.
828통에 맞춰 제작된 네트웍이나 오리지날을 그대로 적용하면 재미를 못볼수 있습니다.  
실제로 첨에 시정수 조정없이 그대로 붙여보니 중고역 소리가 영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번일로 스피커는 위상싸움이란 말이 어렴풋 보이며 스피커란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란것을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이래서 전 스피커 시스템, 특히 인크로져와 네트워크쪽엔 감히 손을 대려하지 않고 고수가 시킨대로 쓰고있습니다.  
스피커를 맘대로 주무르는 사람을 보면 존경이란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항상 그렇듯 오디오라는게 취향의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고 떠들든 자신이 좋으면 그만입니다.
저도 606통을 너무 오랫동안 사모하다보니 이성을 잃고 자기최면에 빠져 이놈을 칭찬하는데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을것입니다.
828통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지나친 험담에 혹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길 바랄뿐입니다.
오늘도 긴글읽어주셔 감사합니다.
통 제작 포인트는 리플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