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You can make as well as you can measure”
재미삼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험해 본 가청주파수가 16 kHz 정도는 되는 것을 보니
아직까지는 제 나이에 비해 듣는 귀는 많이 낡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감각에만 의존한 오디오 튜닝은
제게는 불빛 없는 깜깜한 밤길을 걷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오디오튜닝에서 적절한 수준의 Signal tracker(Spectrum analyzer)와 오실로스코프의 활용은
제게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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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재밋거리를 위해 10년전쯤부터 조금씩 모아온 기기중
제법 명기반열에 이름을 올린 진공관 앰프도 몇 종류...
이런 물건들은 대체로 여러 선배제현들께서 많은 작업을 해 보셨겠지만
정밀측정기를 사용한 분석과 튜닝으로 미처 알려지지 못한
숨은 능력을 찾아보는 튜닝 작업이 제게는 한 재미와 즐거움입니다.
얼마 전 포기할까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짝을 맞춘
IPC AM-1027 앰프의 먼지를 털고 작업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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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추구하는 방법대로 일단 오리지널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작업을 실행했습니다. 설계자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러나 열화된 캐패시터, 저항을 반드시 동시대의 똑같은 것으로 대체하는 복원에 너무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는 않는 편입니다.
회로를 참고하여 체크포인트의 정확한 전압 전류 측정 등을 완료하여 원상태로 수리 복원한 AM1027을 동작시켜보니,
상당히 큰 험이 들렸습니다. 회로의 시스템 접지와 샤시 접지 사이에 수십 볼트의 전압이 걸려 접지가 제대로 합치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시스템 외부에서 접지를 연결하는 구조인 듯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결합처리해 주니 커다란 험이 일단 확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선험자들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뜨는 미세한 험이 유사한 종류의 앰프에 비해 약간 큰 편이었습니다.
극장용으로 쓰기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조용한 거실용으로는 좀 거슬리는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배선들을 잘 확인해 보니 B+와 히터선들이 험에 민감한 입력부(사진에서 그린색 타원부) 기판주변 아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배선이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노이즈 원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 아주 잘못된 배치로 보입니다.
결벽증이 약간 있는 편이라 배선을 다 뜯어내고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일거리가 너무 많아져...
일단 배선을 몽땅 다시 풀어 최소한의 재배선으로 가능한 신호선은 신호선끼리,
또 B+, 히터, AC 라인은 그들끼리 묶이도록 정리하여 타원으로 표시된 신호부에서 가능한 멀리
그리고 접지도 가능한 하나로 모이도록 배치해 보았습니다.
사진 After가 배선 재 작업후 모습입니다.
이 작업 후 성과는 뚜렷했습니다. 오리지널 상태에 비하면 험이 싹 사라졌다 표현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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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험까지 정리된 상태 좋은 앰프를 몇 종류의 프리와 스피커들과 매칭해서 청음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스피커와 프리와 조합을 이리 저리 바꾸어 보아도 이미 많이 고급화 된 ^^ 제 귀를 만족시키기 어려웠습니다.
우선 스팩트럼 어날라이저로 아주 기본적인 주파수 특성을 확인해 보니 사진과 같이 유수의 6L6 앰프들과 유사합니다.
특성곡선 굴곡이 아주 커 보이지만 화면의 한 눈금이 1dB로 크게 확대한 것이라 크게 굴곡져 보입니다.
이런 곡선도 보통 한 눈금 5dB 정도로 그리는 일반적인 앰프의 특성그래프로 그리면 훨씬 스마트한 직선으로 보이게 됩니다.
여하튼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어서 제가 늘 해보던 방식에 따라 튜닝에 착수하였습니다.
1. 입력트랜스를 바이패스 하여 초단 드라이버단의 그리드 입력을 시도 했습니다.
입력트랜스 2차측의 연결을 끊고 그리드 입력부에 2.2k 저항을 붙여 기존 회로에 있는 50pF 캐패시터와 함께 noise suppressor 입력회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단 이렇게만 바꾼 상태에서 주파수 특성 스팩트럼을 측정해 보니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주파수 특성이 훨씬 평탄하게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태에서는 소리가 깔끔하기는 한데 출력도 많이 떨어지고
소리를 들어 보니 통상 동호인분들이 말씀하시는 매가리(?)가 없는 소리입니다.
2. 그래서 이번에는 회로도상 R1, R2, C1으로 구성된 NFB 회로를 조작해 보았습니다.
일단 NFB를 완전제거 해보니 출력도 살아나고 소라에 힘도 실렸지만 이제는 또 뭔가 아쉽고 조금 거친 소리의 느낌이었습니다.
3. 사진의 샘플들처럼 여러주파수 대역에서의 구형파(square wave) 출력특성 및
스팩트럼분석기를 사용한 주파수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조금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여 최적의 NFB 회로를 찾아 보았습니다.
4. 잠정적으로 결정한 회로변경은 1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그리드입력으로 하고,
NFB회로에서 R1은 제거해 버리고 C1만 남겨두되 C1의 용량을 기존 200pF에서 100pF로 변경하였습니다.
여기까지의 튜닝으로 주파수특성, 왜율 등 분석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다시 청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프리, 여러 스피커와의 매칭.....
오리지널에 비해 아주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괄목할만한 큰 개선입니다.
얼마 전 작업대에 올려 현재 약간의 튜닝이 진행된 알텍1520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좋아졌네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잘 들어보아야 하겠네요.
이런 정도 튜닝된 수준에서 커플링 콘덴서의 종류를 바꿔가면서 개인적 소리의 취향을 찾아 볼 수 있다면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요...
참고로 알텍1520은 IPC AM-1027에 비해 기본이 훨씬 잘 갖추어져(?) 있고
제게 온 1520이 기본 점검은 되어있었지만
역시 튜닝하고 손보아야 할 곳이 제법 보이네요... 튜닝작업을 마치고 나면
그때는 비교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잠정 튜닝을 완료한 AM-1027 만만치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