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바흐의 LP 3장을 처음으로 연속 들었습니다

by 윤영진 posted Apr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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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일찍 퇴근했습니다.
자작한다고 허리 구부리고 혹사하고, 무거운 것 들고 계단 오르내렸더니
허리 뒷 쪽 근육이 파열되었다고 하네요.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약 먹고 빌빌하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오디오가 돈만 잡아먹더니, 이제는 부부생활까지 해친다."고
투덜댑니다.^^

......


그래서 집에서 음악이나 듣자고, 평소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꼭 듣고 싶던 전곡 연주집을
하나 택했습니다.

아르튀르 그뤼미오가 연주한 바흐의 "독주 바이얼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모두 3장의 LP로 되어 있습니다.

전에도 아주 드물게 듣기는 했지만,
LP의 한 면 정도 골라 듣는 것이 전부였지 전체를 한 번에 들은 적은 없습니다.

새로 만든 LCR이큐에 대한 기대로 시도해 봤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르튀르 그뤼미오는 과르네리를 편애했던 연주자입니다.

아이작 스턴이 말하기를

"스트라디바리는 경애할 대상이고, 과르네리는 강간할 대상이다."

라고 했답니다.

스트라디바리에는 여지가 별로 없고,
과르네리에는 창의적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저처럼 듣기만 하고 연주를 직접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런가 보다라고 유추는 가능하지만 공감은 못할 얘기입니다.

그뤼미오는 이 음반들을 녹음할 때
인쇄 악보를 이용하지 않고, 바흐의 "친필악보"를 보고 해석과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음반 해설집에는 바흐의 친필악보 일부가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너무나 정교하게 악보가 수기로 표기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인쇄되어 유포된 악보와 친필악보 사이에 서로 다른 점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바흐의 악보 기재는 너무 정확해서 인쇄본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뤼미오가 굳이 왜 친필악보를 보고 연주했냐는 질문에
바흐의 손으로 그린 악보에서 바흐가 느끼고 원했던 연주 감성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답니다.

결국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3장의 LP를 모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끝까지 든겠는가고 자문하고 회의했고
중간에는 선입견과 달리 지루하지 않아서 놀라고....
끝에는 바흐와 과르네리와 그뤼미오에 대해 깊은 존경으로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

그뤼미오는 과르네리를 强奸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和奸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