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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오디오 기기는 없습니다

by 윤영진 posted Feb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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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중에도 노래를 잘 하는 사람과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저도 노래를 아주 못하는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못한다고 스스로 낙인 찍고 이를 숙명으로 알았습니다.

특히 사회 생활하면서 보편화된 노래방이나 룸싸롱, 단란주점 등의
노래자랑 코스는 저에게는 악몽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가수 겸 작곡가 한 사람하고 대화 중 이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많이 웃고 말하더군요.

"세상에 아주 드물게 음치가 없지 않지만,
거의 모든 노래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원래 못하는 것이 아니고.....
노래를 못한다고 지레 겁먹고
노래를 워낙 안해서 개발이 안된 겁니다.
기본적인 교육만 좀 받고 자주 부르면 금방 잘 하게 됩니다."

라고......

그 이후로 노래방에 가서도 서툴지만 해 버릇했더니
점점 개선이 되더군요.

오디오 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도저히 좋은 소리 안 나오게 엉망으로 만든 기기나 유닛도 있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제작회사나 일정 수준의 제작자가 만든 기기는
일단 기본 수준 이상의 소리를 재생합니다.

오히려 기기의 문제 보다는 기기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더 많은 경우가 태반입니다.

같은 단 돈 1만원짜리 꽃병도
고급스런 실내환경에서 은은하게 설비된 간접조명 아래
놓이면 귀티가 줄줄 흐릅니다.

그러나 같은 꽃병이 지저분한 실내의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놓이면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3만 원짜리 허접 쓰레기 수준의 풀레인지를
훌륭하게 조합된 증폭기 라인에 걸었을 때 의외로 좋은 소리가 나서 놀란 일이 있습니다.

대개 명품이라는 오디오 기기는 일단
명품으로서의 기본 대우를 당연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755A 같은 저명 풀레인지라면 인클로져에 장착할 때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서, 고급 목재로 좋은 장인에게
제작이 맡겨지게 됩니다.

앰프류도 WE 제품을 필두로 고급 기기에
고가의 고전관 앰프를 붙이기 십상입니다.

대형 고급차에 비싼 타이어 달고
시트를 오리지널 가죽으로 장착하는 식입니다.

국산 삼미 유닛 같은 저렴한 유닛은 일단 초기 대접부터 달라집니다.
워낙 유닛 값이 낮다보니,
인클로져건 평판이건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낭비이고
헛 짓처럼 부담이 됩니다.

앰프류도 "이런 싸구려에 WE91 앰프를 물릴 수는 없잖아?"
식의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무명의 허접 기기나 유닛이 사용자를 놀라게 하는 일이 생깁니다.

많은 비용과 오랜 노력을 들여서 잘 조율된 재생기기 라인엎에
어느 날 우연히 별 기대도 없이
무명의 허접 스피커가 물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소리는 의외로 좋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오디오 기기도 인생의 생로병사와 비슷한 경로를 걷습니다.

태어날 때 가난한 집에서 그다지 훌륭한 유전적 능력을 받지 못하고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교육받고 스스로 노력해서 자질을 키우다 보면
나중에는 훌륭한 품성과 능력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값이나 유명세를 탄 기기나 유닛은 당연히 좋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도
사용자가 존중해 주고, 애정을 기울여서 장시간 동안 다듬으면
점차 좋은 소리로 보답하곤 합니다.

오랜 오디오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 겪는 일이지만
처음 들여 놓고 며칠 들어보다가 소리가 나쁘다고 내쳤던 기기 중에
나중에 매칭이 잘 되는 상태에 다시 들어보고
그 때 내친 것을 후회한 경험은 모두 수차 있을 겁니다.

어떤 기기나 부품, 유닛이건
일단 품에 들어오면 섣부른 평가 보다는
장시간 동안 보듬고 다듬고 다른 기기들과 잘 어울리도록
애정을 기울이는 기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집 자녀, 일류대 출신, 멋진 외모 등을 기준으로
연애하고 결혼했다가 금방 이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연애기간 보다는 결혼 이후에 더 서로 이해하고
애정이 돈독해져서 금슬 좋게 해로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기기 바꿈질보다는 기기 간의 어울림을 조율하는 노력에
더 힘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ㅠㅠ

위 얘기는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경험론이 아니고
제가 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꾸짖고 있는 "희망사항"입니다.

다시 말해서 저도 못하면서
남에게는 권하는 .....^^


댓글에,

"너나 잘해!"라고 달아주십시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