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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텍과 저역 그리고 공간, 상식과 우연 - 나의 경험

by 이동연 posted Mar 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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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권오창님께서 ‘알텍은 저역을 포기해야 합니다‘ 라고 여러분들께 의견을 물으셔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아직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저역으로 고심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까 해서, 또한 포기하지 마시라고 제 경험을 올려 봅니다.
저는 현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98년에 오디오공방을 열고 2년 정도 운영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전공도 이쪽입니다.
스피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앰프는 어느 정도 자부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짚신장수가 신이 짝짝이더라고 오디오에 관해서는 제가 꼭 그렇습니다.
앰프제작은 많이 했지만(고딩 때부터 Tr로 시작 함. 그리고 진공관 100 수십 여대-프리, 파워, 2003년에 키트제품으로 상품화 한 6BM8 싱글 등등-Second Job 개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작 제 앰프는 마무리도 못하고 있는....
스피커는 사 놓기만 하고 제대로 울려보지도 않고......거의 방치 수준

타고난 귀차니즘 때문이거나 음악(오디오)에 대한 열정 부족 아니면 지나친 완벽주의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서편제 中
주인공 유봉과    귀향하여 아편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소리꾼 친구 도성의 대화
-친구(아편을 피우기 위해 종이에 말면서) : 작부생활 30년 만에 남은 것은 찢어진 빤스 몆개라드니 소리광대 30년 만에 남은 것은 요것 뿐이라네.
- 유봉 : 비슷한 처질세

-나 : 앰프제작 28년 만에 내 오디오는 요것이라네.
-와이프 : 요것이 뮈시여. 갖다 띵게부러.


제가 알텍을 처음 사용해 본 것은 1983년입니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죠.
방송반 활동하던 1년간 담당 선생님 몰래 기회 되는대로 만져보고 들어보고 하면서 소유로서의 알텍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 후 대학, 군대, 사회생활 등을 거치며 알텍을 잠시 잊고 있다가 우연히 알텍을 다시 접하게 됐습니다.
대학 은사의 제의로 자작공방을 접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냥저냥 싼 스피커에 자작앰프로 음악을 듣다가 10여년 전에 원치도 않았던 604-8K를 떠안게 되어 사무실(25평 정도)에 들여놔 보니 떡 허니 자리만 차지하고 소리는 영 제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내가 그리던 알텍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튜닝이고 네트워크 교환이고 전혀 고려해 보지도 않고 한 1년 사용(방치)하다가 내 보냈습니다.


다시 알텍을 들여놓은 것은 그로부터 한 1년이나 지났을까?
같이 근무하던 분이 미국에서 들어올 때 가져온 604-8G(스톤헨지 통 및 오리지널 네트워크)를 인수하여 역시나 사무실에 세팅. 집에 두기에는 공간이 애매해서. 마눌 눈치도......
(탄노이는 귀동냥으로 여러 가지 들어 봤으나 취향이 아니더군요 ^^;)

마침 당시에 만든 300B 싱글 모노 블록이 있어서 연결 해 봤더니 소리가 싹아지는 있는데 소문대로 고역이 세더군요.
네트웍을 바꿔볼까 아니면 코일, 콘덴서만 갈아볼까.....생각만 하다가 귀차니즘으로 방치...하고
앰프만 진공관(자작 2A3 ,300B 싱글, 다이나코 ST-70, 소닉프런티어스 등)과
Tr(산스이 9090, 인켈 AK-650, AK-635 등) 여러 가지 물려 봤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음. 톤컨트롤 노브 맨날 돌려 봤자 의미 없음. 붕붕거리는 저역 들어 보면 뭐합니까?

A7 이나 A5로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내치기에는 아까워서(싹아지가 있어서)
신경 덜 쓰고 내비두면서(내비道-Let it Be : 경향신문 공지영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차용) 길들이기로 마음먹고 다음과 같이 시행.
   1. 케이블을 막선에서 알텍에 좋다는(남들이) 비싼^^;  웨스턴 점박이선(이거 아이롱줄 아닙니까? ㅎㅎㅎ 돌 던지지 마세요)으로 바꿔봄 ---- 결과는   거기서 거기     가 아니고 아예 변화 없음. 막귀라서 그런가?
   2. 옆방 후배 퇴근 후 네트웍 고역 감쇄 ATT를 -로 최대한 돌리고 산스이 리시버로 천정이 울리도록 에이징을 하루 두어 시간 씩 두달 정도 시행-어쩌다 기회 있으면 하루 종일- (팦, 메탈, 재즈, 흘러간 가요, 국악, 클래식 대편성 소편성 이것 저것....) ---- 별로 달라 것 없음.
   3. 마지막 수단으로 앰프(산스이 9090) 입력에 오디오 제네레이터를 물리고 톤 컨트롤 베이스를 2시 방향 정도로 하고 스피커에 이상이 없을 정도수준에서 최대한의 볼륨으로 5~200Hz 가변하며 에이징 시행----- 특정 주파수에서의 공진으로 천정 무너지는 줄 알았음.  
이 또한 많은 시간 실시했으나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음.

