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따라서 아주 훌륭하게 제작된
ADC의 300B PP앰프를 저렴하게 구했는데,
막상 구해놓고 보니 출력관 때문에 근심 걱정이
컸습니다.

앰프의 그레이드에 맞춰주려면
WE관을 꼽아주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가난한 부모가 자식이 너무 공부잘하면
기쁨보다는 학비 걱정이 먼저 앞서듯이.....ㅠㅠ

그러나 1950년대 이전 생산된 구관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가격이라
4알을 그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고민하던 제게,
평소 도움을 많이 주시는 동호인 한 분께서
"중국관도 상당히 좋다 그냥 중국제 써라!"
고 하신 데 힘입어

홍콩의 평소 거래가 있던 딜러에게
"규광"이라는 메이커의 짜장관 4알을 싸게 구했습니다.

한 알에 우리 돈 7만원 꼴이니 더 이상 싸게 구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관을 받아서 보니 일단 겉이나 내부 모두 생김새가 상당히
좋고, 딜러가 쿼드 매치를 신경써서 맞춰보내준 것도 흡족합니다.

문제는 결국 음질!

앰프에 꼽고 한 시간 정도 열을 받으면서
제 소리가 나는데...

아- 상당히 좋습니다.

싱글보다 PP가 출력관에 대한 관용도도 높아서 그런지
평소 중국관에 대해서 갖고 있던 안 좋은 선입견이 많이
사라질 정도로 음질이 괜찮습니다.

이 정도의 관을 개당 7만원에 사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중국의 진공관 회사,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느낍니다.

개당 7만원짜리 직렬3극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입니다.

슈광을 따라서 새로 300B를 만드는 '규광'이란 메이커는
오히려 슈광보다 음질에서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소출력 싱글앰프에서는 제 소리를 못내던
15인치 우퍼가 드디어 쌈빡한 저역을
내고 있습니다.
역시 15인치 이상의 우퍼는
중출력의 PP앰프로 다스려야 고분고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