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분의 지적을 간단히 요약하면,
소리의 규모가 너무 작다. 아무리 방이 작아도 스피커가 명색이
15인치인데 이건 15인치 소리가 아니다. 8인치 풀레인지 보다 못하다.
중심이 높다. 알맞은 중심이 1이라면 이것은 4 정도로 높다.
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앰프를 만들면 안된다.(이것은 저하고 의견이 같습니다.)
소리에 흥이 없다. 소리가 죽어 있다.
등이었습니다.
저는 바로바로 알아들었습니다.
표현의 정도는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제게 어떤 소리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저는 간단하게 대답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좆같아요.
그러나 원인의 진단에 대해선 달라도 아주 달랐습니다.
두 분은 전체적인 매칭의 실패를 말씀하셨지요.
그러나 저는 두 분의 지적이 나온 이유가 어디 있는지 바로 알았습니다.
앰프.
제가 만든 것입니다. 제가 모를 리가 없지요.
두 분은 앰프를 모르시는 분들이라 또한 왜 그런 소리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요.
제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건 모든 진공관을 트랜스로 구동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리앰프 진공관은 프리아웃트가 구동하고,
파워앰프 초단관은 인터스테이지가 구동하며
위상반전관은 드라이버 트랜스로 구동하여 드라이버 트랜스가 위상반전 역할까지
떠맡고,
출력관은 당연히 출력트랜스가 구동하는 것입니다.
각 트랜스들의 1차가 진공관 플레이트 부하로 작용하여 진공관을 구동하고,
트랜스의 1,2차간 유도로 신호를 다음 단으로 넘겨주며,
트랜스의 2차는 다음 단의 그리드 리크가 됩니다.
플레이트 부하저항, 커플링 콘덴서, 다음 단의 그리드 리크 저항이
트랜스 하나로 대체되는 것입니다.
두 분의 지적은 제겐 매칭실패가 아니라 곧바로 파워앰프 초단을 구동하는
인터스테이지에 원인이 있음을 알아차리게 했습니다.
돌려치든 메치든 제겐 고마운 일이지요.
보통 표준적인 초단용 인터스테이지는 1차가 10~15k옴, 2차가 60~80k옴의
임피던스와 대략 1대2.3~2.5의 권선비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적용한 것은 1차 10k, 2차 40k로 초단용으로는 다소 부족한 임피던스와
권선비를 가진 것입니다.
모노도 아닌, 스테레오 pp 파워앰프에 트랜스들을 몰아넣다 보니 일단 험이
발생할 게 뻔해서 몹시 조심했습니다.
그 조심조심이 지적당한 것입니다.
험이 무서워서 소극적으로 시작해서, 거기서부터 소리를 맞춰나간 것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과 같습니다.
모든 진공관을 트랜스로 구동하는 것은 근본이 다른 소리를 내주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는 재미에 빠져 처음에 헛발을 디딘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고,
결국은 그런 동작으로 내는 소리를 경험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면 이런가 보다,
저러면 저런가 보다, 하고 이해도가 낮았던 것과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전체적인 소리의 결정력이 가장 큰 지점은 프리앰프도 아니고
소스도 아니고 케이블도 아니고 바로 가장 높은 신호증폭을 하는 지점인 파워앰프의
초단입니다.
바로 그 초단을 소극적으로 구동한 결과가 어제의 일을 만든 것입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은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가 많아도
소리에 대한 지적은 얼마든지 받아들입니다.
제가 찾아가는 소리가 모든 동호인들이 찾아가는 소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취향이니 어떤 특별한 소리는 믿지 않고,
특히 최고니 궁극이니 천상이니 하는 소리는 더더욱 믿지 않습니다.^^