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생님 안녕하시지요?
늘 뵙고 싶은데 사정이 항시 여의치 않아 미루게만 됩니다.
좋은 글 올리셨는데, 불쑥 반박 내용의 글로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실례 용서해 주십시오.
예선생님의 예의바른 글, 학구적이고 진지한 연구자세 등에 대해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한상희님의 해박하고 깊이 있는, 특히 논리적인 인식체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분이 오디오 시스템의 주파수 재생 범위와 청취자의 청각능력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전처럼 자주 소리전자 게시판을 보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주마간산 식으로 보는데
이 글이 특히 눈에 띠더군요.
한상희님의 “내용적 옳고 그름”을 떠난 상대방의 기분을 몹시 나쁘게 하는
글투로 인해 뭔가 반박글을 쓰곤 싶은 것이 감성적인 발로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토론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한상희님 글에 더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예선생님께서 진행하신 실험은 일면 과학적인 실험으로 보일 수 있으나
몇 가지 점에서 “합리적 실험조건”이 부족합니다.
혹시라도 “타노이 스피커의 생활 공간에서의 주파수 재생 특성과 청취자의 청감특성”을 주제로 진행한 실험이었다면 타당하겠으나,
이 범위를 넘어선 주제로는 실험기준과 조건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간추려서 단락을 나눠 이야기 하자면....
1) 오디오 시스템의 라인엎, 기기별 특성이 간과되어 있습니다.
- 오디오 시스템은 소스기,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 등으로 구성되어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기기는 자체적으로 완벽한 가청대역 주파수 대역의 리니어리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 특히 최근 광대역으로 제작된 증폭기도 20-20,000Hz에서 +-0 db의 주파수 대역특성을 가진 것이 드물고, 빈티지 기기는 더욱 그러합니다. 게다가 인터커넥터 케이블 등 연결라인과 기기간 임피던스 정합의 변수에 의해서도 주파수 대역 특성은 변화됩니다.
- 최종단인 스피커는 말 그대로 물리적 음향특성상 리니어리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파수 대역 변조기 수준의 물건입니다. 아무리 특성이 좋다는 스피커도 소스와 증폭기에서 완벽한 파형을 넣고 무향실에서 스피커를 테스트해 보면, 재생 특성은 상어가 씹은 모양으로 들쭉날쭉하고 초저역과 초고역은 주저앉아 버립니다. 실험용 무향실에서도 그러할진데, 일반 가정의 실내 공간에서 스피커를 울리면 그 부정형적 왜곡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2) 음량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도 느껴집니다.
- 음량을 표시하는 데시벨(db)는 3db가 2배의 음량 차이를 나타냅니다.
- 트랜스포머나, 증폭기 등 오디오 기기의 주파수 대역 특성을 표현할 때
db(데시벨) 단위를 쓰는데, 아쉽게도 이 표시들은 “특정 조건하”에서의
특정결과입니다. 즉, 부하를 몇 옴을 걸어서, 몇 미리볼트의 신호전압을
인가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 복잡한 음악신호를 중합적으로 복합적 임피던스 부하로 연속적으로
인가했을 때의 특성은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또는 우리가 실험정비로
특정 조건에서 샘플링해서 측정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 우리가 보통 주파수 대역 특성을 본다고 이런 특정 조건하에서 특정된
실험결과 그래프를 들여다 보면, 초고역과 초저역 쪽에서 3-9db 정도는
빠져 있는 걸 쉬 봅니다.
- 3db면 2배, 6db면 4배의 차이인데, 우리가 음악을 듣는 평범한 음량을 0dbm로 봤을 때, -3db면 귀 밝은 사람은 들을 수 있는 정도고, -6db면 잘 못 듣습니다. 특히 그 주파수가 귀가 예민한 중역대가 아니고 초고역과 초저역이면 -3db만 줄어도 듣기 불가능해집니다.
- 오디오 기기가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 초고역과 초저역에서 -2db씩 빠진다면, 3개의 기기와 3개의 인터커넥터 케이블을 거친 후 그 합쳐진 변동폭은 얼마나 될까요? 극도로 큰 수치가 됩니다.
