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과 음색>
오디오 동호인들과 기기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늘 “음질이 어떠냐?”, “음색이 어떠냐?”는 질문이 오가고,
이에 대한 답변도 오갑니다.
물론 답변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추상성에도 ‘기술적 수준’이 있어서
오디오 잡지 등에 평론을 하는 분들처럼
눈을 감으면 써 놓은 글에 따른 음의 이미지가
선연하게 그려질 듯한 수준도 있고,
그냥 좋다 나쁘다 수준도 있고…
오디오 초보 시절에는 잡지의 평론만 읽어도
가슴이 뛰고 그 모든 미사려구대로 음이 나올 것이란
믿음과 환상도 강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거의 다 “기분 좋은 뻥”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런 글을 쓴 분들이 밉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듣고 짐작할 수 없는 여건에서
그나마 상상 속에서라도 즐기고 기대하고 짐작하게 해 주었으니…
물론 저도 다른 분들에게 특정기기나 진공관 등등의
음질이나 음색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직접 오랜 동안 만지고 들어본 것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평을 하고자 하지만
늘 말하고 나면 엉터리였다는 후회가 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꾸 “들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핑계를 대고 직접 설명은 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 ‘음질’과 ‘음색’에 대한
생각에 집중이 되었습니다.
음질은 무엇이고 음색은 무엇인가?
음질은 좋은데 음색이 나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가?
그래서 나름 이 두 가지 표현의 의미와 차이를 생각해 봤습니다.
<음질>
음질은 보다 물리적 팩터에 기초하는 것 같습니다.
알기 쉽게 남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여성을 두고 비유하자면
키가 얼마고, 체형(B-W-H)이 얼마고, 얼굴 크기가 어떻고,
손발 길이가 어떻고, 상-하체 비율이 어떻고…
거기에 더해서 건강이나 피부색은 어떻고 등등이
‘음질’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외형적, 물리적, 형상적, 체질적 팩터에서 우수하다면
일단 “아름답다!”, “뿅 간다!”, “죽인다!”는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여성을 만나면 일단 눈이 확 꽂히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고, 동공이 확대되고, 얼굴에 홍조가 피고…
오디오 애호가들이 마음에 드는 오디오 기기를 보았을 때와 같습니다.
그러나…
혹시 이런 가슴이 터질 듯 매력적인 여성과 인연이 이어져서
데이트도 하고 어렵게 결혼까지 했다면
평생 한 눈 한 번 안 팔고 행복하게
서로를 끔찍하게 위하며 잘 살았다는
헐리우드 영화식의 해피엔딩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아쉽게도 그런 해피엔딩은 현실세계에서는 아주 드뭅니다.
한 번 높아진 눈높이는 갈증에 목이 타는 상황에서 마시는
소금물처럼, 자꾸 더 목을 마르게 하고 만족감을
흐리게 만듭니다.
미스코리아랑 데이트 하면서 미스유니버스랑은
언제 데이트 해 보나를 꿈꾸는 치유 불능의 중독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음색>
자연스럽게 남녀가 여럿 어울리게 되는 사회나 조직, 공간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일인데…
“외형적 스펙”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도 모든 남성들의
애정 공세를 받는 여성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꼭 매력 포인트를 짚어서 지적해 보라고 하면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성들도
순간적으로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기 쉽습니다.
그러다가 머뭇거리며 답하는 내용도 조금씩 다릅니다.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나 살짝 보이는 덧니가 예뻐서 반했다…”
(이런 건 ‘섀시가 찌그러졌다’든가, ‘부품이 섀시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식의 하자인데…^^ )
“목소리가 작으면서 사근사근해서…”
(이건 ‘음질’로 보자면 출력 부족에 다이나믹스 부족…^^)
“마음이 착해서…”
(너무 추상적이고, 혹시 결혼 전까지만 그런 것인지 모르니 위험한 요소…^^)
“키가 좀 작고 오동통한 것이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오디오 기기 디자인이 좀 크기가 안 맞고, 둔하게 생겼는데 귀엽다?……^^)
“검소하고 명품 같은 거 안 좋아해서…”
(싸고 유지비용 안 드는 기기? …… 글쎄 음질까지 좋다면야…)
..........
‘음색’은 이처럼 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자기 결핍에 대한 보상성”이
큰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두드러지지 않는 매력이
지속성에서는 더 강합니다.