에이징 포기하고
알텍에 잘 맞는다는 6L6 P.P 앰프를 만들어야겠군....하고 결심(부품 모으다가 시간 보냄-현재까지)

그 사이 이소폰. JBL, EV 등 다른 스피커를 구입하여 알텍은 뒷전으로... 사실 음악들을 시간도 별로 없었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2007년 12월 광주 첨단 지구에 건물을 신축하여(내 돈으로 지은 것 아님) 그곳으로 이사함.
2007년 초 건물 설계 도면을 보고 내가 사용할 공간을 확인해 보니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림. ‘아 언제 완공 되나.....이제는 제대로 알텍을 울릴 수 있겠군.’  (실평수 45평의 연구실과 별도의 행정실을 혼자 사용)

이사 하면서 알텍 604-8G를 주축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오디오와 사무실 집기를 배치함.

다른 업무 때문에 사무실 정리 시간이 오래 걸려 이듬해 봄이 시작 될 무렵 마음먹고 오디오 세팅 완료.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알텍을 들어봤는데 ...........이것 참.   한숨만 나옴.

여전히 고역은 세고. 저역이 단단하기는 하지만 양감이 적고.....
‘알텍을 울리기에는 45평도 작은 면적인가?’

다행히도 아직 다른 팀들이 이사를 오지 않아 건물에 나 혼자만 출근하던 때여서 마음먹고 에이징 해보자... 라고 결심하고 이전 사무실에서 하던 방법으로 에이징 작업을 더 가혹하게 무지막지하게 함. 두어 달  후 다른 팀이 이사 온 뒤에는 밤에만 실시.---그렇게 몇 달을 해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아이고 이놈의 에이징은 한 10년 쯤 해야 되나?
나중에 6L6 PP나 만들어서 물려 봐야겠다“----에이징 포기. 그래도 내치지는 못함.
이소폰(3037 12“)이 주력 기기로 됨.

그렇게 한 3년이 흐르고 타의에 의해 올 1월에 다시 이전의 사무실로 이사함.

그 사이 늘어난 짐과 좁아진 사무실 때문에 부득이하게 오디오 기기 일부를 집으로 들일 수밖에 없어서 2층에 살던 동생을 내쫒고^^;   두칸 방 중에서 한칸을 오디오 창고(?)로 만들기로 함..  다른 한칸은 개인 놀이터.
근디 흐미. 방 크기를 재보니 한 칸이 2.5M X 4.1M.    도대체 몇 평이여? 계산기 두드려 보지 않아도 좁은 방.
“그려.... 알텍은 나중에 울려볼 것잉께 일단 알텍을 집에 갖다 놔야 쓰것구만.”
어차피 집 팔고 이사 갈 생각인지라 도배도 대강하고, 장판도 제일 싼 것으로. 보일러는 없애버리고 연탄난로 설치.

갖다놓은 오디오

소 스 : 데논 1650AR CDP,
        파이오니아 DVDP 모델????
        튜너 마란츠 125,
        야마하 디지털 튜너 모델????
스피커 : 독일 빨간배꼽 8.5“ 풀레인지(자작 허접 평판)
         604-8G
앰 프 :  자작 300B 싱글 두 대 - 한 대는 지인이 주문하여 제작. 에이징 중인 것
         자작 2A3 싱글 한 대
         자작 패시프 프리
         자작 트랜스 프리(GTC6300 사용)
         자작 톤컨트롤형 프리(톤컨트롤 모듈은 소리전자 PCB 사용)

일단 집에 가져온 오디오를 대강 연결하고 알텍은 선도 연결하지 않고(스톤헨지 통은 단자가 바닥에 있어서 스피커를 눕혀야 선을 연결 할 수 있음-스피커 눕힐 공간도 부족하여) 방치.

빨간 배꼽으로만 틈나는 대로 음악을 듣다가
약 한달 전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기대는커녕 스피커가 이상없는지만 확인하려고 패시브 프리와 2A3 싱글로 알텍에 연결하여 들어보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허접 소스, 막선 사용, 대강한 세팅인데도 저역이 사무실과는 완전히 차이를 보였습니다.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햇습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 되어서 알텍에서 저역이 이렇게 잘나올까???????
뭐가 잘못되었길래????  ㅎㅎㅎㅎㅎ
이전 사무실에서 들을 때는(에이징 할 때 말고) ATT를 -1~2 dB 정도로 놓고 들었는데 지금은 +2~3dB 정도로 듣고 있습니다.

이제야 인터, 전원 스피커선 등 케이블 교체의 시기가 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옆방에 연탄난로가 있기는 하지만 날이 좀 더 풀리면 제대로 세팅해볼 심산으로 현재는 이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중론이 ‘알텍은 넓은 공간에서 울려야 한다.’ 이고 저 또한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으니까요.

저음의 양이 늘어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앰프가 바뀐 것도 아니고 소스가 바뀐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케이블류가 바뀐 것도 아닙니다.
공간이 좁아졌을 뿐입니다.

‘정말로 알텍은 넓은 공간이 있어야만 제대로 울릴 수 있는 것인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현상.

앰프와 케이블이 바뀌면 소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저역의 양이 줄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제가 운이 좋아서 돈 들이지 않고 목적을 일부나마 달성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알텍으로 공간 탓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네트웍은 나중에 정말로 심심하면 한번 바꿔 보던가 하고요.

(((
참고가 될 수도 있는 Tip1 : 방을 꾸밀 때 벽지 사는 돈을 아끼기 위해 남는 파티션을 벽주위에 둘렀습니다.
그리고 녹색 부직포를 타카로 천정 전체에 붙였습니다.

참고가 될 수도 있는 Tip2 : 허접 빨간 배꼽 평판을 알텍 통 위에 올렸더니 알텍통이 연장 배플 역할을 해서인지 이것또한 저역이 많이 좋아 졌습니다.
알텍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