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오디오 취미지요. 즉 오디오 기기가 중심이되는 하드웨어의 세계 입니다.
음악감상 취미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정말 음악만 좋아하시는 분들은 최소한의 시스템 아니 컴포넌트만으로 아무런 부족없이 음악감상 하십니다. 음악감상의 취미에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오디오 취미에서 음악이란......목표가 아니고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절대적인 수단이지요.
그리고 목표는 말 그대로 오디오라고 봅니다.
모두들 보다 음악적인 감흥을 얻기 위해서 업그레이드 하신다고들 하시지만 단지 음악적인 감흥만을 위해서 많은 경제적 손해와 시간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축을 흔드는 듯한 저역이니 실크로 휘감기는 듯한 고역의 느낌이 필요할까요.....
솔직히 제가 느끼는 오디오 취미란......기기가 중심이 되는 취미입니다.
그래서 직접 만드시는 분들도 있고 서브시스템을 빙자(?)하여 이것저것 듣지도 않을 시스템을 끌어안고 있는 분들도 있으며 새로운 기기가 나오거나 보다 좋다란 기기가 있다란 소리만 들으면 병적으로 들여 놓고 싶은것 입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그 속엔 기계에 대한 욕심과 새로운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 이렇게 기기를 좋아하시는 취미를 가지신 분들은 오디오뿐만 아니라 다른 기기를 조작하는 것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자동차, 오토바이, 사진기, 시계 요즘은 경비행기 조종도 인기가 있더군요. 전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좋아합니다. 아!! 시계도 열심히 모으는 편입니다.
어마어마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빈약한 소프트에 매일처럼 똑같은 곡의 똑같은 부분만 감상하는 분들을 흉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분은 철저히 기기 중심의 취미를 가지신 것이지요.
또 반대로 어마어마한 소프트들을 갖추고도 동네 전파상에서나 팔 컴포넌트로 음악감상 하시는 분들께 아니 그걸로도 제대로 베토벤이 느껴지나 하고 흉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분은 오디오가 취미가 아니라 철저히 음악감상을 취미로 가지신 분들이니까요...
취미생활을 하면서 각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부분과 방법은 다르다고 봅니다.
오디오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반드시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야 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또 음악적 조예가 깊은 사람이 오디오나 소리에 해박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냥 각자 즐기는 방법으로 만족을 느낀다면 무엇이든 참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음악가는 외국으로 바이올린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인데(모대학 강사입니다) 하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몇 개 있는지도 모릅니다.....ㅎㅎㅎ.....뭐 바이올린쪽이야 빠삭할지도 모르지만......유명연주자들에 대해서도 빠삭 할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노 프란체스카티도 모릅니다.......그런데 이 얘긴 갑자기 왜 끄냈는지 모르겠네요.
음악만 열심히 들으시는 분들은 오디오파일용 녹음에 담긴 연주를 들으면 귀만 아프다고 무슨 연주가 저따위냐고 하십니다. 그런분들은 연주중심으로 음악을 듣지요. 오디오 하는 사람들은 녹음위주로 듣고요. 저도 오디오파일용 음반은 싫어합니다.
물론 오디오가 먼저냐 음악이 먼저냐 하는 것은 닭, 달걀의 논쟁처럼 우스운 것이겠지만 저는 차라리 오디오와 음악은 다른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분의 교집합을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영역인거지요. 그 교집합도 서로의 필요에 의한 부분이겠죠.
저에게 오디오는 단지 음악을 음악답게 듣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오디오 기기자체가 굉장한 기쁨이자 목적이지요. 때론 보는 것 만으로도 저를 흐뭇하게 만드는 존재지요.
또한 어떤 음반은 듣지도 않고 지그시 커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음반들도 있지요. 저에겐 요한나 마르치와 클라이버 부자의 음반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음반들은 굉장한 시스템이 아니라 bbc 3/5a스피커에 인티앰프만으로도 감동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 옵니다. 그리고 이 감동이 보다 비싼 조합의 시스템으로 듣는다고 그 질도 업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기기들이 좋을 뿐이지요.
꼭 갖고 싶은 기기들이 있습니다. 설혹 소리가 개판이라고 소문났어도, 정말 말썽 많다고 자타가 인정해도 그래도 꼭 갖고 싶은 기기들이 있습니다. 그냥 기기를 만지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재미있는 거지요. 제가 생각하는 오디오 취미질이란 그런 것 입니다.
오디오는 성인의 재밌는 장난감 입니다. 단지 그 장난감이 너무너무 갖고 싶은 철없는 어린것들이 우리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