<결론적 생각>
문제는 ‘음질’에 좌우된 사랑보다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음색’에 좌우된 사랑이
그 지속성이나 애정의 균질성에서
더 우월하기 십상이라는 점입니다.
대개, 오랜 동안 갈망하다가 무리를 해서 거금을 들여서
장만한 오디오 기기 같은 것은…
“물리적 스펙과 객관적 음질 평가”를 이성적으로 종합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평을 살피고, 여러 번 듣고 나서 구입을
열망하고 실제로 저질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보다 깊게 자신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그런 면 보다는, 잠재심리 속에 자리 잡은
어떤 본인도 쉬 알지 못하는 “매력”이 나를 움직여서
그런 소유옥이나 구매욕으로 드러났다는 걸
느낄 때가옵니다.
제가 오래 전에 AR3a를 당시 제 경제 여건상
무리를 무릅쓰고 구해 들었던 경우를 보자면…
오랜 동안 그 이유가 단지 AR3a의 훌륭한 음질에 반해서
그랬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이유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AR3a를 내보내고 다른 걸로 바꿈질을 한 다음이었습니다.
첫사랑 비슷한 여인과 사귀던 초기에 함께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좋은 음질로 나왔는데,
마침 그 여인도 그 음악을 좋아한다고 반응하고
서로 교감과 공감이 증폭되어 빠른 시간 안에
서로 사랑이 깊어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때 들뜨고 행복한 마음으로 굳이 화장실 가는 길에
접근해서 확인한 스피커의 라벨이 바로 “AR3a”였습니다.
그 강렬했던 기억과 동기가 바로 그 스피커를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무리해서 구입하게 만든 “진정한 동기”였던 것입니다.
제가 AR3a를 내보낸 때는 그 여인과 헤어지고
한참을 마음병을 앓다가 어느 덧 새 여자 친구도 만나며
마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 즈음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전 애인과 그 스피커는
나의 심연 속에서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그 끈이 가늘어지면서 삭아서 끊어진 때였나 봅니다.
스피커를 바꾸고 한 동안 충격과 반성과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더 비싸고 평도 좋고, 크기도 크고 디자인도 멋진 새 스피커인데
바로 “음질(사실은 ‘음색’)”이 더 안 좋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먼저 쓰던 AR3a의 음질이 별로라고 생각했고,
별 어려움 없이 새 스피커로 교체했을까?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하다가 느낀 것이 바로
“음색”과 “미련으로 남은 첫사랑의 향취”를 점점 잃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음색’에 매력이 엷어지니, ‘음질’에 대한 평가나 판단도
달라진 것입니다.
내가 진공관 앰프로 급격한 전환을 하게 된 동기도
30대 중반, 비가 낮부터 능청맞게 오던 어느 날
이혼하고 혼자 살던 멋진 선배와 술을 마시고
그 집에 가서 한 잔 더하던 늦은 밤이었습니다.
그냥 허접한 CDP, 허접한 스피커에서 그동안 내가
추구했던 “음질”과는 전혀 다른 “음색”을 들었습니다.
물론 냉정한 판단이나 객관적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쏟아 좋아하는 선배와, 좋은 대화와 좋은 술자리로
이미 감성적인 면에서 충분히 기분 좋은 습기를 머금고 있던
나에게 ‘동조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음질’이 아닌 ‘음색’이…
결국 증폭기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자작한 2A3 싱글앰프였습니다.
물론 오디오 잡지 등에서 사진이나 설명, 기사로는 많이
접했던 진공관, 그리고 진공관앰프였습니다.
전에도 오디오샾에 진열된 진공관앰프들을 많이
봤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들어보지도 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비오는 날 좋은 선배와의
술자리에서의 만남이 큰 변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물론 당장 그 다음 날 진공관 앰프를 사러간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1-2년이 지나도록, 그 날의 기억은
오직 “비오는 날 누구와 기분 좋게 술 마셨다.”는
것만 남아있었고, 2A3 앰프는 잠재의식
저 밑바닥에 묻혀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진공관 앰프를 들여놓기 시작하고
금방 전체 기기가 진공관앰프 위주로 재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이 홀딱 바뀐 뒤로도 한참 동안
그렇게 바뀐 이유가 “음질”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강력했던 모티브는 음질이 아닌
어느 비오는 날 저녁 들었던 2A3 싱글앰프의 ‘음색’이었습니다.
