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따자시에를 거론하고
싱가폴 게요리를 빠뜨리면 뭐라 불평을 할 분이 많다.

상하이 따자시에가 보다 본질적인 "게맛"에 천착한 것이라면,
싱가폴 게요리는 "게를 조리하는 요리법과 향신료의 맛"이
강조된다.

상하이 요리가 특유의 재료맛을 살리는
이 지역 전통 海鮮요리를 표방했다면,

싱가폴 게요리는 덥고 습한 광동지방의
요리가 가진 "향신료 조리"의 전통을 잇는다.

물론 조리법만으로 싱가폴 게요리가
세계적인 별미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다.
싱가폴 근해에서 잡히는
매우 싱싱하고 맛있는,
게 자체가 가진 훌륭한 맛이 대단하다.

싱가폴 게요리는 중국 광동요리에 기반하지만,
싱가폴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사람들의
식문화와 자연스럽게 퓨전이 되었다.

그래서 대표적인 게요리도
주로 사용되는 향신료에 의해서
후추, 칠리, 커리 등으로 나뉜다.

중국 식문화, 인도 식문화, 말레이 식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싱가폴 게요리가 한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는 것은
이런 향신료들이 대체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 게요리에는 한국인이 싫어하는
고수풀 같은 자극적인 향신료가
가미되는 것이 문제기는 하다.
(화장품 냄새나는 고수 같은 향신료를
싫어하는 나는 보는 즉시 살짝 걷어내서
옆으로 치우고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추 게요리 같은 것을 시켜서
술 안주로 먹다가
공기밥 주문해서
남은 소스에 썩썩 비벼 먹으면

한국에서 매운탕이나 찜요리 먹고 나서
밥 볶아 먹는 맛과 비슷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상하이 따자시에가 백포도주와 잘 어울린다면,
싱가폴 게요리는 맥주와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