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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데죄송

by 윤영진 posted Aug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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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마눌님 뫼시고 오대산 상원사를 다녀왔습니다.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꼭 같이 간다는 약속을
근래에 잘 지키고 있습니다.

도착 이후의 서로의 행보는 늘 정해져 있습니다.

같이 공양 마친 이후 마눌님은 법문 들으러 가시고
종교에는 관심이 없는 저는 그 시간을
문화적 , 자연적 주위 환경을 즐기는 데 활용합니다.

좋게 말해서 그렇고....

실제로는 "원더링(게으른 둘러보기)"입니다.^^

어제는 평소와 다르게 그 동안 몸 속에 쌓인 술독이라도 좀
빼보겠다고 비로봉 가는 길 중턱의 적멸보궁터까지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샌들 신고...

샌들 신은 채 보통 젊은 남자 속도(상대적으로 좀 빠른)로 다녀오다 보니
주변의 사람들이 좀 이상한 눈으로 보더군요.
"샌들"에 집중해서....

그래도 시간이 남기에 "국립공원법 위반행위" 몇 가지를 저지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으슥한 계곡 물가에 앉아 탁족하면서 사진 찍기....
(요즘, 가시권의 개울에는 손도 못 씻게 되어 있습니다.)

화장실 근처 으슥한 곳에서 몰래 담배 피우기.....
(시기와 장소 불문 국립공원 내에서는 금연....ㅠㅠ)


참- 한 가지 더 에피소드....

큰아들이 6월말에 제대하면서 군대 근처에서
하늘소를 한 마리 잡아서 집에까지 가져왔습니다.
어려서부터 곤충이나 물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던 아이답습니다.

플라스틱 집에 톱밥을 깔고
곤충용 젤리를 먹여가며 근 두 달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의례 곤충이 그렇듯
낮에는 톱밥 속에서 잠을 자고 밤만되면 우리에서 탈출하려고 달그럭 거립니다.

본능이 시킨대로 밤에 먹이도 먹고 짝짓기도 하려는
몸부림이지요.

큰 것 보다는 작은 데 더 측은지심이 강하신 마눌님이
보다못해서 "방생"하자고 이 하늘소를 오대산에 데려가
그 막중한 방생 책임을 저에게 맡겼습니다.

두 아들의 까다로운 사전 요구조건도 숙지해서...

- 참나무 많은 곳에 풀어놓을 것

- 인적이 드문 곳에 아이들 눈에 안 띄게 놓아줄 것

- 혹시 모르니 먹던 젤리 몇 개를 근처에 같이 놔 줄 것

- 풀어주고 나서 5분 정도 상태와 행동을 관찰한 후
도저히 자연생활에 적응을 못할 듯 하면 다시 가져올 것.....

마지막 요구조건은 그 난이도가 실행불능입니다....^^
내가 무슨 곤충학자거나 점쟁이도 아닌데 자연적응 여부를
5분만에 판단합니까?

그동안 정이 들어서 다시 가져오기를 바라는
미련을 담은 조건이지요...^^

오대산에 터잡고 사는 하늘소들이
포천 산자락 시골 출신 하늘소를 괄세나 안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