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서 요즘 웬만하면 와인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와인 전문가는 절대로 아닙니다.
문제는 천성적인 술꾼이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술을 장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와인도 무슨 “고급스런 취향의 과시”와는
전혀 관계없이 “알콜이 함유된 무척 좋아하는 기호음료의 한 종류”로만
여깁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에는 국내에서 누구 하면 알아 줄 정도의
와인 전문가가 세 명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도 레벨이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러다 보니, 같이 와인을 마실 일도 가끔 있고,
좋은 와인바나 전문점을 따라가거나
그 친구들이 추천하며 건네준 선물도 늘어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비좁은 집구석에 와인냉장고도 마련하고 말았습니다.
와인 전문가라는 친구들하고 마시다 보면
입보다는 귀가 바쁘기 마련입니다.
지들이 알고 있는 와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저 같은 초급자에게 설파하는 즐거움에 희열을 느끼나 봅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그렇듯 와인도
선험자가 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저 같은 초급자는 주로 얻어먹는 입장이라 흐뭇합니다.
평소 술 먹으면 말이 많아지지만
얻어먹고, 입은 와인 마시는 데만 주로 사용하니
전혀 불만이 없는 상황입니다.....^^
음악과 술 사이에 궁합이 있다 치면
아마 와인은 클래식 음악과 잘 어울릴 듯합니다.
친구 아들이 캘리포니아에 유학중인데
“와인 양조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잘 선택했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와인 양조학만 해도 배워야 할 범위가 워낙 넓고 깊어서
공부하기 만만치 않은 것인데…
“오디오”를 전공학문으로 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하니
아마 오디오보다는 와인이 더 심오한 영역인가 봅니다.
상식적으로, 와인의 3대 요소를 품종, 테루아(토양, 기후 등), 양조기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품종만 해도 그 종류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4대 품종인,
Cabernet Sauvignon, Merlot, Pinot Noir, Syrah 만 해도
세세한 지역적 차이와 양조자에 따른 차이,
당해연도 기후의 차이 등으로 천차만별로 나뉘는데…
여기에다 다른 다양한 품종들…
Cabernet Franc, Malbec, Grenache, Gamay,
Sangiovese, Nebbiolo,
Zinfandel, Camenère, Tempranillo, Pinotage,
Nero d'Avola, Touriga Nacional,
Tannat, Ruby Cabernet, Petit Syrah, Concord…
등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재배되는 품종까지 더해지면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일본의 청주는 쌀이라는 단일 원료를 쓰는데도
1천 수 백 종류가 넘고,
중국의 백주는 수수를 쓰는 것만으로도 3천 종이 넘으니,
와인의 다양성은 헤아리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보고 꼭 하나만 가장 좋아하는 품종을 고르라면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Pinot Noir를 말합니다.
제 입맛에 잘 맞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종류의 품종 중에서 4대 품종이니, 6대 품종이니
가리는 기준에는 꼭 일방적이지는 아니지만
“숙성 특성”이 많이 작용합니다.
특히 Cabernet Sauvignon, Pinot Noir, Syrah, Nebbiolo 등이 그렇습니다.
보통 이들 품종처럼 타닌산이 많이 함유된 와인을 “heavy하다.”라고 합니다.
특성상 숙성 속도가 늦는 대신 오래 묵힐수록 풍미가 좋아집니다.
만약 오디오로 비유하자면,
주로 극장이나 공연장, 스튜디오 등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많이 생산된 WE, Klangfilm, BTH, ALTEC, JBL, Vitavox, Gasumont Calee… 등등과
비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품종이 바로 ‘보졸레 누보’로 유명한 Gamay 로서
이 품종으로 담근 와인은 오히려 빨리 신선하게 마시기 좋고
오래 묵히면 맛이 떨어집니다.
한동안 인기 있던 AURA의 얇고 상큼한 디자인의 인티앰프를
듣고 즐기면서 보졸레 누보를 연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김태성님께서 “빈티지의 정의”라고 요약 정리해 주신 글의
내용과 와인의 빈티지 특성을 대치해 보더라도
그리 틀리는 점이 적을 정도로 이 두 가지는
많이 유사합니다.
수많은 특성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만 말하라고 한다면,
좋은 빈티지와 좋은 품종의 고급 와인일수록
금방 쉽게 마시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담그고 금방 마셔서는 제 풍미가 안 나오고
위스키나 꼬냑이나 마오타이나 모두 공통적이듯이
충분한 세월의 숙성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Gamey로 담근 보졸레 누보는 안 좋은 와인인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대로 훌륭한 와인입니다.
오히려 저 같은 ‘술꾼’은 싸고 숙성을 기다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시고 취할 수 있는
중저급 와인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기호나 취미”는 늘 상대적인 품격이나 그레이드를
따지고 그 보다 상위를 지향합니다.
오디오나 와인도 상대적으로 품격의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음악 듣고 행복하기 위해서, 마시고 취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오디오건 와인이건 모두 다 좋습니다.
이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상호 용인되고 보완되는 이치를 부정하면
행복에서 멀어집니다.
오늘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술친구가 와인 한잔 하자고 꼬셔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막걸리에 김치전부터 시작하자고 했지만
술값 내겠다고 와인을 고집하니
마지못해서 지는 척하고 응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뭐로 시작하건 뻔합니다.
2차 가서는 결국 폭탄주로 후줄근해 질 테니
그 전에 뭘 마셨건 결과는 같습니다.
