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렬3극관 PP의 매력
직렬3극관은 싱글로 듣는 맛이 좋고, 방렬다극관은 PP로 듣는 맛이 좋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완전한 만족은 못 줍니다.
이런 점이 좀 보완이되면.... 식의 부분적 불만이 늘 있지요.
그러다보면 직렬3극관 싱글과 방렬다극관 PP 사이에 놓이는 것이
직렬3극관 PP앰프가 됩니다.
절충형이라고 할지....
직렬관의 맛도 좀 나고, 파워도 충분하고.....
자작은 일단 논외로 하고 기성품 앰프를 본다면,
다극관PP앰프는 아마 전체 기성품 진공관 앰프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3극관 PP이고, 3극관 싱글앰프는 아주 드물지요.
WE91A, B....이 앰프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에 유통되는 것은 사실
음질보다는 '싱글=희귀성'이 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본론인 3극관 PP앰프로 돌아가서 보자면,
대표적인 미국의 WE1086 등의 앰프들도 있고,
영국의 PX4, PX25를 사용한 DECCA, RGD 등의 앰프도 있고,
독일의 KLANGFILM, SIEMENS, TEKADE...등의 앰프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앰프 자체의 희귀성이나 가격도 있지만 이에 더해서
사용되는 진공관의 희귀성과 유통가격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310A, 348A, REN904, MH4, MHL4, HL41...등등 초단관들이나 희귀 정류관 등만 봐도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이에 더해서 출력관들, 300A, 300B, 205D, PX4, PX25, RE604, AD1, ED, Da.... 등등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가격이 언터처블 수준입니다.
2.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한 2A3이라는 출력관
그러다보니, 은근히 주목을 받는 앰프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2A3 PP 앰프들입니다.
왜 2A3 PP앰프가 주목을 받는가?
물론 음질 등등 종합적인 면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이지만,
저는 좀 다른 측면에서 보는데,
바로 "사용되는 진공관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비싸서 못 사서 쓰면 속만 쓰리지요....^^
기성품 미국제 2A3 PP앰프의 초단관이나 정류관 등등 모두 상당히 저렴한 관들입니다.
상대적 음질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WE이나 유럽 명관들에 비하면 정말 저렴합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출력관인 2A3의 착한 가격은 실로 칭찬을 아무리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물론 초기형 모노플레이트 타잎은 유럽관과 대등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런 관은 싱글 파워앰프에나 꼽고,
웬만하면 PP앰프에는 그냥 더블플레이트 꼽아도 만족스럽습니다.
군용과 산업용, 민수용으로 다량 생산되어 지금도 전세계의 오디오용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양이 풍족한 더블 플레이트형 2A3이라는 관의 미덕은
아무리 칭찬해도 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유명 직렬3극관 중에서 가격대비 음질로 챔피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10년전 RCA, SYLVANIA 등의 구관 유통가격이 7만원 선이었는데,
요즘 평균 약 15만원 좀 더 되는 듯 합니다.(물론 상업매장에서는 더 비싸고)
즉, 가격 자체로도 저렴하지만,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가격상승폭이 다른 어떤 관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그만큼 물량이 된다는 것이니........
이것도 모자라서 중국산이나 동구권 제품, 러시아산까지 합치면
정말 "대중을 위한 PUBLIC TRIOD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총도 비싸고 총알도 비싼 케이스와,
총은 좀 비싼데 총알이 싼 케이스의 비교와 비슷합니다.
총알이 너무 비싸면, 총연습 부족하게 마련이고 총 쏠 때 제대로 못쏘면
남의 총에 맞아죽기 십상입니다....^^
음질 좋은 직렬3극관PP앰프에서 사용되는 진공관 값이 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장점입니다.
3. BROOK사의 회로 설계의 우수성
미국의 JEWELL, BROOK, MILLS....등등 메이커에서 한동안 제작되던 2A3 PP앰프들은
BROOK의 10C를 제외하고는 한동안 빈티지 애호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조용한 붐이 있는 듯 합니다.
한 10여년 전, 제가 짧은 기간 쓰던 시기 BROOK 10C의 거래가격이 한 250만원이었었는데
요즘 1,500만원 선에 거래가 된다고 들었습니다.(당시 소장을 해야 했는데 돈이 궁해서
약간 웃돈 받고 넘겼습니다.)
같은 시간 경과 중에 출력관 값은 2배 정도 올랐는데,
그 출력관을 사용하는 앰프의 가격은 6배 정도가 오른 셈입니다.
