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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르게 만들기^^

by 윤영진 posted Oct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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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이라고 서툴게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출력관의 개성과 특성을 잘 살려서 만들어보자는 꿈입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어떤 "주관적 패턴"에 지배당하는 것을 느낍니다.

즉, 자기가 좋아하는 회로 구성방식, 부품, 실장방식 등등
내 나름의 '도식화된 독선'이 개입을 하는 겁니다.

게다가 나름 균형을 잡아본다고, 샤프한 출력관에는 밑밑한 초단관을 쓰는 둥
자꾸 개성을 상쇄해서 음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관으로 다른 구성으로 만들어도
결과적으로 소리가 비슷비슷해져 버립니다.
문제는 나름대로 튜닝이랍시고 하면 할수록 차이는 더 줍니다.^^

2A3이나 PX4나, LK4112나, E408N이나 RS241이나 그게 그 소리로 닮아갑니다.

딱 하나 아무리 만져도 다른 소리를 내는 관은 RS241 하나입니다.
RS241은 태생적으로 도도한 자기주장이 강해서 아무리 만져도 제 소리를 고집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앰프들 소리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약간 둔한 맛이 있는 영국산 PX4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 드라이브관을 독일제로
썼는데, 이걸 다시 영국산 MH4로 하고 정류관 역시 영국산 구형 벌룬관으로....
그랬더니 샤프한 맛은 줄었지만 풍만하고 촉촉한 30대 아줌마의 색기가 나와서
그것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콘덴서도 독일계 관으로 구성된 앰프에는 필름류를 위주로
미국계나 영국계 관으로 된 앰프는 오일류를 좀 늘리는 식으로.....

그래서 보통 통념적으로 말하는 독일관 음색, 영국관 음색, 미국관 음색....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2A3 앰프는 원래 예쁘장한 소리로 해 놨는데 이걸 미국풍의 호방하고 광대역의
쩌렁쩌렁한 쪽으로 했더니, 재즈 듣는 재미가 훨 좋아졌습니다.
물론 아래층의 마눌님이 빗자루 들고 올라옵니다.
베이스가 쩌렁거리며 바닥을 울리니....^^

물론 프리앰프는 개성을 죽이고 최대한 객관적인 음으로 두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해 놓고 앰프를 바꿔 듣다보니 듣는 재미가 늘었습니다.

도금봉에게 강수지처럼 깡마르게 다이어트 하라고 하면 웃기겠지요?

원래 갖고 있는 개성을 죽여서 어떤 '레퍼런스'로 일체화시키기 보다는
타고난 성질 그대로 드러내는 쪽이 일단 듣는 재미가 더 좋다는 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