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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카트리지 예찬론

by 윤영진 posted Mar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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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 때는 "오디오의 꽃은 음의 입구다!"라는
금언에 혹해서 고급 카트리지를 구해 썼고 지금도 한 두개는 남아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0.2-0.6mV 를 최대 출력전압으로 하는 MC형 카트리지에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면 나중에 스피커에서는 얼마나 크게 벌어지겠습니까?

당연히 좋은(물론 고가의) 카트리지를 탐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나 저처럼 조심성은 없는데, 뭔가를 진득허니 냅두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도방정을 떨면서
끼웠다 뺐다, 기기 배따고 지지다 닫고, 뜯었다 붙였다 하는
"정신 불안증 환자"에게 있어서는
절망적인 비극이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자주 일어나는 것이 카트리지 바늘 부러먹는 것과
고가의 고전관을 깨먹는 것, 과다전류 흘려서 고가의 트랜스포머 코일 녹여 먹는 것....
등등입니다.

전에 200만원이 넘는 카트리지 부러먹고
울면서 제조사에 보내서 수리해 오고 하는 귀찮고
돈들고 힘든 일을 거치고는 점점 내가 다루기에 민감하고 연약한 물건은
아예 손을 안 대는 쪽으로 변하더군요.

그래서 오랜 동안은 카트리지는 절대 30만원 넘는 건 안 썼습니다.

주로 쓰는 것이 오디오테크니카의 10만원짜리 MC바늘(세계 최저가 MC바늘)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내구재에는 돈을 쓰는 편이라
승압트랜스는 수백만원짜리도 있고, 기타 꽤 비싼 것들이 6-7개나 굴러다닙니다.

예들(승압트랜스포머)은 아무리 조심성 없이 다뤄도 100년 이상 고장 없이 쓰니.....^^

카트리지에서 잘 못 재생하는 신호를 승압트랜스포머에서 좋은 신호로
탈바꿈은 절대 못 시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카트리지에서 잘 재생한 신호도 트랜스포머에서
꾸그려 버리면 말짱 헛일이지요.

그러니 10만원짜리 카트리지를 500만원짜리 트랜스포머로 매칭해 놔도
마음은 편합니다.

아무리 싸구려 카트리지라도 주파수 대역 특성이 모자란 것은 아니고
디스토션이나 험이 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물리적인 특성에서 계측상 문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해상력이나 뉘앙스, 질감 등등의 좀 "심미안적인 팩터"에서 결국 차이를 냅니다.

이는 출력 방식만 봐도 그렇습니다.
MM바늘이 실제로 물리특성은 더 좋습니다.^^

어느 날 묵혀 두었던 MM바늘도 써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매일 12년 이상 묵은 스카치 위스키만 마시다가
문득 막걸리를 마셨을 때, "야- 이 맛이 위스키보다 좋으네!"라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

비싸고 좋은 바늘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모든 장르의 모든 음악에 맞는 것도 없습니다.

최신 하이엔드형 바늘 것 중에는 너무 음이 세련되고 차고 냉정해서
몇 몇 장르의 몇몇 소스에서만 듣기가 좋고,
빈티지 오토폰 같은 바늘은 중역대의 그 좋은 음색이 또 그에 안 맞는 소스에서는
좀 그렇고....

그래서 저는 싼 바늘 애찬론자입니다.
남보고도 싼 거 쓰라고 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