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의 通說은…
-모두 높은 수준이라고 할 때- 진공관 프리앰프는
한 300만 원선까지는 TR프리앰프보다 가격 대비 음질이 좋고,
500-1,000만 원 선에서는 비슷하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TR프리앰프가 더 좋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하는 논법으로
천차만별의 케이스를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TR프리앰프는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 시장에 그 종류와 모델이
수도 없이 많고, 진공관식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비교가 좀 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수긍할만한 결론입니다.
어쨌든 포노이퀄라이저라든가, 프리앰프 같은
미소 신호 레벨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진공관이라는 소자가 가진 종합 특성이 TR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대출력을 요하게 되는 파워앰프에서입니다.
당연히 직접 비교는 하기 어렵습니다.
TR앰프란 것이 구동이 어려운 저효율 스피커에 맞춘 것이고,
진공관앰프는 고효율 스피커에 맞춘 것이라…
그러나 동일 조건이라면 사실 파워앰프에서는
TR앰프가 진공관앰프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고효율 스피커에 대출력 TR파워앰프를 물렸을 때의
안 좋은 점을 피하고,
고효율 스피커에도 저출력 A급 TR파워를 물려보면
웬만한 진공관 파워앰프보다 종합적인 음질에서
더 좋다고 여겨집니다.
진공관에 미친 본인을 잘 아는 분들 입장에서는
“저 인간 더위 먹었나? 왜 갑자기 TR앰프 칭송이야?”
라고 놀라실 겁니다.
별 것 아닙니다.....^^
15인치, 18인치 우퍼를 소출력 직렬 3극관 싱글 파워로
제대로 콘트롤해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해본 끝에
일종의 “포기 선언”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더군요.
“가까이 갔다”는 것이 “도달했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듯이…
유일한 해답은 채널당 30W 이상 되는
플러스 바이어스를 거는 대형 송신관앰프 뿐인데…
조그만 공간에서 그런 전열기기를 켜대는 것이
효율성에서 마땅하지 않습니다.
제작비용이나 크기 발열량 등등 제작이나
사용이나 모두 부담됩니다.
결론적 해답은 멀티앰핑을 해서
우퍼는 TR앰프로, 중고역은 진공관으로 울리는 것인데,
이 것도 구성이 복잡해지고 조정 변수가 많아져서
귀차니스트에게는 꺼려지는 방법입니다.
그러다보니,
절충안으로 프리앰프는 진공관식, 파워앰프는 TR식으로
쓰는 정도가 “대안”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조합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고효율 대형 혼스피커에 잘 맞는 TR파워앰프를 고르고
선택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제 경험상 가장 잘 맞았던
마크 레빈슨 ML-2 같은 것도 가격과 무게와
발열량, 오랜 연식에 의한 고장 우려 등으로 부담이 너무 큽니다.
얼마 전 어느 분이 분의했던 Bedini의 10/10 모델도 아주
좋습니다.
어큐페이즈의 A20 같은 모델도 참 좋은데
가격이 좀 부담이 되지요.
아, 제프로렌드 모델1이나, 넬슨패스의 네모진
0인지 1인지 하는 초기형 소출력 모델도 아주 좋지요.
이렇게 찾다보면 고효율 스피커에도 잘 맞는
TR파워앰프를 상당수 찾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각자 마음에 드는 소출력 TR파워앰프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남는 숙제가
진공관식 프리앰프입니다.
무조건 진공관만 사용했다고 그 모든 프리앰프가
다 잘 맞고 소리가 좋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저도 그동안 이런 조합을 자주 실험해 봤는데
결국 “일장일단”이라는,
정말 말은 되는데
한편으로는 짜증이 제대로 나는 결론에 늘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좀 ‘일장일장’은 안 되나?”
그런데 바로 며칠 내에 가능성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직렬관 트랜스포머 결합 싱글프리앰프를
TR파워앰프에 물려서 들어 본 다음입니다.
전에 다른 진공관식 프리앰프를 TR파워앰프에 물렸을 때
느꼈던 공통적인 불만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 공통적 불만이라는 것은,
진공관식 프리앰프의 장점이 TR파워앰프의 단점을 보완하고
커버하기 보다는,
TR파워앰프의 단점이 진공관식 프리앰프에게
역으로 나쁜 영향을 주어 중고역은 TR앰프의 특성이 나타나고
반대로 저역에서는 진공관식 프리의 단점이
TR파워앰프에게 나타나는…
“단점+단점의 하모니”로 가기 쉬웠던 것입니다.
(과거 실패했던 ‘하이브리드 앰프’들에서 보이는 공통의 단점…)
그런데 이번에 직렬관 트랜스포머결합 싱글 프리앰프를
소출력 TR파워앰프에 물려 보니
과거 다른 진공관식 프리앰프에서보다 상당히
단점이 해소되었습니다.
저역의 콘트롤 능력은 확실히 TR파워앰프가
장악을 해 주고,
중고역의 화사하고 투명하며 유연한 음은
진공관식 프리앰프가 장악해 주는
바람직한 역할배분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도 명확한 이론적 해석은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경험적, 주관적 분석을 해보자면…
- 일단, 프리앰프의 입력트랜스포머가 CDP에서 신호출력을 받을 때
양자화잡음이라든가 하는 걸 줄이는 기여를 좀 하는 것 같고…
- 프리의 직렬관 싱글 특유의 배음과 직진성이 일단 중고역에 화사한
배음을 덧붙여서 파워로 보내 TR앰프의 중고역 음색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이고…
- 하이 인덕턴스 쵸크로 부하를 건 패러피드 출력의 아웃트랜스포머
출력으로 진공관 프리에서 이미 광대역과 절도있는 저역 구동력을
TR파워로 보내주는 데 힘입은 것 같습니다.
저보고 스피커를 뺀 모든 오디오 기기 중에서
딱 하나 가장 중요한 걸 고르라고 하면 프리앰프를
지목하는데 서슴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 프랑스의 지네디 지단 등이
연상됩니다.
오디오의 미들필더가 프리앰프라는…
* 물론 호기심 많은 비전문가의 매우 주관적인 잡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