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에 대한 기초적 이해]
인간의 청감각에 대한 자세한 논의만 해도 수천 페이지 이상의 학술적 논문이 필요할 겁니다.
우리 오디오파일들에게 그 정도는 필요치 않지만, 외부의 음이 어떻게 우리에게 감지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이치는 알고 있는 것이 유용할 듯합니다.
* 공기 진동에 의한 청감각
발음원(스피커)에서 발생한 음압 에너지가 공기를 진동시켜서 그 파동이 우리의 청각기관을 통해 전해져서 뇌까지 이르러 인지하는 것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청감각입니다.
- 귓바퀴는 외부 음파를 모아서 보다 음의 감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합니다.
- 귓구멍(외이도)는 우리가 잘 아는 “플레쳐 & 맨슨 곡선”의 “중역 감도 상승의 주역입니다. 외이도의 넓이와 길이, 단면적 변화 등의 구조는 중역대의 공진에 맞춰져 있습니다. 다른 말로 “밴드패스 필터=중역 강조 이퀄라이저”로서, 약 2KHz부터 5Khz 사이의 음파는 공진을 통해 부스트 시킵니다.
- 만약 외이도(귓구멍) 없이 고막이 우리의 귀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면, 우리의 청감이 훨씬 더 평탄할 것입니다.
- 고막은 일종의 마이크 역할을 합니다. 귓바퀴와 외이도를 통과한 음파를 약 12db(15배 정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 고막과 붙어있는 3개로 이루어진 청소골(망치뼈, 모루뼈, 등자뼈)은 고막에서 증폭된 음파를 다시 약 4.5db 증폭시키는데, 거기에 더해서 지나치게 큰 음량의 음파가 들어왔을 때 청각기관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완충기능”을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 그 다음이 바로 달팽이관인데, 이게 청각기관 중에서 핵심입니다. 바로 이 곳에 유모세포라는 청각세포가 있어서, “물리적 파동을 전기신호의 크기”로 전환시켜줍니다.
- 달팽이관은 약 3.2cm의 혼(Horn)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혼이 ‘역지수함수형’입니다. 일반 ‘지수혼’처럼 중간이 홀쭉하지 않고, 반대로 중간이 약간 부푼 형태입니다. 벌써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챘겠지만, 이로 인해 가청 대역 범위에서 중역에 대한 증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되어 중역 민감성이 더 높아집니다.
- 스피커의 혼은 좁고 가는 부분이 고역을, 개구부의 넓은 부분이 저역 재생에 관여하는데, 달팽이관은 정반대입니다. 입구에 해당하는 넓은 개구부에 있는 유모세포가 초고역을 감지하고, 반대로 끝부분 좁은 쪽의 유모세포가 초저역을 담당합니다.
- 귀로 들어온 모든 음파는 일단 가장 세게 증폭되어 달팽이관의 개구부에 돌입합니다. 먼저 말했듯이 이 개구부에 “초고역 감지 유모세포”가 위치합니다. 그러니 이 초고역 감지를 위한 유모세포가 얼마나 과로에 시달리겠습니까? 게다가 유모세포는 과다 음량이나 지속적인 강한 자극, 인체 노쇠 등으로 파괴될 경우 재생이 안 됩니다.
즉, 음파를 받는 달팽이관의 입구에 위치한 초고역 감지 유모세포가 가장 먼저 망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나이 먹으면서 초고역부터 안들립니다.
- 나이 들면서 가장 먼저 초고역 감지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의학적 이치를 이해하시겠지요?
- 따라서, 나이가 먹는데 따른 초고역 감지 유모세포의 파괴라는 자연적 현상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외의 요인- 큰 음량 장시간 노출-을 피하는 것이 청각을 오래 좋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 특히 인간의 고막은 음을 받아들이는 것만 아니라 ‘스피커 콘지’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들어온 음압을 반사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어폰이나 헤드폰처럼 귓구멍을 막고 있는 발음체가 귀를 덮고 있다면, 고막에서 반사된 음압이 밖으로 쉬 배출되지 못하고 다시 고막으로 역류해서 압박을 가합니다. 청각 파괴의 주범이 이런 이어폰이나 헤드폰이라는 이론적 배경입니다. 절대로 이어폰이나 헤드폰 주의하십시오.
