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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스피커를 씁니다

by 윤영진 posted Nov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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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Jensen이었는데,
주인이 완전한 다국적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인클로져와 우퍼는 원래대로 Jensen인데,
중역 드라이버는 노이만, 나팔은 영국산 BTH, 트위터는 독일산 페라이트 이소폰,
네트워크는 와피데일 박스에 자작한 걸 채웠고....

그래서 미국, 영국, 독일 3개국 합작품이 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합작품이지, 한 마디로 "잡종"이지요....^^

이게 세계에서 가장 안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입니다.

클래식에서는 지멘스 클랑필름 등 독일계 스피커보다 못하고,
팝이나 가요 등은 알텍보다 못하고,
실내악이나 현악을 들으면 타노이보다 못하고,
재즈에서는 JBL 등보다 못하고,
화려한 대편성에서는 EV 대형기에 못하고.....

한 마디로 다른 어떤 스피커보다 못한 천하의 못난이 스피커입니다.

스피커 경연대회 나가면 10여 종의 종목에 모두 출전해도
단 한 종목도 1등을 할 게 없습니다.

그동안 같이 보낸 기간 정이 깊이 들지 않았다면
벌써 헤어졌을텐데....

그런데 이 스피커란 것이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靈性이 생기는지,
저를 못났다고 구박하는 것은 금방 눈치를 챕니다.

내가 가끔, 술에 취해서
과거에 잠깐 연애를 했던 알텍 820A나
RCA 대형기 등에 대한 그리움이라도 표하게 되면
엄청난 질투로 반응합니다.

바로 징징대는 소리로 자기가 얼마나 심통이 났는지는 표현합니다.

기계하고 싸워서 이길 도리가 있나요?
살살 구슬르고 달래야지요.


"그래 내가 유럽 출신의 늘씬한 출력관을 꼽은 아주 예쁜 앰프를
짝으로 붙여줄테니까 밤에 재미 좀 봐라!"

요렇게 꼬시면 이게 쉬 넘어가서 또 살살거리고
예쁜 옹알이를 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예쁜 여자를 붙여줘도 한 6개월이면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니...
그것만은 주인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