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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197A 내다버릴 상황입니다

by 윤영진 posted May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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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하고 있는 REN904 트랜스아웃 프리앰프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탄이 모자라서 일부 재고 부품과 기기를 팔았습니다. 아무리 안쓰는 거라도 잘 팔지 않는 성격인데, 주머니 비게 되니 어쩔 수 없습니다.ㅠㅠ)

1) 플레이트 쵸크 2) 아웃트랜스 3) 인풋트랜스 순입니다.

1)의 플레이트 쵸크는 주먹만한 니켈코어에 2,000H 이상 감아서 달아 본 결과 대만족입니다.
전대역 자로 그은 듯이 재생되는데, 특히 저역의 리니어리티가 탁월해서 부밍감 없이 깊은 우물처럼 방바닥 아래로 파고내려가는(방바닥을 기어 나오는 저역은 사양) 저역을 재생합니다.
중고역대의 자연스런 보컬 재생과 현소리는 잠시 넋이 나가게 합니다.

2)의 아웃트랜스 제작이 끝나서 오늘 드디어 시운전을 했습니다.

역시 파워앰프 출력트랜스 크기의 엄청 큰 니켈코어에 OFC선으로 25K:600옴으로 감았습니다.

인간성 엄청 좋고 인내심이 고승을 초월하는 수십년 경력의 트랜스 권선 전문가의
이빨 갈리는 소리가 먼저 감은 쵸크와 이 트랜스의 제작 기간 내내 작업실을 울렸습니다.
이빨이 2-3mm 쯤 줄어들었을 겁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다신 이런 주문 안 받아!"

소리를 수십번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전에 통행금지 있을 때, 술먹고 택시 잡으며 했던 짓을 되풀이 합니다.

  "따블!.....따따블!...."

에어갭을 어떻게 해야 하고, 권선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고, 권선 정렬과 분할을 어떻게 해야 하고, 절연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고...  사실 시어머니 며느리 장 담그는데 옆에서 잔소리 하는 것보다 더했으니.....

2시간 가까이 감은 권선이 문제(인덕턴스와 Q값 간의 밸런스 문제) 있다고 "원위치!"한 것이 2번.....

이때는, 아마 미켈란젤로가 '피에타상' 완성 직전에 예수 발가락이 4개뿐인 것을 발견하고
느낄만한 좌절감에 육박하는 분위기가 짜------

2,000H 쵸크에서, 그리고 25K옴 아웃트랜스에서...
인덕던스 측정치, 직류저항치, Q값 측정치 모두 페어 간 오차 1-2%에 들게 감았습니다.

이런 결과를 낳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트랜스 제작을 아시거나 해 본 분이라면 이해할 것입니다. 아마 "뻥이지?"라고 물을 겁니다.
나도 들어 못믿을 얘기를 남에게 하고 있으니 ...ㅉㅉ

그렇게 감아달라고 징그럽게 추근댄 놈이나, 그렇다고 그렇게 감아준 분이나 둘 모두
광우병 환자 수준입니다.ㅠㅠ
무슨 에밀레종 만드는 장인도 아닌데.....

그 양반 다음에 더 감아달라고 하면 주민등록 말소하고 외국으로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코어 크기가 프리 일반 아웃용의 4배가 넘습니다.
WE 197A와 같은 권선비율입니다. REN904 내부 저항과 아주 잘 맞는 임피던스입니다.

테스터로 일단 직류 저항만 체크한 결과 1차 직류저항값이 650옴 정도 나옵니다.
25K옴 임피던스에 에어갭 두고 직류저항값 650옴이면 엄청나게 낮은 결과입니다.
Q값도 아주 높아서 좋은 고역 특성이 기대됩니다.

동네 오디오 가게에서 WE197A와 번갈아 달아서 A-B 테스트 했습니다.
10분도 안 되어서 주인 아저씨와 서로 이구동성으로 의견 일치를 보았습니다.

  "당장 WE197A 팔아치워 버리자!"

WE 197A로 듣는 소리가 간유리를 통해 보는 풍경이라면, 이 아웃트랜스로 듣는 소리는
크리스탈 유리로 보는 풍경입니다.

WE197A 유통가격에 견준다면  이 트랜스 페어에 1,500만원쯤 가치가 있다고 둘이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가격 결정까지 임의로 했습니다.^^

주말에 작업을 해서 두 가지 방법의 출력을 스위치로 번갈아 선택하게 개조하려 합니다.
플레이트 쵸크를 거쳐 패러피드로 출력하는 방식과, 아웃트랜스 1차에 직접 전류를 흘려 출력하는 방식을 하나의 프리앰프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식으로....

패러피드방식은 초광대역에 섬세하고 투명하며 요염한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신호회로상 콘덴서가 하나 들어가는 것이 조금 마음에 안듭니다. 콘덴서의 음 특성이 자꾸 최종음에 착색을 합니다.

전류를 흘리면 약간 대역 특성은 미약하나마 좁아지는듯 하지만 증저역의 역감이 다이내믹하게 변합니다.
신호회로에 콘덴서가 하나도 안 걸리는 점이 기분 시원하게 합니다.

이렇게 변환식으로 해서 물리는 파워앰프의 특성에 맞춰서 선택하면 매칭이 편할듯합니다.

같은 프리앰프를 몇 조 더 만들고 싶은데....
문제는 이 트랜스를 감은 코어가 남은 것이 몇 페어 안된다는 겁니다.
약 10여년 전, 고가의 미군 측정장비에서 추출해서 코어만 보관해 놓은 것들인데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습니다.
쪼매한 니켈코어들....은 쉬 구할 수 있는데.....
이런 것으로 감은 것 하고 비교해 들어본 뒤로는 눈에 안차서....

지금까지는 고전 진공관의 아름다운 포름에 미학적 쾌감을 느끼며 어루만지곤 했는데,
지금은 얇다란 판으로 곱게 적층된 니켈코어 쇳덩어리가 그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자꾸 쓰다듬으면 히벌쭉 웃고는 "내가 미쳤나?" 반문하곤 합니다.

이제 마지막 남아 있는 PARMEKO 인풋트랜스를 그냥 둘지 교체할 지를 두고 고민중입니다.
이 트랜스도 상당히 만족스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생 원하고 지겹게 지지고 볶았던 "라인 프리앰프의 마지막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당분간 인풋트랜스는 교체를 미루고 싶다는 것이 원인인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옛 격언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늘 깨닫습니다.
"SIMPLE IS BEST!"

그러나 초간단 구성을 위해서는 트랜스와 부품 하나하나 세계최고의 것을 사용하겠다는 각오와 노력이 필수입니다. 회로와 구성이 간단할수록 부품 하나의 부실이 여지없이 전체 음을 훼손합니다.

어쨌든 트랜스 하나 감는데 쏟는 고생과 정성(재정적 부담 포함)이 앰프 세대쯤 만드는데 드는 정도 되니 이 짓도 더이상 할 것은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