효과없는 후회와 숙취… ^^
늘어서 요즘 웬만하면 와인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와인 전문가는 절대로 아닙니다.
문제는 천성적인 술꾼이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술을 장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와인도 무슨 “고급스런 취향의 과시”와는
전혀 관계없이 “알콜이 함유된 무척 좋아하는 기호음료의 한 종류”로만
여깁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에는 국내에서 누구 하면 알아 줄 정도의
와인 전문가가 세 명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도 레벨이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러다 보니, 같이 와인을 마실 일도 가끔 있고,
좋은 와인바나 전문점을 따라가거나
그 친구들이 추천하며 건네준 선물도 늘어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비좁은 집구석에 와인냉장고도 마련하고 말았습니다.
와인 전문가라는 친구들하고 마시다 보면
입보다는 귀가 바쁘기 마련입니다.
지들이 알고 있는 와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저 같은 초급자에게 설파하는 즐거움에 희열을 느끼나 봅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그렇듯 와인도
선험자가 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저 같은 초급자는 주로 얻어먹는 입장이라 흐뭇합니다.
평소 술 먹으면 말이 많아지지만
얻어먹고, 입은 와인 마시는 데만 주로 사용하니
전혀 불만이 없는 상황입니다.....^^
음악과 술 사이에 궁합이 있다 치면
아마 와인은 클래식 음악과 잘 어울릴 듯합니다.
친구 아들이 캘리포니아에 유학중인데
“와인 양조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잘 선택했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와인 양조학만 해도 배워야 할 범위가 워낙 넓고 깊어서
공부하기 만만치 않은 것인데…
“오디오”를 전공학문으로 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하니
아마 오디오보다는 와인이 더 심오한 영역인가 봅니다.
상식적으로, 와인의 3대 요소를 품종, 테루아(토양, 기후 등), 양조기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품종만 해도 그 종류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4대 품종인,
Cabernet Sauvignon, Merlot, Pinot Noir, Syrah 만 해도
세세한 지역적 차이와 양조자에 따른 차이,
당해연도 기후의 차이 등으로 천차만별로 나뉘는데…
여기에다 다른 다양한 품종들…
Cabernet Franc, Malbec, Grenache, Gamay,
Sangiovese, Nebbiolo,
Zinfandel, Camenère, Tempranillo, Pinotage,
Nero d'Avola, Touriga Nacional,
Tannat, Ruby Cabernet, Petit Syrah, Concord…
등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재배되는 품종까지 더해지면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일본의 청주는 쌀이라는 단일 원료를 쓰는데도
1천 수 백 종류가 넘고,
중국의 백주는 수수를 쓰는 것만으로도 3천 종이 넘으니,
와인의 다양성은 헤아리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보고 꼭 하나만 가장 좋아하는 품종을 고르라면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Pinot Noir를 말합니다.
제 입맛에 잘 맞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종류의 품종 중에서 4대 품종이니, 6대 품종이니
가리는 기준에는 꼭 일방적이지는 아니지만
“숙성 특성”이 많이 작용합니다.
특히 Cabernet Sauvignon, Pinot Noir, Syrah, Nebbiolo 등이 그렇습니다.
보통 이들 품종처럼 타닌산이 많이 함유된 와인을 “heavy하다.”라고 합니다.
특성상 숙성 속도가 늦는 대신 오래 묵힐수록 풍미가 좋아집니다.
만약 오디오로 비유하자면,
주로 극장이나 공연장, 스튜디오 등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많이 생산된 WE, Klangfilm, BTH, ALTEC, JBL, Vitavox, Gasumont Calee… 등등과
비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품종이 바로 ‘보졸레 누보’로 유명한 Gamay 로서
이 품종으로 담근 와인은 오히려 빨리 신선하게 마시기 좋고
오래 묵히면 맛이 떨어집니다.
한동안 인기 있던 AURA의 얇고 상큼한 디자인의 인티앰프를
듣고 즐기면서 보졸레 누보를 연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김태성님께서 “빈티지의 정의”라고 요약 정리해 주신 글의
내용과 와인의 빈티지 특성을 대치해 보더라도
그리 틀리는 점이 적을 정도로 이 두 가지는
많이 유사합니다.
수많은 특성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만 말하라고 한다면,
좋은 빈티지와 좋은 품종의 고급 와인일수록
금방 쉽게 마시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담그고 금방 마셔서는 제 풍미가 안 나오고
위스키나 꼬냑이나 마오타이나 모두 공통적이듯이
충분한 세월의 숙성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Gamey로 담근 보졸레 누보는 안 좋은 와인인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대로 훌륭한 와인입니다.
오히려 저 같은 ‘술꾼’은 싸고 숙성을 기다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시고 취할 수 있는
중저급 와인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기호나 취미”는 늘 상대적인 품격이나 그레이드를
따지고 그 보다 상위를 지향합니다.
오디오나 와인도 상대적으로 품격의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음악 듣고 행복하기 위해서, 마시고 취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오디오건 와인이건 모두 다 좋습니다.
이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상호 용인되고 보완되는 이치를 부정하면
행복에서 멀어집니다.
오늘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술친구가 와인 한잔 하자고 꼬셔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막걸리에 김치전부터 시작하자고 했지만
술값 내겠다고 와인을 고집하니
마지못해서 지는 척하고 응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뭐로 시작하건 뻔합니다.
2차 가서는 결국 폭탄주로 후줄근해 질 테니
그 전에 뭘 마셨건 결과는 같습니다.
효과없는 후회와 숙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