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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

by 심상용 posted Aug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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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4)

《이 글은 하이파이저널(창간호)에 실린 글로서, 온소리 오디오 동호인들의 이해 돕기 위하여 발취 하여 올린 글을 다시 올립니다.》


일단 20-200Hz를 저음음역, 200Hz-4KHz를 중음역, 4-20KHz를 고음역으로 구분하고, 각 대역별로 바르고 아름다운 소리란 어떤 소리를 말하는지 알아보기로 하나. 미리 말해 둘 것은, 이 대역 구분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저음역 중음역을 잇는 대목은 유동적이다.


먼저 저음역, 오디오 시스템에서의 저음은 언뜻 들어서 바르다거나 아름답다고 말하기가 좀 어색하다. 왜냐하면 잘 나는 저음이란 둥둥거리는 울림이라기보다는 몸 전체로 느끼는 풍압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풍지가 부르르 떠는 오르간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역이 이에 해당된다.


가청주파수의 아래 한계가 20Hz라고 하지만, 실제로 50-60Hz언저리의 소리가 제대로 나면 그건 대단한 것이다. 나는 JBL4345를 한 1년 놓은 적이 있는데, 그때 애널라이저로 측정해보니 60Hz가 웬만큼 났다.


그런데도 나의 6평 정도의 리스닝 룸에서는 수용하기가 버거웠다. 오토그래프에 매달렸을 때는 그 붕붕거리는 통소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측정한 결과 120Hz언저리가 높이 솟고 있었다. 그 주파수에서 심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모니터 골드를 모니터 15로 바꿈으로서 인클로저도 보다 단단하게 다시 짬으로서 그 위기를 모면했다. 오래 전 궁핍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쨌든 도에 지나친 공명은 저음의 자연성을 크게 헤친다. 그러므로 저음역에 관한 한 그저 제대로 나기만을 바라는 게 순리일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로 붕붕대는 장치에도 문제가 많다.


그런 상태를 저음이 잘 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시스템일수록 첼로 소리가 콘트라베이스 소리로 들리며, 노래하는 가수 입이 공룡의 아가리만큼이나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저음역에서는 100-200Hz 언저리가 탄탄하여야한다. 그 위에 얹힐 중음역이 제 구실을 한다. 저음은 바닥에 죽 깔리는 듯한 음감을 자아내는데, 그것은 마치 탑의 기단 같은 구실을 하려는 듯하다. 저음역이 흐느적거리면 절대로 바른 소리를 들어 올릴 수가 없다.


다음은 중음역, 중음은 재생음의 몸체요, 탑으로 치면 탑신에 해당한다. 악기 소리나 사람 노래 소리의 바탕음이 거의 이 대역에 망라되어 있음으로, 재생음 전체의 느낌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음역이 부실하면, 소리가 천장으로 솟거나 안쪽으로 후퇴하는 듯한 느낌이 되고 만다.


피아노 치면 아래 A음(라)이 약220Hz이고, 중앙 C음(도)이 약260Hz, 맨 오른쪽 끝이 약 4100Hzs니까, 중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바탕음을 포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콘서트 피치(A음)를 440hZ- 정확히는 444hZ-로 잡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 대역이 바로 음악이 구축되는 기반 대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주파수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단 1hZ를 놓고 서로 주장을 달리 한다.


베를린 필하모니는 소리의 휘도(輝度)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 유지하기 위하여 447hZ로 잡고 있으며,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442Hz로 잡고 있는 등이다.


그리하여 재생 음에서는 중음이 음질 즉 바른 소리를 짜 올리는 본체가 된다. 알다시피 바이올린족 악기들은 줄의 진동이 줄 받침을 타고 내려와 몸통을 울림으로써 제 소리를 낸다.


현악4중주곡을 예로 들 때, 중음역 소리가 제대로 나면, 비올라 소리가 첼로와 두 바이올린 사이에서 잘 분간되어 들린다. 그러면서 고음역으로 넘어 가는 대역쯤에서 네 악기가 엮어 가는 음색의 대비가 또렷이 느껴진다.


이런 대비가 분간이 좀 어렵다 싶으면, 가성(歌聲)으로 판단하면 아주 쉽다. 메조 소프라노 가성이 제일 좋은 데, 그 음역이 아니더라도 노래하는 사람의 입벌림이 여느 사람들과 똑 같은 크기로 느껴지면, 일단 제대로 나는 중음이라고 판단해도 된다. 반대로 너무 작게 느껴지면, 그것은 중음이 여윈 증거이다.


나중에 음상을 이야기 할 때 소상히 다루겠지만, 중음을 바르게 내려면 스피커 세팅을 올바르게 해야된다. 너무 벌려 놓거나 너무 높게 얹으면, 중음이 한가운데서 비거나 머리 위로 지나가 버린다. 연주회장에서 너무 앞자리에 앉음으로써 무대를 쳐다보게 될 때 생기는 현상, 그것과 비슷한 결과가 우리 방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고음역 차례이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음악에서 말하는 고음과 오디오에서 말하는 고음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가 고음악기로 치는 바이올린의 최고음은 약3kHz이고, 플루트는 약 2kHz, 피콜로라 해 보았자 겨우 3kHz정도다. 피아노 최고 키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약 4kHz 남짓이다.


그러니까 오디오의 한계 고음까지는 아득히 멀다. 그뿐만 아니라 앞의 중음역에서도 다루었지만, 그것들은 다 중음역에 포함된다. 고쳐 말해서, 오디오에서 말하는 고음이란 거의가 배음 영역에 속하는 소리인 셈이다.


그리고 그 배음 영역들은 훨씬 높은데 까지 뻗어서, 약 60kHz까지도 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가청 한계는 20kHz까지니까, 거기까지를 일단 고음으로 치고 있다. 그래서 CD는 그 한계선에서 싹뚝 잘라버렸다.


그런데 고음이 잘  난다고, 듣는 순간에 느껴질 정도면, 그 고음은 좀 지나친 것이다. 그런 고음은 오래 들어내지를 못한다. 그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쭉 뻗다가 끝머리에서 살짝 고개가 수그러지는 모양새가 좋다. 높은 탑 꼭대기에서 아스라이 하늘로 사라질 듯 얹혀 있는 상륜(相輪)같은 체감(遞減)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바이올린고역이 거슬리지 않고 제맛을 다 낼 수가 있다. 알다시피 바이올린은 서양의 음악에서 얼굴 구실을 하는 악기이다. 거기다가 고음역에 대부분 걸치므로, 어떤 의미에서 재생음의 고음은 바로 바이올린 음색이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고현(高絃)의 가물가물 이어지는 그 배음이, 잘 뻗으면서도 자극을 주지 않도록 나게 하는 솜씨- 그게 오디오맨의 수완이요 관록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극이란 말은 우리 신경을 쓸까스르는 듯한 그 까칠한 느낌을 말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약음과 혼재하는 소음성 잡음의 장난질이다.


그리고 그런 요소가 끼어 듦으로써 고음의 미묘한 음색이 빚어지게 되는데, 그 색조의 뉘앙스는 각자가 선택하는 도리 밖에 없다. 거기가 바로 오디오맨들의 기호가 갈리는 길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