오디오 동호인들과 기기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늘 “음질이 어떠냐?”, “음색이 어떠냐?”는 질문이 오가고,
이에 대한 답변도 오갑니다.
물론 답변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추상성에도 ‘기술적 수준’이 있어서
오디오 잡지 등에 평론을 하는 분들처럼
눈을 감으면 써 놓은 글에 따른 음의 이미지가
선연하게 그려질 듯한 수준도 있고,
그냥 좋다 나쁘다 수준도 있고…
오디오 초보 시절에는 잡지의 평론만 읽어도
가슴이 뛰고 그 모든 미사려구대로 음이 나올 것이란
믿음과 환상도 강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거의 다 “기분 좋은 뻥”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런 글을 쓴 분들이 밉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듣고 짐작할 수 없는 여건에서
그나마 상상 속에서라도 즐기고 기대하고 짐작하게 해 주었으니…
물론 저도 다른 분들에게 특정기기나 진공관 등등의
음질이나 음색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직접 오랜 동안 만지고 들어본 것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평을 하고자 하지만
늘 말하고 나면 엉터리였다는 후회가 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꾸 “들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핑계를 대고 직접 설명은 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 ‘음질’과 ‘음색’에 대한
생각에 집중이 되었습니다.
음질은 무엇이고 음색은 무엇인가?
음질은 좋은데 음색이 나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가?
그래서 나름 이 두 가지 표현의 의미와 차이를 생각해 봤습니다.
<음질>
음질은 보다 물리적 팩터에 기초하는 것 같습니다.
알기 쉽게 남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여성을 두고 비유하자면
키가 얼마고, 체형(B-W-H)이 얼마고, 얼굴 크기가 어떻고,
손발 길이가 어떻고, 상-하체 비율이 어떻고…
거기에 더해서 건강이나 피부색은 어떻고 등등이
‘음질’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외형적, 물리적, 형상적, 체질적 팩터에서 우수하다면
일단 “아름답다!”, “뿅 간다!”, “죽인다!”는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여성을 만나면 일단 눈이 확 꽂히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고, 동공이 확대되고, 얼굴에 홍조가 피고…
오디오 애호가들이 마음에 드는 오디오 기기를 보았을 때와 같습니다.
그러나…
혹시 이런 가슴이 터질 듯 매력적인 여성과 인연이 이어져서
데이트도 하고 어렵게 결혼까지 했다면
평생 한 눈 한 번 안 팔고 행복하게
서로를 끔찍하게 위하며 잘 살았다는
헐리우드 영화식의 해피엔딩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아쉽게도 그런 해피엔딩은 현실세계에서는 아주 드뭅니다.
한 번 높아진 눈높이는 갈증에 목이 타는 상황에서 마시는
소금물처럼, 자꾸 더 목을 마르게 하고 만족감을
흐리게 만듭니다.
미스코리아랑 데이트 하면서 미스유니버스랑은
언제 데이트 해 보나를 꿈꾸는 치유 불능의 중독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음색>
자연스럽게 남녀가 여럿 어울리게 되는 사회나 조직, 공간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일인데…
“외형적 스펙”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도 모든 남성들의
애정 공세를 받는 여성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꼭 매력 포인트를 짚어서 지적해 보라고 하면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성들도
순간적으로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기 쉽습니다.
그러다가 머뭇거리며 답하는 내용도 조금씩 다릅니다.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나 살짝 보이는 덧니가 예뻐서 반했다…”
(이런 건 ‘섀시가 찌그러졌다’든가, ‘부품이 섀시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식의 하자인데…^^ )
“목소리가 작으면서 사근사근해서…”
(이건 ‘음질’로 보자면 출력 부족에 다이나믹스 부족…^^)
“마음이 착해서…”
(너무 추상적이고, 혹시 결혼 전까지만 그런 것인지 모르니 위험한 요소…^^)
“키가 좀 작고 오동통한 것이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오디오 기기 디자인이 좀 크기가 안 맞고, 둔하게 생겼는데 귀엽다?……^^)
“검소하고 명품 같은 거 안 좋아해서…”
(싸고 유지비용 안 드는 기기? …… 글쎄 음질까지 좋다면야…)
..........
‘음색’은 이처럼 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자기 결핍에 대한 보상성”이
큰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두드러지지 않는 매력이
지속성에서는 더 강합니다.
