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잡히는 암케, 가을에 잡히는 숫케....
특히 나는 연평도 인근에서 잡히는 게보다는
서산 앞바다 특히 '안흥'에서 잡히는 꽃게를 선호한다.
마침 오랜 단골집 여사장님이 고향이 안흥이고
그 쪽에 친인척들이 꽃게 잡는 분들이 있어서
꽃게를 직접 안흥에서 조달해 오신다.
이 단골집은 국내 유일의 '꽃게 백숙'을
대표 음식으로 내놓는데...
일반 꽃게 백숙이 그냥 찜통에 찐 것인데 반해서
이 집에서는 '닭백숙'과 똑같이
해물 육수에 넣고 끓여 내놓는다.
어쩌면 "꽃게 지리탕"과도 비슷하다.
일반 게찜은 그냥 살만 먹는데 비해서
이 집의 꽃게 백숙은 살도 맛있지만
국물 맛이 말 그대로 "끝내준다!"
그래서 먹는 순서가....
살발라서 먹으며 소주 한잔,
국물 떠먹으면 또 한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한 국물에
죽을 쑤어서 한 순가락 그득 떠서
여기에 서산 어리굴젖 곰삭은 걸 한 점 올려
먹는 것이다.
그런데.....
제철 생물 꽃게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봄, 가을 함쳐서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크고 물 좋은
안흥 꽃게를 마음껏 먹자면 비용도 부담스럽다.
가끔 집에서 술안주로 꽃게가 먹고 싶고
주머니 사정도 생각하다 보면
동네 수퍼에 가서 '냉동꽃게'를 사다가
먹게 된다.
주로 싸고 편하게 사는 것이
"베트남 수입 냉동 꽃게"이다.
물론 안흥에서 나는 생물꽃게와 맛을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시 값싸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냉동게는 백숙이나 찜 등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신선도가 낮다 보니 재료의 품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조리법은 안 맞는다.
그래서 "매운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진하고 자극적인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등의 양념이
잡맛과 비린 맛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공평하다.
편하고 싸게 꽃게 매운탕 끓여 먹으면
그런대로 만족감이 대단하다.
상하이 따자시에가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베트남 수입 냉동꽃게도 좋다.
아니, 고맙다.
집에서야 덩치 크고 부담스러운 시스템으로
음악 듣지만....
지금 책상 앞에서는 '아이팟'에 이어폰으로
음악 듣고 있다.
고막 상할까봐 음량을 못 올리는 불편은 있지만
좋은 음악 편히 들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지장 안 주니
이것도 너무 좋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 아이팟을
베트남 냉동꽃게에 견주니
이게 좀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