- 또,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진동을 받아 미세하게 움직이며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데 필요한 요소가 칼슘과 칼륨입니다. 영양적 불균형으로 인체 내에 칼슘과 칼륨이 부족한 사람은 그만큼 청감각도 둔합니다. 골다공증을 앓고 계신 분들은 일단 청감이 다른 분들보다 낮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이 들면 식생활도 균형 있게 주의하고, 종합 비타민도 꾸준히 먹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 骨傳導 청감각
사람이 소리를 듣는 것은 음파를 고막을 통해 받은 것만이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혼처럼 생긴 달팽이관이라는 것은 속에 텅 비워져 있지 않고, 림프액이 채워져 있습니다. 즉, 우리의 두개골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나팔 모양의 통에 출렁거리는 액체가 채워져 있고, 그 속의 림프액이 진동하면 유모세포가 움직이고, 이것이 전기신호를 발생해서 뇌신경에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이해하시겠지요?
음파가 아니라 두개골에 진동만 직접 전달해도 우리의 뇌는 그것을 “소리”로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지진이 나서 땅이 흔들리면 그 진동이 두개골을 울리고, 그 일부를 우리 뇌는 “소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달팽이관은 우리 몸 속에 매우 다단계의 진동 흡수조직에 휩싸여서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만약 방바닥에 진동한다면, 그 진동이 달팽이관 속의 림프액을 흔들려면
발의 뼈부터 많은 관절의 연골을 거쳐서 전달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 주로 높은 주파수부터 흡수되어 결국 도착했을 때에는 낮은 주파수만, 그것도 상당히 음압이 낮아져서
도착하게 됩니다.
즉, 발바닥만이 아니라 우리의 온 체표면에 도달하는 외부의 물리적 파동 에너지는 우리 몸이라는 말랑한 쿠션을 지나서 뼈를 울려 전달하기 때문에,
충분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낮은 음역, 그것도 매우 강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골전도 청각은 대략 150Hz 이하의 파동을 주로 인지합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대출력 파워앰프로 저역을 재생할 때, 우리가 표현하기를 몸이 울린다든가, 배가 울렁인다든가 합니다.
“온 몸을 뒤흔드는 저역” 같은 표현이지요.
이게 바로 우리의 몸, 즉 골구조를 진동시켜서 150Hz 이하의 저역을 음파와 합성시켜서 “리얼한 저역”으로 느끼게 만든 결과-\"골전도 청각\"입니다.
우리가 오디오 시스템에서 “초저역”을 충실히 듣는답시고,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 보지만, 웬만한 시스템에서는 30-40Hz 이하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귀가 그런 초저역은 “필터링”해서 제 음량보다 낮춰서 수용하기 때문입니다.(그 이치는 윗 글 ‘외이도’와 ‘달팽이관’에서 충분히 설명)
150Hz 이하의 초저역을 충실히 듣기 위해서는, “음파”만으로는 부족하고, 음을 듣는 공간의 하드웨어가 “물리적 진동”을 함께 전달해 줘야 합니다.
물론 음파도 에너지가 많이 실리면 고체를 통하지 않고 공간을 격해서 우리의 골구조를 진동시킵니다.
즉 가청대역 하한의 초저역을 들으려면 “소리”만으로는 안되고, 골전도 청감까지 가동이 될 수 있는, “물리적 진동”을 발생시킬 정도의 오디오 시스템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시겠지만......
스피커를 통해서 초저역을 듣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 정도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스피커의 저역 유닛이 15Hz 정도까지는 공진 없이 평탄하게 내 줄 수 있는 물리적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대략 한 채널당 품질 좋은 15인치 우퍼 4발이나 18인치 2발 이상은 필요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인클로져도 역시.....
2) 초저역 재생시 우퍼들이 순간적으로 빨아들이는 1-2옴 정도의 저임피던스 부하의 “순간 전류”를 급전할 수 있을 만큼의 “파워앰프의 전원 공급능력”이 필요합니다.
웬만한 빈티지 스피커와 진공관앰프로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절대 안 되지요.
* 결론
문장 독해력이 부족한 분들은, “ 아! 아 친구가 빈티지 스피커와 진공관앰프를 폄훼하려고 이런 글을 썼구나!”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물리적 스펙 따지면서 실제로 “비과학적 오류”에 헤매기 보다는, 자신의 귀가 좋아하는 데 충실한 것이 정답이라는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