저는 이런 조용한 붐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혹시 오랜 시간 정밀하게 회로도를 검토한 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WE 1086과 BROOK 10C의 회로도를 냉정하게 비교해 보면,
솔직히 WE 1086은 대충 만든 회로, 10C는 정말 감탄할만한 회로입니다.
WE91, WE1086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용된 진공관과 트랜스포머의 우수함, 이름값, 프
로용으로서의 수리 보수의 편리함, 내구성 등인데,
BROOK 10C는 이런 것과는 다른 "회로 설계의 우수함"이 빛납니다.
그러다보니, BROOK 10C를 300B로 출력관을 잘 개조한 것의 음질이 WE1086보다 더 좋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물론 이런 소리하면 WE앰프 소장하고 계신 분들과 자게판 수준에서 말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 이런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고 도망갈 구멍하나 파놓습니다.....ㅎㅎ
BROOK에서는 모두 4종(제가 모르는 모델이 더 있으면 다른 분들이 보완하시길 부탁)있는데,
대표선수격인 10C, 둘째 격인 12A, 막내 격인 22A가 3형제이고,
10C를 같은 회로 구성으로 진공관 구성만 다르게 6B4G를 중심으로 변경한 모델이 10C3입니다.
이 10C3는 CAPEHART 등에 OEM으로 제공된 모델이기도 합니다.
첨부된 회로도에서 보다시피,
10C는 요즘 어떤 회로도에서 볼 수 없는 복잡하고 정교한 어찌보면 좀 과투자된 회로구성입니다.
위상반전은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로 하고, 바이어스 회로도 매우 독특합니다.
사용된 관의 숫자도 지나치다 할 정도로 많습니다.
12A로 오면 좀 회로가 간략화되면서 위상반전을 그리드 쵸크로 합니다.
물론 회로가 복잡하다고 최종 음질이 좋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마다 주장이 갈리기는 하지만 12A의 음질이 10C의 음질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더 좋다고 극구 주장하는 분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쨌든, BROOK의 앰프 회로와 음질에 감탄하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앰프 설계자의 책임은 아니지만, 당시 클라이언트들이 요구한 것이
사실 음질도 좋아야 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출력"이 좋아야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BROOK의 앰프들은 2A3 PP의 출력 한계로 여겨지는 15W씩을 채널당 뽑게 설계가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모든 출력관은 설계에서 정한 "적정 최대 출력"을 제대로 뽑아야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플레이트 손실을 최대한 사용한다. 그게 제작사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를
좌우명으로 하는 분도 있으니....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노이즈나 관의 수명, 기기 안정성 등 종합적인 고려에 더해서
"음이 좀 더 예쁘게" 나려면 적정 최대 출력보다 좀 낮게 뽑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또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개인적이란 형용사는 논쟁을 피하기 위한 상투적인 수단으로 애용됩니다....^^)
제 개인적 관점에서는 2A3 PP로는 채널당 6-8W 정도 뽑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충실한 전원부에서 이 정도 출력이면 빈티지 고효율 스피커 중에서
출력 부족을 탓할 일은 없습니다.
대개 빈티지 고효율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앰프의 출력 부족을 탓하는 경우를
자세히 보면, 출력 부족이 아니라, 프리-파워 앰프의 게인 매칭이 잘 안되어 있거나,
프리의 드라이브 능력이 부족하거나
파워앰프의 전원부가 신통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최근, 전원부 과잉 투자로 만든 채널당 3W 출력의 E406N 싱글앰프를
트랜스결합 프리앰프로 두라이브해서
효율 84DB/1W의 밀폐형 소형 스피커를 불만없이 구동했습니다.
물론 프리 볼륨 위치를 12시 이상 올려야 했지만, 전대역 밸런스 좋게 울었습니다.)
왜 제가 이렇게 갑자기 BROOK의 2A3앰프들에 대해서 길게 주절거리냐면,
금번 입수한 ADC 2A3 PP앰프의 오버홀에 대한 궁리 때문입니다.
1) 오리지널 회로로 사용할 것인지.(인터스테이지도 그리드 쵸크도 없이 구성됨)
2) BROOK 10C 회로를 기본으로 바꿀 것인지.
3) BROOK 12A 회로를 기본으로 바꿀 것인지.
의 3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되팔 걸 생각하면 당연히 1)인데,
여태 제가 이런 고민을 놓고 결정한 결과 중에 늘 1)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늘 적자....ㅠㅠ;
그래서 2)와 3)을 놓고 고민중입니다.
물론 오리지널 회로 그대로 카피는 아니고,
출력은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이 기본 전제입니다.
이렇게 길고 지루한 글을 띄워놓는 것은 이러다 보면 장안의 고수님들이
좋은 자문 의견을 주실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