3) 결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음반에는 정확히 각각의 주파수가 동일 음량으로 수록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 일단 소스기(LP플레이어)에서 핔엎과 동시에 주파수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아무리 훌륭한 카트리지를 쓴다고 해도 그 변화는 초고역과 초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생깁니다.
* 포노 이퀄라이져에서 또 변화가 생깁니다. 초고역, 초저역을 살리거나
그대로 재생하기보다는 열화시키는 쪽으로....
* 인터커넥터 케이블의 용량이 또 초고역을 다운시킵니다.
* 프리앰프의 입력부와 접속되면서 임피던스 정합의 문제로 또 주파수에 변화가 생깁니다.
* 프리앰프의 증폭단에서 또 주파수에 변화가 생깁니다. 주로 초고역과 초저역이지요.
* 인터케넥터 케이블과 파워앰프에서 또 동일한 일이 중첩됩니다.
* 이쯤이면 페이즈(위상)도 수차 비틀려서 역시 재생 특성과 주파수 특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스피커 케이블을 통과하면서, 그리고 상당히 태생적으로 열악한 존재인
스피커 네트워크에서 또 한번 주파수 특성이 훼손됩니다.
* 드디어 긴 여정을 거쳐서 스피커 유닛에 신호가 도착합니다.
오디오 기기 중 스피커 유닛처럼 전기 임피던스와 리액턴스, 에어임피던스와 뒤섞여서 특성이 엉망인 것도 없지요.
공칭 8옴 유닛이라면 주파수별로 임피던스가 4옴 정도에서 30옴 정도까지
아리랑 고개를 보여줍니다. 이게 인클로져에 들어 있거나 혼로딩이라도
하게 되면 또 아리랑 고개를 한 번 더 꼬아줍니다.
* 여기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특별히 실험실 수준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일반 가정의 무적당한 실내 음향 특성이라는 마지막 난관과 만납니다.
정재파에 혼란스런 흡음과 반사음, 훼절음....
아마 40Hz 이하, 12,000Hz 이상을 청취자들이 “못들은 것”이 아니라
“재생이 잘 안 되었을 것”입니다.
재생이 잘 안되었다는 의미는 -6db 이하로 재생이 되었을 겁니다.
게다가 음을 청취하고 판별하는 사람들이 중년 이후의 나이.....
만약 이 실험에서 초고역과 초저역이 잘 났다면
제가 가장 먼저 “못 믿겠다!”고 쌍지팡이 들고 나섰을 겁니다.
이런 실험을 과학적으로 하려면 우선 조건을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무향실에 스피커를 세팅해 놓고, 주파수 음원을 재생하며
청취 위치에 인간의 귀와 가장 근사한 수음장치(마이크)를 세팅해 놓고
이퀄라이져를 이용해서 정확히 각 주파수 대역별로 표준 음량을
맞춰서 리니어하게 특성을 조정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그 이후 청취 위치에 자리 잡고, 샘플 주파수 신호를 동일 음량으로
재생하면서 가청여부를 판별하는 실험을 해야 합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거청 범위 내의 주파수를 모두 포함하는 테스트용 음원을 들어가면서
표준 이퀄라이져로 특정 주파수 이하와 이상을 줄여가면서
비교 청취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주파수 대역을 평탄하게 재생하는 음악을 들어보고
30Hz 이하와 15,000Hz 이상을 커팅한 음악을 비교해 들어보는 등의
실험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나이 50대 이상이 되어 그런 주파수를 못 듣는 사람도
금방 차이를 알아냅니다.
만약 귀의 주파수대역별 가청능력을 감사하는 실험이라면 좀 더 간편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헤드폰\"을 이용해서 검사하는 것이 그 중 상대적으로 정확합니다.
늘 그렇듯, 짧은 식견에 주관적 주장을 섞어서 피력하다 보면
옳지 못한 내용도 혼재되어 있게 마련입니다.
윗 글에서 오류가 있으면 바로 잡아주실 분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