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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공방

by 박경희 posted Nov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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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팔 한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분 직업은 의사입니다. 신경외과 전공이니 주로 머리와 허리 수술을 하겠지요. 그런데 이분이 오디오 회로와 자작에 여간 능란한 것이 아닙니다. 이분이 제게 RS 241 싱글을 만들어 주셨는데 저는 텅빈 호주머니를 이 앰프가 내주는 행복감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오도팔 생활 30년에 안들어본 앰프가 거의 없는데 그 중 RS 241이 발군입니다.

이분은 독특하게도 RS 241 구동을 두 개의 3극관으로 시킵니다. 저는 3극관 드라이브가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가를 이 분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 RS 241의 중, 저역은 풍성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있습니다만 3극관 드라이브를 하니 저역은 더욱 아름답게 맺히면서 고역 또한 여간 선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관의 고역은 RE 604나 Ed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선명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풍성하고 매끈합니다. 상당히 볼륨이 있고 관능적 아름다움이 있는 여성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품위가 있습니다. 사실 독일 3극관은 품위 없는 관이 없긴 하지요. 이 앰프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은 선율 뿐 아니라 화음의 문제라는 것을 곧 느끼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풍부하고 신선한 배음이 마치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선명함과 풍성함을 동시에 갖춘 매우 예외적으로 탁월한 관입니다.

그런데 이 뛰어난 앰프를 만드신 의사께서 드디어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이 분 근무처가 의정부인데 의정부 제2 청사 앞에 공방을 내고 말았습니다. 무려 30평이나 되는 사무실을 얻어서 방을 다섯 공간으로 나누고 한 방에는 방음 시설과 멀티 앰핑 시스템까지도 갖춘 것입니다.

사실 이 분의 운명도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이엔드계에서의 영웅적인 십 수년간의 투쟁 끝에 놀랍게 변신을 했습니다. 빈티지와 진공관 앰프로 돌아선 것입니다. 사실 사이버 미인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진실이 아닌데...... 하이엔드 소리가 아무리 좋게 느껴진다 한들 그것은 거짓이고 가공적인 것입니다. 오래들어 보면 금방 판명납니다. 이제 마치 다마스커스로 가는 바울이 회심을 하듯이 진공관과 트랜스의 세계로 회심하게 된 것입니다. 본격적인 학습과 실습과 시행착오의 세월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도 있었습니다. 이제 집안에 온통 잡동사니가 들어오게 되고 거실은 작업장으로 변하고 집안 공기는 납땜 냄새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괴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어진 것입니다. 이 고통은 돈이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사모님께서는 매우 행복하고 저으기 안심되는 마음으로 공방을 허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11월17일과 18일)에 결쳐 개소식(아니면 개공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떡과 고기와 소주를 조촐하게 차려놓고 여러 오도팔 동호인들과 신세를 같이 망쳐나가겠다는 결의이겠지요. 누구든 환영한다고 합니다. 장소는 의정부 제 2 청사 건너편의 파리 바게뜨가 있는 건물의 401호입니다. 찾기가 매우 쉽습니다. 토요일 오후2시부터 일요일 하루 종일 이라고 하니 많이들 가셔서 DVD로 카르멘도 보시고 또 300B 앰프 네 대가 구동하는 풀레인지 소리도 들어 보십시오. 재미가 만만치 않습니다.

친구가 없고 대화가 없다면 이 인생은 무엇이겠습니까? 누가 알겠습니까? 저 세상에도 음악이 있을지. 저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