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신문이나 방송 접할 때, 보도되는 대로 그대로 믿기 보다는
보도되는 사실(Facts)을 재구성하여 내 스스로 판단하려고 습관화중이다.
언론은 팩트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 보다는
무언가 가치를 부여하거나 나름의 의도된 반응 유도하려고 포장하기 마련인데,
사실(facts)에 덧붙여진 포장을 걷어내고 본래의 사실만을 취하며
스스로 판단하는게 요즘을 살아가는 시민(중산층)의 덕목으로 판단된다.
빈티지 매니아들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수 매니아들이 부여한 포장이나 가치관에 얽매여 그대로 따라하거나 탐닉하기 보다는
그들의 말 중에서 취할 만한 사실들(Facts)을 추려내고 엮어내어
자신(분수)에 걸맞는 음악생활 즐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매니아 보다는 애호가로서의 취미생활이 현명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빈티지 동호회원들 대부분 5~60대, 인생 9월인 사람들로서
오디오 경험 많은 이들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빈티지 매물도 구경하고 동호회 글도 찾아 읽는다.
늙는것도 서러울 나이에,
몸에서 늙은이 냄새난다는 소리가 멀지 않은 나이에,
요즘 산뜻하고 현대적 디자인에, 젊고 발랄하고 해상도 좋은 하이앤드 오디오 제껴놓고
자식들 마누라가 별로 달가워 하지 않을 구닥다리 빈티지 뒤적거리는 이유는
추억, 정겨움, 포근함, 늙다리의 아집?, 딱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나름 어떤 매력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웨스턴에는 관심없다.
관심 갖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능력도 없다.
매니아가 아니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매니아들이 이구동성 \'오디오의 궁극\' \'최고의 소리\'라고 극찬하는 걸 이해하지만,
그들 매니아 말에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나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뿐이다.
난 그냥 빈티지에 호감 갖는 정도, 더 정확히 말해 스피커나 앰프 바꾸려는, 현실적 수준이다..
34년된 싸구려 jbl로 듣는 쇼팽 녹턴이 옆에서 딸이 연주하는 피아노처럼 만족스럽다.
진공관은 전혀 관심대상도 아니다.
누군가 설명대로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던 오디오의 격이 낮아지며 대중화되던 70년대 말,
바로 그 일제 앰프등 싸구려 사용자로서, 어느 고수님 말마따나 매니아들 담론에 끼어들기 보다는
꺼져버려야 할 대상임도 잘 알고 있다.(그래서 가끔 글 올렸다가 잽싸게 삭제한다)
싸구려 파이오니아나 산스이 들으며 웨스턴 같은 명기를 비판할 실력도 그럴 맘도 없다.
그러나 매니아들이 그토록 비웃는 기기들도 내겐 소중하고 분에 넘친다.
내가 빈티지 동호회 기웃거리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오디오 기기 정보를 얻기 위함이지만,
나은 정도가 어디까지인지(한계) 기대수준에 대한 감도 분명 갖고 있다.
들어보지 않고서는 말하지 말라지만, 이는 너무 감정적으로 들린다.
뱀 장수가 애들 쫓아내는건가? (일단 한번 잡숴봐! 그렇잖으면 말을 마! 애들은 가라!)
나는 매니아가 아니어서, 나름 더 이성적일 수 있다.
매니아들이 몸서리 칠 정도의 흥분 경험했듯이, 그가족들도 똑같이 흥분했을까?
빈티지 매니아들이 말하는걸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매니아들 말은 일반적이기 보다는 스페셜하다.
그들이 듣는 소리는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을 매니아라고 칭한다.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과의 대화할 때, 자칫 이성이나 합리적 잣대 들이대면,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무조껀 神을 믿으라는 사람과 다툴 우려도 있다.
경험하지도 못한 신의 영역을 이성적 판단이 웬말이냐고 공격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 웨스턴의 품질(음질), 가격이나 거품 가능성 언급하자,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처럼 노발대발하며 동호인들이 집단적으로 공격한다.
이베이에서 웨스턴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 아느냐,
그렇게 수천만원, 수억원에 사는 사람은 생각이 없어서 그랬겠느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고 강변한다.
\'내가 고려청자(국보)가 있으면 팔아서 웨스턴 사겠다\'
\'제대로 된 빈티지 소리를 들어보고들 말을 하시길...\'
웨스턴의 소리 듣고서는 이구동성 그정도로 충격받았다는 의미일텐데,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디오 기기 소리 듣고 그정도라면 좀 지나쳐 보인다.
신의 계시를 받아도 그정도 뻑갈 수 있을까 싶다.
제대로 된 빈티지 갖춘 분들 사모님이나 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 머리끝으로 달려가는 황홀감......\"
\" 너무 찐하고 가슴이 벅차,,,그만 눈물이 찔끔했었는데,,,
H선생님은 황홀하셨었군요...\"
\" 고려청자를 가지고 있었다하면 얼른 팔어 그 시스템을 구성하였을 겁니다 \"
\" 저도 고려청자나 이조백자가 있으면,,,그 까잇거 치워버리고,,,
말씀하신 그 시스템으로 질주 할 것입니다...ㅎㅎㅎ \"
\" 너무나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홀을 꽉메운 중역의 아름다움....살작 더해진 저역과 고역 \"
솔직히 그 보다 더 좋은 웨스턴을 듣는다 해도,
그처럼 손가락 오그라질 정도의 표현은 절대 못한다.
내가 神을 만난다 해도 그정도로 뻑갈 능력은 없다.
빈티지 오디오 기기들에 흠뻑 빠진 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이처럼 종교에 빠진 여자들 보다 더 애뜻하고 감성적이고 섬세하다.
하느님을 기적처럼 만난 신자도 이처럼 훌륭한 표현이 가능할까 싶다.
남자들은 여자와 달리 종교에 빠져서 가진 돈 전부 바치는등 환자가 되는 경우 드물지만,
반대로 여자들은 오디오에 빠져들지 않는 것을 보면,
오디오 매니아나 종교에 빠진 여자나 통하는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제대로 된 웨스턴 소리를 듣는다 해도,
그 소리가 카메라따나 전자랜드 복각웨스턴 경험치 보다 훨씬 좋은 소리일지라도,
XTC나 오르가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예견하고 감을 잡을 순 있다.
\'한번 잡숴바!\'의 뱀장사나 광신도 아줌마가 열 올리며 화를 내겠지만,
경험하지 말고는 말하지 말라는 매니아들 주장은 지나쳐 보인다.
\'똥 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맛을 봐야 아나\' 처럼, 경험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 보인다.
빈티지나 하이앤드도 기대치나 한계치를 나름 인식하기에, 나는 뻑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아침에 글 올렸다가 고수 매니아들 언잖아 하실까봐 삭제했었는데,
저처럼 생각하는 분도 한둘은 있을 것 같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