<결론적 생각>
문제는 ‘음질’에 좌우된 사랑보다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음색’에 좌우된 사랑이
그 지속성이나 애정의 균질성에서
더 우월하기 십상이라는 점입니다.
대개, 오랜 동안 갈망하다가 무리를 해서 거금을 들여서
장만한 오디오 기기 같은 것은…
“물리적 스펙과 객관적 음질 평가”를 이성적으로 종합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평을 살피고, 여러 번 듣고 나서 구입을
열망하고 실제로 저질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보다 깊게 자신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그런 면 보다는, 잠재심리 속에 자리 잡은
어떤 본인도 쉬 알지 못하는 “매력”이 나를 움직여서
그런 소유옥이나 구매욕으로 드러났다는 걸
느낄 때가옵니다.
제가 오래 전에 AR3a를 당시 제 경제 여건상
무리를 무릅쓰고 구해 들었던 경우를 보자면…
오랜 동안 그 이유가 단지 AR3a의 훌륭한 음질에 반해서
그랬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이유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AR3a를 내보내고 다른 걸로 바꿈질을 한 다음이었습니다.
첫사랑 비슷한 여인과 사귀던 초기에 함께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좋은 음질로 나왔는데,
마침 그 여인도 그 음악을 좋아한다고 반응하고
서로 교감과 공감이 증폭되어 빠른 시간 안에
서로 사랑이 깊어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때 들뜨고 행복한 마음으로 굳이 화장실 가는 길에
접근해서 확인한 스피커의 라벨이 바로 “AR3a”였습니다.
그 강렬했던 기억과 동기가 바로 그 스피커를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무리해서 구입하게 만든 “진정한 동기”였던 것입니다.
제가 AR3a를 내보낸 때는 그 여인과 헤어지고
한참을 마음병을 앓다가 어느 덧 새 여자 친구도 만나며
마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 즈음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전 애인과 그 스피커는
나의 심연 속에서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그 끈이 가늘어지면서 삭아서 끊어진 때였나 봅니다.
스피커를 바꾸고 한 동안 충격과 반성과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더 비싸고 평도 좋고, 크기도 크고 디자인도 멋진 새 스피커인데
바로 “음질(사실은 ‘음색’)”이 더 안 좋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먼저 쓰던 AR3a의 음질이 별로라고 생각했고,
별 어려움 없이 새 스피커로 교체했을까?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하다가 느낀 것이 바로
“음색”과 “미련으로 남은 첫사랑의 향취”를 점점 잃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음색’에 매력이 엷어지니, ‘음질’에 대한 평가나 판단도
달라진 것입니다.
내가 진공관 앰프로 급격한 전환을 하게 된 동기도
30대 중반, 비가 낮부터 능청맞게 오던 어느 날
이혼하고 혼자 살던 멋진 선배와 술을 마시고
그 집에 가서 한 잔 더하던 늦은 밤이었습니다.
그냥 허접한 CDP, 허접한 스피커에서 그동안 내가
추구했던 “음질”과는 전혀 다른 “음색”을 들었습니다.
물론 냉정한 판단이나 객관적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쏟아 좋아하는 선배와, 좋은 대화와 좋은 술자리로
이미 감성적인 면에서 충분히 기분 좋은 습기를 머금고 있던
나에게 ‘동조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음질’이 아닌 ‘음색’이…
결국 증폭기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자작한 2A3 싱글앰프였습니다.
물론 오디오 잡지 등에서 사진이나 설명, 기사로는 많이
접했던 진공관, 그리고 진공관앰프였습니다.
전에도 오디오샾에 진열된 진공관앰프들을 많이
봤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들어보지도 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비오는 날 좋은 선배와의
술자리에서의 만남이 큰 변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물론 당장 그 다음 날 진공관 앰프를 사러간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1-2년이 지나도록, 그 날의 기억은
오직 “비오는 날 누구와 기분 좋게 술 마셨다.”는
것만 남아있었고, 2A3 앰프는 잠재의식
저 밑바닥에 묻혀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진공관 앰프를 들여놓기 시작하고
금방 전체 기기가 진공관앰프 위주로 재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이 홀딱 바뀐 뒤로도 한참 동안
그렇게 바뀐 이유가 “음질”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강력했던 모티브는 음질이 아닌
어느 비오는 날 저녁 들었던 2A3 싱글앰프의 ‘음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